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저녁 근무.
금요일.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바글바글댄다.
오늘부터 항공권 바겐세일 기간이란다. 주말 내내 죽었구만...
사원들과 하나둘 눈인사를 하는데 그그저께의 영웅 오카베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달려온다.
"이짱~ 이짱~ 어떻게된거야~ 도대체 왜그런거야~"
"뭘???"
"내 락커 말이야. 얼마나 놀랬는데. 오카베 드디어 이지메 당하는구나 싶었다구!"
아, 커피믹스! 그러고보니 영화 같은데서 이지메 당하는 애들 락커에 지저분한 낙서와 함께
뭐가 막 꽂혀있던 걸 본 것도 같다.
"놀랬다면 미안. 나 그날 메모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키키~ 아니야. 고마웠다구~~~"
점심시간. 오늘도 다른날과 다름없이 혼자 도시락을 뚝딱 해치우고 커피를 마시면서 티비를 보는데
스윽 누군가가 다가왔다.
"옆에 앉아도 되지?"
미야자와 다음으로 무서웠던 만쯔, 이케다상이다. 나보다 세살인가 네살인가가 많고
여기서 일한지는 일년이 조금 안된 임시사원이다.
"네. 앉으세요. 앉으세요."
"나 부탁 하나만 하려고.."
"네!"
"한상 메일 주소 좀 확인해줄래? 자꾸 메일이 돌아오거든..."
딱히 친한 사람도 그 반대도 없는 그녀지만 유난히 한상을 귀여워했다.
한상이 그만두고 난 후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계속 연락하며 지냈다고 들었다.
"이상 연락처도 하나 가르쳐줘. 핸드폰 메일 주소도..."
오카베, 하타노, 후쿠다... 아무리 잘 지내는 사이여도 연락처는 잘 물어오지 않는다.
공항 안에서만 좋은 사이일뿐 휴일에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따로 있는 법.
그런 이 바닥에서 친해지기도 전에 연락처부터 물어오는 그녀가 너무 새롭게 느껴졌다.
"이케다상 주소도 알려주세요."
"응. 내가 오늘 메일 보낼테니 그걸 저장하도록 해."
"네."
"근데 이상은 집이 서울이야? 한상이랑은 많이 떨어진 동네인가?"
그렇게 이케다상과의 질의응답이 시작되었다. 사적인 대화는 처음이라 마치 직장 선후배 관계처럼 뻣뻣하고
어색했으나 이케다상은 개의치 않고 계속 질문을 해왔다. 간간히 웃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아, 이분이 이렇게 웃을 때도 있구나.' 놀라울 따름이었다.
"언제 우리 놀러가자."
"네..네?" ;;;;;
"이렇게 일만하고 돌아가면 너무 아깝잖아. 혼자 다니지 말고 연락해."
"네. 알겠습니다."
한상에게 못 다 전한 애정이 이제 나에게 오는건가? 난 터프하고 발랄한 한상과 너무 다른 성격인데...
과연 이쁨 받을 수 있을까;;; 놀러가자는 말이 왠지 빈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성격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녀로부터 메일이 왔다.
'제대로 메일이 도착하려나? 오늘도 수고 많았어. 이번 달 시간표 맞춰보고 휴일 맞는 날 있으면 놀러가자.
힘들게 왔는데 많이 놀러다녀야하지 않겠어? 공항 일 힘들텐데 이상 열심히 하고 있네.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걸어줘. 내일 일찍 출근하려면 빨리 자야지? ^^ 미치코.'
주소 확인차 치고는 너무나 감동적인 메일이었다. 답장을 보내는데도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새로운 길이 환히 열리는 밤이었다. 내일 아침 인사할 생각에 가슴이 뛴다. 아, 부끄러워.
이젠 정말 끝.
금요일.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바글바글댄다.
오늘부터 항공권 바겐세일 기간이란다. 주말 내내 죽었구만...
사원들과 하나둘 눈인사를 하는데 그그저께의 영웅 오카베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달려온다.
"이짱~ 이짱~ 어떻게된거야~ 도대체 왜그런거야~"
"뭘???"
"내 락커 말이야. 얼마나 놀랬는데. 오카베 드디어 이지메 당하는구나 싶었다구!"
아, 커피믹스! 그러고보니 영화 같은데서 이지메 당하는 애들 락커에 지저분한 낙서와 함께
뭐가 막 꽂혀있던 걸 본 것도 같다.
"놀랬다면 미안. 나 그날 메모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키키~ 아니야. 고마웠다구~~~"
점심시간. 오늘도 다른날과 다름없이 혼자 도시락을 뚝딱 해치우고 커피를 마시면서 티비를 보는데
스윽 누군가가 다가왔다.
"옆에 앉아도 되지?"
미야자와 다음으로 무서웠던 만쯔, 이케다상이다. 나보다 세살인가 네살인가가 많고
여기서 일한지는 일년이 조금 안된 임시사원이다.
"네. 앉으세요. 앉으세요."
"나 부탁 하나만 하려고.."
"네!"
"한상 메일 주소 좀 확인해줄래? 자꾸 메일이 돌아오거든..."
딱히 친한 사람도 그 반대도 없는 그녀지만 유난히 한상을 귀여워했다.
한상이 그만두고 난 후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계속 연락하며 지냈다고 들었다.
"이상 연락처도 하나 가르쳐줘. 핸드폰 메일 주소도..."
오카베, 하타노, 후쿠다... 아무리 잘 지내는 사이여도 연락처는 잘 물어오지 않는다.
공항 안에서만 좋은 사이일뿐 휴일에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따로 있는 법.
그런 이 바닥에서 친해지기도 전에 연락처부터 물어오는 그녀가 너무 새롭게 느껴졌다.
"이케다상 주소도 알려주세요."
"응. 내가 오늘 메일 보낼테니 그걸 저장하도록 해."
"네."
"근데 이상은 집이 서울이야? 한상이랑은 많이 떨어진 동네인가?"
그렇게 이케다상과의 질의응답이 시작되었다. 사적인 대화는 처음이라 마치 직장 선후배 관계처럼 뻣뻣하고
어색했으나 이케다상은 개의치 않고 계속 질문을 해왔다. 간간히 웃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아, 이분이 이렇게 웃을 때도 있구나.' 놀라울 따름이었다.
"언제 우리 놀러가자."
"네..네?" ;;;;;
"이렇게 일만하고 돌아가면 너무 아깝잖아. 혼자 다니지 말고 연락해."
"네. 알겠습니다."
한상에게 못 다 전한 애정이 이제 나에게 오는건가? 난 터프하고 발랄한 한상과 너무 다른 성격인데...
과연 이쁨 받을 수 있을까;;; 놀러가자는 말이 왠지 빈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성격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녀로부터 메일이 왔다.
'제대로 메일이 도착하려나? 오늘도 수고 많았어. 이번 달 시간표 맞춰보고 휴일 맞는 날 있으면 놀러가자.
힘들게 왔는데 많이 놀러다녀야하지 않겠어? 공항 일 힘들텐데 이상 열심히 하고 있네.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걸어줘. 내일 일찍 출근하려면 빨리 자야지? ^^ 미치코.'
주소 확인차 치고는 너무나 감동적인 메일이었다. 답장을 보내는데도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새로운 길이 환히 열리는 밤이었다. 내일 아침 인사할 생각에 가슴이 뛴다. 아, 부끄러워.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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