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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오카베는 해결사

by 하와이안걸 2005. 4. 5.
4월 5일. 10시 근무.


큰일이다. 알람이 네번 울리도록 못 일어나고 있다. 새벽 시간도 아닌데 말이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피로누적이 첫 번째가 아닌 것 같다.
김짱이 개강을 해서 나보다 일찍 나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부터인 것 같다.
김짱보다 먼저 나가던 날은 김짱이 깰까봐 확실히 알람소리에 더 신경을 썼으니까 말이다.

어제 자른 앞머리의 어색함은 제복과 함께 더욱 빛을 발하고 말았다;;;
친하다 싶은 모든 사원들은 앞머리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이짱 앞머리 잘랐구나."
"네..;;;"
"직접 자른거지? ^^"
"네..;;;;;; 실패했어요. 많이 이상하죠?"
"응. 근데 귀여운 쪽으로 이상하니까 걱정 마."
"네..;;;;;;;;;;"

오늘은 간만에 베카코너. 하야방인 후쿠다군은 눈이 너구리가 되었다.
몸매 관리 한답시고 밥을 그렇게 안먹으니... 쯔쯔;;;

몽롱해져 있는 너구리 후쿠다에게 코너1의 파견사원 가와이짱이 다가왔다.
"이거 부탁합니다." 하고 후쿠다에게 쪽지를 건네었다. 엥? 이건 무슨 분위기지???

영문을 모르는 너구리는 쪽지를 펴보았고 나도 곁눈으로 슬쩍 보았다. 몽롱한 후쿠다군을 그린 듯한 만화.
후쿠다는 어이가 없어서 어쩔 줄 몰라했고, 나에게도 보여주며 "정말 대단한 아이죠?"라며 웃었다.
건너편 가와이짱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랏샤이마세"를 외쳤다.
스물한살 & 스물두살. 아유. 귀여운 것들. (봄인게야~ -_-;;;)

평화로운 오전은 저녁 근무 미야자와가 센베코너로 들어오면서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고바야시도 저녁 근무여서 미야자와는 고바야사와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자유로이 판매;;를 하고, 고상의 만쯔를 맡은 아메미야상과 더욱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마저도 내 앞머리로 말을 걸더니 자연스레 한국의 미용실 문화로 대화가 이어졌다;;;)
 
집에 갈 무렵 잠시 코너1의 판매를 맡았는데 세금 뺀 가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수증도 필요없다고 해서 이미 손님도 가버린 상태;;; 오차는 32엔.
다행히 큰 돈은 아니었지만 수중에 1엔도 없는 나에게는 하늘이 노래질만한 사건이었다.
허둥지둥.. 친절한 임시사원들을 찾았지만 내 시야에는 무서운 미야자와뿐이었다.
그런데 짜잔~ 우리의 오카베 등장!

"이짱~ 앞머리는 볼수록 재미있군~"
"오카베짱. 나 할말이 있는데~"
"응~ 말해봐~"
"지금 32엔 있어?"
"물론 없지. 왜왜?"
"2번 레지에서 내가 돈을 덜 받고 손님을 보냈어. 32엔이 부족할거야. 어쩌지?"
"아! 레지사고라.. 안되지. 자자~ 침착하게... 침착하게..."

오카베는 능숙하게 나를 데리고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더니 코너2의 시마다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32엔을 구해봐."
"응. 있을거야. 잠깐만.."

시마다는 어디선가 32엔을 구해왔다. 레지마다 주운 동전 또는 플러스 금액(500엔 미만의)을 몰래 모아놓는
비밀장소가 있는 것 같았다.

"이짱. 얼른 2번 레지에 이걸 넣어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퇴근해. 아무에게도 말하지말고. 알았지?"
"응. 정말 고마워. 미안해."
"빨랑 가. 다른 사원들이 눈치채기 전에..."
"응 ㅠ.ㅠ"

임시사원의 역할이란 정사원과 파견사원의 중간고리라더니;;; 이런 긴밀한 관계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일전의 미야자와와 오오츠카 아줌마의 밀담도 이런 것이었을까.
아, 이제 나 역시 발을 들여놓았으니 빠져나갈 수 없으리.

그나저나 오늘의 오카베는 반할만큼 멋졌다. +.+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녀의 락커에 커피믹스를 잔뜩 꽂아두고 퇴근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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