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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피해의식

by 하와이안걸 2005. 4. 11.
4월 11일. 10시 근무.

월요일이지만 월요일 같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토할 것만 같았다.
재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오늘의 바이오리듬은 최악이었다. 오늘 뿐이 아니고 요즘들어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는 느낌. 일하다가 문득문득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일적으로 실수를 하는건 아닌데 이 중에서 내가 제일 말 안통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런 와중에 이케다상의 관심은 물론 고마운 것이었지만, 일에 있어서는 냉정한 그녀기에
일의 지시라든가 가벼운 지적은 계속되었다. 근무시간 7시간 반. 휴식시간 한시간.
당연히 나는 그녀 앞에서 여전히 긴장한다. 휴게실에서도.

저녁 시간이 되자 조금 한산해진 매장. 어디선가 영어회화가 들렸다.
아키바상이 한 외국인을 여기저기 안내하고 있었다. 예상외로 너무 훌륭했기 때문일까.
그 모습이 굉장히 멋지고 인상적이었다. 아, 그렇다. 그녀가 디스를 아는 건 유학생활 때 만난
한국인 친구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음. 하나씩 풀리기 시작하는군. ;;;

퇴근 직전 나는 표정관리가 통 안되었다. 건너편 토라야에서 코이케 아줌마와 오카베가 걱정스레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뭔가를 이야기하면서 나를 보는데 나는 그것마저도 무서워졌다.
미야자와가 늘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날 보며 다른 직원에게 뭔가를 말하는 광경.
그 다른 직원은 틈틈히 내 얼굴을 보며 확인을 하고. 난 그게 죽을만큼 싫었다.
기분파 오카베도 혹시 다른 곳에서는 내 흉을 보고있는게 아닐까. 아, 오늘의 나는 너무 예민하기까지 하다.

6시 27분쯤. 손님들이 몰려왔다. 포장을 하고 계산을 하고 정신이 없는데 갑자기 내가 담고 있던 물건을
누군가가 뺏는다.

"이짱. 곧 퇴근이라구. 이건 나에게 맡기고 저기서 일하는척 하고 있어. 사원들이 눈치채지 않게."
"괜찮아. 아직 시간도 있고."
"빨리 내 말 들어. 계속 한산했는데 퇴근 시간 다 되서 바빠지면 그거 짜증난다구."
"오카베짱.."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녀 말대로 옆 판매대에서 물건 정리를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고.. 나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갔다. 건너편의 코이케 아줌마도 "수고했어. 이짱."하며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때 손님들을 보내고 나를 불러세우는 오카베.

"잠깐만 이짱."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더니 내 손에 쥐어주었다. 초콜렛이었다.

"오카베의 선물이야. 빨리 가서 쉬라구~ 수고~"

그래. 아직은 멀쩡해. 문제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내일이면 친구들도 놀러오잖아.
어서 가서 장도 보고 집도 치우자. 아직은 너무너무 행복해.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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