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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첫 식사초대!

by 하와이안걸 2005. 4. 12.
4월 12일. 휴일.


오늘은 마키짱과 토모미짱이 우리 집에 놀러오는 날이다. 늦잠잘까봐 전날 야채도 다 다듬어놓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의 메뉴는 닭갈비와 지지미. 지지미(チヂミ)는 여기서도 지지미로 통한다.
전이나 부침이나 모두 지지미;; 일본에 부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사투리가 그냥 일본어가 되었다.

여튼 너무 이른 시간에 지지고 볶기도 뭣하고;;; 김짱이 전에 빌려온 한국 드라마 신입사원(!!!)을 보기로 했다.
아 간만에 조작해보는 비디오 ㅠ.ㅠ 수년간 이 집에서 제몫을 못하던 녀석이라 되돌리는 것만으로도
자꾸 에러가 났다. 그래도 여차저차 플레이 성공!

아, 화질 심하게 안좋다;;; 원래 여기서의 비디오 대여는 대여가 아니란다.
날짜를 지키기는 커녕 아무도 안갖다주기 때문에 그냥 팔고 사는거다. 그래서 그런가 화질이 심히 안좋았다.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못보던 신인들도 많이 나오고 다들 연기들도 잘하고.
아, 정혁군의 어머니가 너무 오바를 해서 그게 좀 거슬렸으나 (그런 역은 나문희, 김지영 아줌마가 최곤데;;;)
술집 '여비서'의 두 언니들은 진짜 제대로 웃겼다. 섹시함과 노련미라니 ㅠ.ㅠ

1, 2회가 끝나고 티비에서는 한류드라마 시간. 가을동화를 또 봐주시고;;; 지지비 반죽을 시작했다.
여기는 애호박이 없어서 단호박을 넣었다. 마침 날씨도 꾸물꾸물, 비도 간간히 뿌려주는 오늘.
한국 친구들이 놀러왔다면 아주 탁월한 메뉴선택이라 칭찬받았을텐데
과연 일본애들이 이 파펙또;한 초이쓰를 이해해줄라나.

12시 30분. 스가모역에서 아이들을 델꾸 집으로 왔다.
스가모가 처음이라는 마키짱은 마치 아사쿠사에 온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오, 아사쿠사가 이런 분위기란 말이지;;;

집에 도착하니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꽃을 심고 있었다.
"친구들이 놀러왔구나."
"네..."
"곤니찌와!" (마키, 토모미)
"그래 문 꼭 잠그고..."
"네..."

지지고 볶고 아이들은 전기장판 속에서 조잘조잘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즐거워했다.
드디어 시식! 애들은 가게를 차려도 되겠다며 나를 추켜세웠다. 특히 마키짱은 닭갈비를 너무 좋아했다.
닭갈비를 먹고 밥을 볶아주었는데 양념이 모자라서 밥이 허얬다;;; 그래도 일본애들은 꽤 맵다고 했다.
그뿐인가. 고추장을 아주 조금; 넣은 배추된장국도 마키는 맵다고 했다; 여튼 식사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데 아이들이 봉다리를 내밀었다. 풀러보니 과자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특히 마키는 과자 말고도 동전지갑을 선물로 주었다.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티비를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의 이야기, 얼마전 지진 이야기, 공항 사람들 이야기...
그런데 티비에서는 계속 북한에 납치된 일본 사람들 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위조달러 사건,
중국의 반일데모 등 민감한 뉴스들만 나왔다. ;;; 갑자기 싸한 바람이 방안을 맴돌았다.
그냥 묵묵히 보고 있을 뿐 뭐 다들 할말이 없었다. 가끔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이야기 등이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음 뉴스에서 일본의 변태, 방화범, 패륜아, 십년째 고성방가 아줌마 등등
너무나 다채로운 뉴스들을 다루어주어서;;; 뭐랄까.. 살았다! 이겼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ㅡ,ㅡ;;;

원래는 밥먹고 가라오케를 가려고 하였으나 날씨도 너무 꿀꿀하고 우리는 방안에서 결국 과자를 다 뜯어먹고
뒹굴거리고 말았다. (어딜가나 친구집에서 노는 모양은 똑같은 듯 ^^;) 저녁이 되어 아이들은 돌아가고
첫 초대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나저나 이렇게 날씨가 자꾸 추워지면 곤란한데 ㅠ.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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