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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배워야 산다

너의 의자 프로젝트

by 하와이안걸 2015. 4. 30.

사람과 숲에 관한 무인양품의 칼럼을 보다가 '너의 의자'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 현대자동차 보고를 준비하면서 자원의 선순환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접하게 되었는데요.

여기에서는 '너의 의자' 프로젝트, 그리고 숲의 순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쇳물-자동차의 순환이 아닌 숲-나무의 순환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선 '너의 의자' 프로젝트를 알아야겠지요.



세상에서 하나뿐인 '너의 의자'


"태어나 줘서 고마워. 너의 자리는 여기에 있단다."


너의 의자 프로젝트君の椅子プロジェクト란,

홋카이도北海道 아사히가와旭川 가구 장인들이 만든 세상에서 하나뿐인 의자를 

갓 태어난 아이에게 무상으로 보내주는 지역 프로젝트입니다.

소중한 아이의 탄생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축하해 주자는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2006년, 당시 아사히가와 대학원의 교수였던 이소다磯田 대표의 세미나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아사히가와는 원래부터 순수한 목재를 사용한 핸드메이드 가구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합니다.

이 근방 다섯 마을의 가구 장인들의 협조로 이 프로젝트는 실행에 옮길 수 있었고

각각의 공방의 특성이 묻어난 이 작은 의자에는 태어난 아이의 이름, 생년월일, 일련번호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

(좌 : 장인들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의자들. 우 : 아이의 이름이 인쇄된 하나뿐인 의자. 2013년 4월 1일에 태어난 켄 군의 의자네요.)





컨셉은 '가장 가까운 이웃 向う三軒隣' 


向う三軒隣는 맞은 편 세 집과 양옆의 두 집을 뜻하는 말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입니다.

이를 프로젝트 컨셉으로 잡은 이유는 지역의 경제성이나 편리성을 추구하기보다 

친절하고 따뜻했던 기존의 지역 네트워크를 작게나마 회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너의 의자'를 통해 홋카이도의 잠재력을 소생시키고 싶다는 바람도 들어있고요.


실제로 이 의자를 접해보면, 아담한 크기와 순수한 나무 감촉에 어린 아이를 대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앉고, 붙잡고, 테이블로 사용하는 등 자신의 첫 의자와 친해지는 아이를 상상해 보세요.






의자는 추억을 기억하는 장치


아이에게 의자는 추억을 기억하는 장치라고 합니다. 의자는 다른 장난감과 달리 평생 함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 낡으면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우는 시대지만, 이런 의미가 담긴 의자라면 평생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훗날 아이가 자라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줄 수도 있겠죠. 이소다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의자의 존재를 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걸로도 괜찮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도중, 이 의자가 나의 탄생을 축하해 준 증표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의자를 잊어도, 의자는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3월 11일, 희망의 '너의 의자'


2011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소다 대표는 지진 당일인 2011년 3월 11일에 도호쿠 지방에서 태어난 아이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온 104명의 아이들. 경험한 적도 없는 큰 혼란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이소다 대표는 '희망의 너의 의자'라는 이름을 붙여 보냈습니다.


실제로 책으로도 출간되었는데요. 도호쿠 및 홋카이도 신문사에서 합동으로 엮은

'3월 11일에 태어난 너에게'라는 책에는 '희망의 너의 의자'를 받은 부모들의 수기가 있습니다. 

태어나기 전후 일상의 차이, 아이의 탄생을 축하받아도 좋은지에 대한 갈등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 엄마는 이 의자를 받고나서야 처음으로 아이의 존재를 마음껏 기뻐했다고 합니다. 솔직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네요.



(1. 책 '3월 11일에 태어난 너에게' 2. 후쿠시마福島에서 태어난 아이와 눈을 맞추는 이소다 대표 3.​ 3.11일에 태어난 후쿠시마의 아이와 그 엄마들)




'너의 의자'의 확장


홋카이도 아사히가와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너의 의자 프로젝트'는 홋카이도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2009년부터는 이 뜻에 동참하고 싶다는 전국 각지의 부모들이 '너의 의자 클럽'을 만들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를 방문하시는 분은 삿포로 시내의 '너의 의자 공방학교'를 구경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좌 : 너의 의자 공방학교에서는 매년 디자이너와 제작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진심을 담아 시작된 '너의 의자 프로젝트'는 일본 전역에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여기에 덧붙여 '그렇다면 나무는?'이라는 큰 질문을 했네요.

