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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한국인의 매운 맛

by 하와이안걸 2005. 4. 13.

4월 13일. 휴일.

어제와 같은 시간에 잠을 깨고 어제와 같은 순으로 신입사원 3,4회-가을동화를 시청했다.
어찌나 라면을 맛나게들 먹던지;;; 김짱이 등교길에 눌러놓은 밥통의 새로한 밥을 외면하고
애끼는 오징어짬뽕을 끓여먹었다. 어제 요리하고 남은 양배추와 부추를 넣었더니
연희동 중국집 짬뽕 부럽지 않은 맛이 났다. 아니다. 조금은 부러웠다. ;;;

오늘도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래도 어딜 좀 나가볼까 싶었으나 월급날을 이틀앞둔 오늘,
어제 재료비로 남은 생활비를 다 털었고 남은 돈 천엔.
분명히 이것저것 처음보는 군것질거리에 다 써버릴게 분명하다.
아니면 비도 오겠다, 어디 들어가 앉아서 차라도 마시거나.
그냥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곰처럼 버티기로 했다. 끄응.

아, 공항에 전화를 해야한다. 다음 달 오빠 결혼식 날짜가 약간 수정되는 바람에 하루빨리 알려줘야한다. 내일은 근무표 담당 무라마츠가 쉬는 날이다.

"전화 감사드립니다. 일본 공항 빌딩 동경 식빈관 화과자관의 사원 무라마츠입니다."
"무라마츠상 안녕하세요? 저 이;;입니다."
"호~이! 이상. 오하이요!"
"저 5월 휴가 말인데요. 날짜가 변경되서.."
"음. 며칠이나..???"
"한.. 4,5일 정도 뒤로.."
"거짓말!"
"네? ;;; 진짠데요. 그래서 혹시 아직 근무표 나오기 전이면.."
"이미 프린트해서 다 나눠줬단 말이야."
"아.. 죄송해요. 어제 연락을 받아서 일찍 한다고 한건데 ㅠ.ㅠ"
"음. 일단 내가 내일부터 쉬고 16일 출근이니까 그 안에 다른 사원들과 날짜를 바꿔달라고 해봐. 그리고 나서 결과를 16일날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호~이! 그럼 부탁할게."

하이를 호~이라고 말하는 무라마츠는 나보다 2살 어리다. 그러나 시원시원한 성격과 양희경을 닮은 외모로 인해 반말찍찍에도 그다지 억울하지 않은 직원 중 하나다.

여튼 5일을 빼려면 몇명을 만나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걸까. 아.. 괴롭다. 비행기표도 이제 슬슬 예약이 차가고 있을텐데. 비행기표도 걱정인것이 일본에서 구하는 싼 비행기표는 모두 저녁 마지막 비행기라 하루를 버리게 된다. 그래서 내가 여기 올때 끊어온 1년 오픈 티켓으로 갔다가 (첫 비행기임) 한국에서 다시 1년 오픈을 끊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작년 11월에 비해 비행기표는 10만원이나 올라버렸다. ㅠ.ㅠ 일단 내일 날짜를 바꾸는데까지 바꿔보고 모레 하야방 마친 후 쇼부를 보아야지. 아자아자!

오늘은 김짱이 알바를 안하는 날이다. 5시가 되자 김짱이 돌아왔다. 간만에 함께 하는 저녁식사. 김짱은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 비장한 표정으로 냉장고를 열더니 어제 남겨놓은 닭갈비 재운 통을 노려보았다.

"언니. 이거 일본애들 때문에 일부러 약하게 한거지?"
"응. 매운거 잘 못먹을까봐."
"언니. 나 이거 완전 맵게 다시 양념해도 될까?"
"응. 맘대로 해. 너 주려고 남겨놓은거니까."

잠시 후 매운 냄새가 온 집안을 꽉 메우는가 싶더니 뭐가 닭인지 뭐가 야채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의 시뻘건 후라이팬이 상 위에 올라왔다. 아, 한국인의 매운 맛...

여까지는 좋았으나 어제 오늘의 여파로 고추장을 다 써버렸다. ㅠ.ㅠ
내 다음달에 큰놈으로 하나 사올게. 당분간 우리 된장의 짠맛으로 버텨보자꾸나. 김짱;;;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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