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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배워야 산다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자! - 제과편 (1) 버터쿠키

by 하와이안걸 2018. 4. 12.


글 제목은

네네. 중쇄를 찍자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ㅋㅋㅋ




마흔을 넘으니 뭐든 공부로 느껴진다.

검색 하나도 허투로 할 수 없고

허투로 한 검색 결과에도 눈물 터질만큼 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가만히 일감을 기다리기만 했던 실패한 프리랜서여. 

재주 많다는 소리에 만족하며 살던 취미부자여.

굿바이. 아디오스. 사요나라. 그리고 안녕...

이제 어디든 부르면 달려갈 수 있는

진정한 일꾼으로 거듭나리라!




시작은 검색이었다.

뭔가 배울 수 있는 장소는 많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미묘하게 결이 달랐다.

결만큼 가격도 달랐다. 쎄한 곳은 싸고 혹한 곳은 비쌌다.

오픈과 무섭게 마감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글 하나만 남겨도 전화가 폭주하는 곳도 있었다.




그중에서 후기도 좋고 가격도 좋은

위치는 좀 멀지만 마음만은 친숙한 마포에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곳은 바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중부여성발전센터.

참고로 우리 엄마는 최근까지 여기서 병풍과 표구를 배우셨다.

강화도에서 마포까지 어떻게 다니셨을까...

난 엄마처럼 되려면 아직 멀었다.  





제과제빵 중에서 제과 3개월을 먼저 끊었다.

자격증 취득반으로서 실기 시험에 나오는 24가지의 제과류를 주 2회, 3개월에 걸쳐 배울 것이다.

칠판에 쓴 필기를 바탕으로 연습해도 되고 각자 책을 사도 된다. 

교재를 권하지도 않고, 말씀도 예쁘게 하시는 선생님이 첫날부터 아주 마음에 들었다.







두둥. 남편도 같이 배운다. ㅋㅋㅋㅋㅋ 

여성발전센터지만 정원의 20%는 남자도 받는다.

(이번 기수는 정원 28명인데 남자가 3명이다.)



남자들만 가득한 개발 회사만 다니다가

갑자기 여자 많은 교실에 들어오니 

안절부절 못하는 정도를 넘어 도망치기 일보 직전인 남편.



조원들이 농담을 건네도 웃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없는 4층이라 들락날락 하지도 못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당장 취소해'라는 사인이 전해져 왔다.



오늘만 버티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하나.

나도 같이 취소하고 오전반으로 옮길까. 별의별 생각을.

 




쫄아서 사진도 많이 못찍었다. ㅋㅋㅋ

갑자기 결과물 등장! ㅋㅋㅋㅋㅋ

어찌어찌 하다보니 완성된 첫 작품!




교실 안 가득 퍼진 버터 향기에 

절로 살이 찌는 듯 하여 창문을 여니 

밖에서는 마포갈비 냄새로 역공을 한다.

이거 세기의 대결이구먼.






첫날의 과자. 버터쿠키.

8자로 돌린 리본모양과 동그랗게 쌓아올린 장미모양 두 가지다.

버터링 쿠키맛이 난다. 그런데 따뜻하다.

갓 구운 쿠키는 이런 맛이구나. 






식히는 동안에도 남편은 안절부절. 

그를 보는 나도 안절부절. 

조원들도 '저 부부는 대체 뭔가' 말 시키고 싶은데

분위기 안좋으니 표정 살피며 덩달아 안절부절. ㅋㅋㅋ






그래서 등장한 중재위원회가 바로 석양집 ㅋㅋㅋ

센터랑 완전 가까운데다 저녁도 굶은 지라 안들를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굶어서 화가 났...)






자, 먹으면서 이야기 해 보자. 술도 시키자.






취소하네 마네 실랑이하다가 결국은 

다음 시간까지 유예 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버스는 그날따라 만석에 정류장 계속 통과하고... 

날씨는 또 살벌하게 차갑고...

그런데도 택시는 잡을 수 없는 경기도민의 슬픔이여. ㅋㅋㅋ

 






다음날 커피와 함께 먹어보니 세상에 꿀맛꿀맛.

조금 달달한데도 그게 싫지 않고 

버터향과 진하게 어우러지는게 커피와 완전 찰떡이다.




마다하는 남편 가방에 억지로 한 무더기 넣어 보냈는데

출근하자마자 카톡이 왔다.

회사 사람들이 너무 잘 먹고 좋아한다고...

약간 기분이 풀린 것 같다.




야호. 잘됐구나!!!!

다음 시간에 웃는 얼굴로 만납시다요!!!!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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