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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신입사원의 계절

by 하와이안걸 2005. 4. 9.
4월 9일. 새벽 근무.


간만에 새벽 근무였다. 알람이 몇번이 울렸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부랴부랴 서둘러서 집을 나섰다.
새벽에 출근하면 휴식시간은 보통 7시반~8시반 사이. 30분 동안 보통 아침밥을 먹거나 뉴스를 보는데
오늘은 바로 침대로 직행했다. (휴게실에 딱 한대뿐인 침대. 경쟁률 백대일이다;;;)
삽십분동안 정말 푹- 잠들어버렸다.

오늘은 공항 곳곳에 신입사원들이 뿌려지는 날이다. 화과자관에는 니시마기, 아라키 라는 이름의
두 여자사원이 들어왔다. 진짜.. 진짜 어렸다. 어려보이는게 아니고 진짜 어린 아이들이었다;;;
얼굴에는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미팅 때 첫 인사를 하는데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하긴 경력 이빠이 아줌마 아저씨들에, 말만한 처자들이 가득한데 어찌 긴장을 안할수가 있겠는가.  

그들의 만쯔를 하타노와 기무라가 맡았다. 오늘따라 머리를 더욱 빳빳이 세운 하타노는 후배들을 데리고
공항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녔다. 웃지도 않고 헛소리도 안하고 정말 열심이었다.

"오. 그러고보니 하타노 밑으로 처음으로 후배가 들어온거구나."
"아, 그래서 쟤가 저렇게 기합이 들어있군."
"신입사원보다 더 긴장한 것 같지 않아?"
"서운하네. 하타노도 이제 정직원이 되어가는건가..."
(이미 정직원 2년차건만;;)

정직원이 절대 하지 않는 업무가 있는데 (걸레빨기, 쓰레기봉투 접기 등등;;) 신입사원들에게는 예외가 없었다.
다들 그렇게 처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배워갔겠구나 생각하니 맘에 안드는 몇몇 사원들까지 약간 달리 보였다.  

센베부터 시작하는 니시마기상이 센베에서만 한달넘게 일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왔다;;;
아, 나도 누굴 가르칠 날이 오는군. 그러나 나의 허술한 말발은 금새 들통나고,
어느새 난 열아홉 니시마기에게 진지하게 일본어를 물어보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동경의 신입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깔깔웃고,
긴 인사를 나누고, 취해있고,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일본의 달력은 4월부터 시작인 것 같았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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