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의 펀치라이팅 2기
1주차 과제 - 리뷰
빅뱅 [M]
3년 만의 신곡이 공개되던 밤, 나는 SNS를 통해 지인들의 반응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아무도 좋다 싫다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저 '헉' 소리로 가득할 뿐.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일단 싸구려는 아닐 것이다.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제대로 우려낸 사운드가 있을 것이고, 10년차 아이돌의 노련한 보컬과 랩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헉'의 근원은 무엇인가. 듣자마자 뇌리에 박히는 몇몇 단어들과 이를 시각화하여 2차 충격을 가하는 넉살과 자신감이었다. 달갑지 않은 루머로 인한 멘탈의 강화일까. 듣고도 (혹은 보고도) 말문이 막힐 만했다. 음악을 통한 이런 경험은 흔치 않은 것이니까.
첫 곡 'Loser'는 제목부터 승자였다. 같은 차트 안에 있는 백전노장들의 구구절절한 변명(어머님이 누구니, 한번 더 말해줘)에 비해 간결하고, 아찔한 걸들의 애매한 감탄사(Ah Yeah, Awoo)보다 명확했다. 외톨이, 겁쟁이, 양아치, 머저리, 쓰레기가 입에 쩍쩍 붙는 라임이 되고, 이는 단순한 멜로디의 후크와 만나 무한 반복된다. 하지만 이를 듣고 주어를 빅뱅으로 여기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리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이 맞고 뒹굴고 쓰러져도 그들은 주인공. 외톨이부터 쓰레기는 각자의 쓸쓸한 기억과 만나 듣는 이의 것으로 온전히 남는다. 연민이 느껴지는 태양의 절절한 보컬만이 균형을 맞출 뿐이다.
두 번째 곡 'Bae Bae'는 '자칭 루저'들이 흥이 충만한 광대로 변신할 수 있도록 판을 벌인다. 약을 탄 듯 기분이 좋아지는 기타 리프를 바탕으로 지드래곤, 태양, 탑으로 이어지는 힘 있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맏형들의 활약은 뮤직비디오에서도 발군이다. 온갖 신기한 배경과 소품에도 지지 않는 그들의 자연스러움은 낯선 단어들까지도 거뜬히 씹어 삼킨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찹쌀떡과 함께 지구를 떠나버린 그들은 다시 오지 않을 (전원 20대로서의) 청춘의 환희를 만끽한다. 마치 10년의 속내가 폭발한 듯 우주로 튕겨나가 스스로 행성의 주인이 된 것이다.
마치 극과 극의 상황인 것처럼 연출했지만 결국 'Loser'의 쓰레기도 'Bae Bae'의 소중한 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승자와 패자를 끊임없이 양산하는 현실 속에서도 사랑의 감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해탈한 듯 환한 얼굴로 마음껏 농을 던지는 그들은 이제 음악은 듣는 이의 몫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듯 하다. 하지만 이 황당함이 불편하지 않다. 지금까지 수많은 성공 매뉴얼에 시달려 온 리얼 루저들에게 먼 행성에서 전하는 절정의 경험은 어쩌면 희망이기 때문이다.
*
칭찬 : 구성과 문장이 나쁘지 않고, (빅뱅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두 곡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자기만의 관점을 드러낸 점이 좋다. 수록곡과 가수의 커리어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였기에 글의 재미도 찾을 수 있었다.
전문가의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것도 평소에 '저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선생님 입에서 나온 이야기라 감격.
물론 억지스럽고 유치한 부분도 보였을텐데 시간 관계상 많이 생략된 것 같다. (반성은 마음 속으로 충분히...)
이 날은 들떠서 뒷풀이에도 갔다. 이 나이에 주책도 못부리겠고 눈치보는 것도 힘들고 그렇더라.
앞으로 술자리는 미혼의 청춘남녀에게 양보하세요. 사회자 할거 아니면. (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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