여기서부터는 무인양품의 순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의 안식처


'너의 의자'의 소재는 오랜 시간 성장한 숲의 나무입니다. 

의자를 선물 받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월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높게 자라난 나무가

의자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생명의 안식처가 되는 것이죠.

이러한 생명 순환의 의미를 세대를 넘어 이어가기 위해 2012년부터 활엽수 모종을 심는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소는 홋카이도 다이세츠야마大雪山 산봉우리가 보이는 히가시가와東川 마을 교외입니다.

'너의 의자를 위한 숲'이라는 이름의 이 장소에서 날씨 좋은 늦가을의 어느 날 200명의 참가자가 모여 나무를 심었습니다.

젖먹이를 안고 온 사람,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려온 사람, 두 아이를 데려와서는 

곧 셋째 아이를 위한 의자가 도착할 예정이라며 웃는 임산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3대가 출동한 가족 등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너의 의자'를 선물 받은 아이들의 가족입니다.




미래를 심는다


이날 심은 나무는 총 200그루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수백년을 사는 나무로 

가구로 사용하기까지는 200년에서 3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현장의 식수 전문가는 이렇게 외칩니다.

 

"심는 사람의 마음이 나무에 전해집니다. '높이 높이 자라라!'라는 마음으로 심어주세요."


'너의 의자'는 시공간을 초월한 프로젝트입니다.

오늘 심은 나무가 자라는데는 200년 이상이 걸리지만, 삽을 든 작은 손이 시간을 뛰어 넘어 그 아이의 아이와 손주들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활동이 큰 파도처럼 널리 퍼져 다음 세대에 남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오늘 심은 나무 한 그루는 단순한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홋카이도의 희망, 일본의 꿈이 될 것입니다.




​(나무를 이용한 의자 - 의자를 받은 아이 - 아이가 심는 새로운 나무)



지역 재생을 위해서


오랜 시간을 들여 키워온 숲에서 나온 목재는 좋은 디자인과 장인의 기술을 거쳐 '너의 의자'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것은 풍부한 산림을 배경으로 한 홋카이도의 잠재력을 살리고, 지역 장인의 기술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수입된 목재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지역 재원의 가치를 느끼고, 지역 안에서 마음을 담아 사용하면

'현실감 있는 이어짐'을 통해 순환형 사회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너의 의자' 프로젝트로 형성된 가족-커뮤니티- 지역산업이라는 테두리에 

홋카이도의 자연-산림에서 일하는 사람들-지역 재생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라는 다른 하나의 테두리가 더해져 

훨씬 더 큰 가능성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10년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온 '너의 의자' 프로젝트는 홋카이도 이외 지역에도 널리 퍼져

2015년부터는 6번째 지자체로 나가노長野 현 신주信州의 남쪽 끝에 있는 우루기売木 마을이 참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인구 약 600명의 작은 산골 마을의 참가는 의자에 담긴 커뮤니티 재생에 대한 염원이 

지역을 뛰어넘고 바다를 건너 거대한 테두리가 되는 첫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안식처를 만들면서 인간과 숲을 이어주는 활동,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처)

http://www.hokkaidolikers.com/articles/2188

http://www.muji.net/lab/living/141203.html



*

목수가 되고 싶어지는 글이다. :)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 자체에도 큰 매력과 감동을 느꼈지만

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무인양품의 +알파의 활동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무인양품은 사물에서 집으로, 집에서 밖(캠핑)으로, 

더 나아가 더 넓은 커뮤니티(사회, 지구)로 시야를 넓혀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이들의 칼럼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지역 커뮤니티'.

올해 내 마음을 가장 움직인 그들의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미래는 시골에 있다.





시골에 가자.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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