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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아키바는 디스를 안다.

by 하와이안걸 2005. 4. 4.

4월 4일.


아침까지 비가 너무 많이 왔다. 흐리고.. 정말 나가기 싫은 날이었다.
오늘 개강을 맞은 김짱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당의 제비뽑기로 반을 가른다며
비장한 표정으로 문을 나선 김짱. 굿럭!

폭풍같은 주말을 보내고 난 후의 월요일. 왠지 아이란도에 들여보내줄 것만 같았다.
역시 예상적중! 아이란도의 청춘들과 인사를 나누고 판매를 시작하였다.
조금 멈칫멈칫 할 때마다 "이짱! 왜! 괜찮아?"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와주는 친절한 아이란도 팀.

오늘은 아이란도의 막내였던 사토짱이 그만두는 날이었다. 이제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한단다.
얼마 전 한국 여행을 다녀와서 즐거웠다며 재잘거리던 사토짱.
반일감정이 불타오르던 시기에 딱 다녀와서 은근 걱정했는데 관광에는 아무 문제가 없던 모양이다.
돌솥비빔밥, 떡볶이, 붕어빵, 갈비 등등 전부 맛있었지만 최고는 김밥이었다는 사토짱.
그녀의 이름을 오늘에서야 겨우 기억해내었다. 사토 아카네(茜).
아카네는 꼭두서니라는 식물 또는 꼭두서니에서 뽑은 주황색 염료라는데
사토짱이 태어날 때 붉은 노을이 지고 있어서 아버지가 그렇게 지어주셨다고 한다.
부모가 되어 아이 이름을 짓는다는 것,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오전을 넘겨버렸다.
오후에는 월요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사람이 많았다. 정말 깜짝! 놀랬다. ㅡ.ㅡ;;;
아직 아이란도에 익숙치 않은 나는 다시 반찬쪽으로 옮겨졌고 사토짱과도 그렇게 이별이었다.

레지 점검을 도는데 요즘 따라 아키바상과 자주 마주친다.
토미하마상이 그만두고 후임으로 들어온 아키바상. 말수는 적지만 눈빛은 따뜻한 사람.
말로만 친절한 다른 사원과는 달리 내가 불편해하던 조그마한 것들을 조용히 해결해주는 사람.
친해지기는 어렵지만 정말 좋은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점검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가니 아키바상과 하타노가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타노의 호기심은 발동되었다.

"(한국말로) 이 상. 담 배 피 워 요?"
"(한국말로) 아 니 요. 안 피 워 요."
"그게 무슨 뜻이야."
"나 담배 안피운다구요. 저번에도 알려줬잖아요."  
"아, 역시 모르겠어..."

도대체 뭘 공부한건지;;; 한달동안 담배 피워요 안피워요도 넘기지 못하는 하타노.

"이상. 그럼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담배는 뭐야?"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머뭇거리는데 갑자기 구석에 있던 아키바가 대뜸 "디스..."라고 말해버렸다.

"디스? 그게 제일 유명해?"
"응. 마일드 세븐 비슷한 담배인데 많이 피우는 것 같아."
"우와! 아키바상 어떻게 아세요?"

아키바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 그 미소가 왠지 쓸쓸했다.
혹시 한국남자와 뭔가 애틋한 사연이 있던 것은 아닐까.
요며칠 만난 카오리짱으로 인해 한일커플에 대한 호기심에 차 있던 나는
오후 내내 아키바 주연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퇴근 무렵 아메미야상이 다가왔다.

"이상. 저번엔 정말 고마웠어."
"네? 뭐가요???"
"고구마 양갱 받아줘서.."
"내가 더 고맙죠. 정말 잘 먹고 있어요."
"나에겐 너무 많았어. 귀찮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거든."
"아. 네;;;;"
"내 맘대로 갑자기 건네준게 미안했어."
"아니에요."
"아, 이상은 정말 친절하구나."
".... ㅡ.ㅡ;;;"

건너편에서 보고 있던 오카베가 입모양으로 외치고 있었다.

"야바-이! (위험해)"

그래. 오카베가 아메미야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어정쩡하다.  

집에 와서는 앞머리를 잘랐다. 기를까 생각도 했지만 완전 직모라 그런지 계속 눈을 가린다.
다행히 여기엔 눈 가리는 앞머리 스타일이 많아서;;; 특별히 지적 당하진 않았지만
내가 안보여서 불편해 죽을 지경이었다. 지난 번의 실패를 거울 삼아 조심조심...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가운데를 너무 짧게 잘라서 그게 눈썹이랑 이어지면서..
여튼 이상한 모양이 되었으나 더 손댔다가는 완전 영구되겠기에 멈추었다. 아... 분했다. ㅠ.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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