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중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주요 관광지를 다 돌아볼 수 있는
JR 야마노테센을 주로 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상으로만 다닌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이에 비해, 처음 지하철을 타게 되었을 때의 그 비좁음은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눈에 띈 노란색의 포스터.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초등학생은 물론 외국인도 알아볼 수 있게 꾸민 단순한 그림과 메시지가 인상적인
도쿄메트로의 마나-포스타!!!
옛날에 이런 그림을 그린 적도 있었죠. 바로 여기에서 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기분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잊혀지지 않아 도쿄메트로 홈페이지를 찾아보았습니다.
이 포스터의 유래는 도쿄메트로의 전신인 영단지하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1974년 9월부터 매너 포스터(マナーポスター)라는 이름으로 다달이 진행해 왔습니다.
일본에서도 '훔쳐가는 포스터'로 알려졌을 만큼 화제가 되었으며,
작년 9월에는 도쿄메트로 10주년을 맞이하여 긴자역에서 포스터 전시회도 가졌더군요. (아깝 ㅠ)
1. 2008~2009년, 집에서 하자
간단합니다. 집에서 해야 할 일을 지하철에서 하지 말자는 이야기죠.
눕지 말고, 화장하지 말고, 먹지 말고, 바닥에 앉지 않는 등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 잘 지켜지지 않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우리에게도 물론 해당되구요.
정말 이런 사람이 일본에 있을까 싶을 정도의 레벨도 있고,
이건 너무 엄격하지 않나 싶은 것도 있습니다.
당하는 사람의 표정에 주목하시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집 이외에도 바다에서 하자, (운동)부에서 하자, 회사에서 하자 등의 응용편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 일러스트는 요리후지 분페이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낙서 마스터>, <숫자의 척도>, <쾌변 천국> 이라는 책을 냈네요.
완전 마음에 들어서 외근 나간 김에 서점을 뒤졌는데 딱 1권 남은 숫자의 척도 GET!!!
본점에 1권 남은 낙서 마스터는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 휴우.
하지만 <쾌변 천국>은 저의 망설이는 마음을 알았는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네요. ㅠㅠ
한 번 검색해 봤는데 단색 컬러의 만화똥인데도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깊은 생각에 잠겼더랬지요.
초희귀레어템이 되었구만요.
2. 2010년, 다시 또 하자
집에서 하자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이렇게 또 하자는 시리즈가 생겼습니다.
전편이 이런저런 나쁜 습관들을 지하철 안에서는 하지 말자는 메시지였다면,
이번에는 양보, 충고 등 "이렇게 하자!" 는 모범적인 예시가 많습니다.
한 컷이 아닌 여러 컷으로 구분되어 선후 관계를 유추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1.에서 난감해 하던 주변인 얼굴이 웃는 얼굴로 바뀐 것이 좋네요. ^^
3. 2011년, 이런 사람을 보았다.
이번에는 일러스트가 아니라 사진입니다.
귀여운 동물이 주인공이 되어 "나 오늘 지하철에서 이런 사람을 봤어"라고 이야기하는 컨셉입니다.
한마디로 동물만도 못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 거죠.
- 최대한 모여 앉아, 한 자리를 더 만드는 데에 협력을
- 우산의 빗물, 주변에서 맞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 기대어 쿨쿨. 자는 얼굴 옆에는 곤란한 얼굴
4. 2012년, 왜!?
역시 부정적인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가 좋은가 봅니다.
같은 작가의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아닐 듯..)
이런 톤의 그림이 도쿄메트로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이 해에도 느낌표와 물음표를 통해 "왜 당신은 그래야만 했느냐"며 좀 더 직접적인 안타까움을 전합니다.
- 왜, 그렇게까지 해서 타야만 하나요?
- 왜 기침을 주변에 튀게 하나요?
- 왜 그렇게 큰 소리인가요? 즐거운 것은 알겠지만.
5. 2013년, 매너는 마음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매너는 마음에서부터 만들어진다는 뜻이겠지요.
이번에는 하자와 하지말자가 골고루 섞여 있네요.
- 새로운 생활의 시작은 여유를 가지고 스마트하게!
- '여기 앉으세요' 한 마디, 기쁜 마음 씀씀이
- 당신이 모르는 민폐. 뒷사람에게도 주의를.
6. 2014년, 미테루 짱
그림이 좀 더 귀여워졌네요. 특히 한자를 모두 뺀 카피가 인상적입니다.
히라가나만 읽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고 있다'는 뜻의 미테루 짱이 승객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호루라기를 불며 협력을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 쉿! 소리가 좀 크네요.
- 빗물이 튀지 않게 해 줘.
- 큰 짐은 부딪치지 않게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해마다 중복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먹지 말고, 떠들지 말고, 짐 조짐, 우산 조심 등등이죠.
예방학이 발달한 일본의 특성상 기침이나 재채기에 대한 매너도 많이 언급되는데요.
황사와 미세먼지로 점점 고생할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미션 같습니다.
<참고 사이트>
도쿄메트로 홈페이지
http://www.tokyometro.jp/index.html
도쿄메트로 매너포스터 페이지 (2011년부터 게제)
http://www.metrocf.or.jp/manners/manner-poster.html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 홈페이지
http://www.bunpei.com
도쿄메트로 긴자선 리뉴얼 페이지 -> 이 포스터도 너무 좋아요!
http://www.tokyometro.jp/ginza/index.html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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