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의 펀치라이팅 2기
2주차 과제 - 칼럼
아이유법의 본심 - 24세 이하 주류 광고 금지는 합당한가
며칠 전, 아이유의 참이슬 지면 광고가 새롭게 공개되었다. 포스터 속 그녀는 참이슬 빨간병을 들어 보이며 소주의 오리지널은 역시 두꺼비임을 강조했다. 지금껏 보아 온 소주 광고 모델 중에 역대급으로 건전한 복장이었으나 총기 있는 눈빛 만큼은 그 어떤 모델의 아우라에 뒤지지 않았다. 이번 지면 광고는 두 가지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주류 계의 '허니버터칩'이라 불리는 '처음처럼 순하리'의 폭풍적인 인기에 대한 정통성의 반격과,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24세 이하 주류 광고 금지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 이 포스터 안에 모두 녹아있는 것이다. 선정적 노출이나 자극적인 멘트 없이도 소주잔과 제법 잘 어울리는, '유해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성인 아이유의 소주 광고는 무엇 때문에 화제가 되는 것일까.
문제의 법안은 2012년 7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되었다. 정확한 명칭은 국민건강증진법의 일부개정안(이하 '아이유법')으로 연예인, 운동선수를 포함하여 만 24세 이하인 사람은 주류 광고에 출연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내용이다. 이들의 광고가 미성년자와 20대 초반을 비롯한 청소년과 국민들의 음주를 조장하여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스포츠 스타 김연아 선수의 하이트 맥주 광고로 인해 시작된 이 법안은 지난 달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통해 3년 만에 '아이유법'으로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당시 21세였던 김연아가 또 한 번의 올림픽을 치르며 24세를 통과하는 동안, 새로운 주류 모델의 등장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우선 왜 하필 24세인지부터 따져보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음주가 가능한 나이는 만 19세가 되는 1월 1일로 정해져 있다. 투표권은 만 19세부터이고 운전면허취득은 (차종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만 18세부터 가능하다. 그런데 왜 대학을 졸업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 24세인 걸까. 이에리사 의원의 주장에 의하면 '청소년기본법'에서 제정한 청소년의 나이가 9세부터 24세까지이므로, 24세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청소년의 육성과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청소년기본법의 취지에는 다소 부합하나,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청소년보호법'의 기준은 만 19세이므로 명확한 논리라고는 할 수 없다. 아무리 근거가 있는 숫자라 할지라도 만 24세는 학업과 사회생활은 물론, 결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어엿한 성인이다.
이들을 모두 청소년으로 묶어서 판단했다는 점은 젊은 세대를 향한 기성 세대의 왜곡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에서 벌어지는 불상사도 법으로 막아야하고, 어린 학생들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문제도 국가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사태들은 어떠한가. 정작 보호받아야 할 환경의 개선에는 소극적이면서, 음주라는 프레임 안에 '20대 청소년'을 새롭게 정의하고, 진정한 청소년인 10대는 그마저도 못한 분별력 없는 존재로 하대하는 것이다. 20대의 경제적 독립을 막는 것이 오르기는 커녕 지켜지지도 않는 최저임금제라면, 정신적 성장을 막는 것은 20대마저 '품안의 자식'으로 유약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또한, 술이 아닌 사람을 규제하는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과연 김연아와 아이유가 표적이 된 것은 우연일까. 한때 둘은 싱글 앨범을 같이 냈을 정도로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대한민국의 대표 요정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가치는 탄탄한 실력과 노력에 기반한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가는 완벽한 인격체에게 왜 주류 광고가 문제인 것일까. 언제까지나 그들을 청순한 소녀로 가두려는 변태적인 시선은 아닌지, 늘 모범이 되고 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이 되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이 그토록 염려된다면 술에 대한 규제가 먼저이다. 유통을 부분적으로 규제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등 원인이 술에 있다면, 술 자체의 흐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광고탓, 사람탓을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행히도 이 '아이유법'은 국회법사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로 회부되어 4월 임시국회의 처리는 무산되었다. 위헌의 소지가 있고 외국의 자율 규제 사례 등으로 인해 전체 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뜨거운 여론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 조사에 참여한 60%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아이유의 소주 광고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한 여당 의원의 과잉 보호로 볼 수만은 없다. 법안에 반대하거나 의견을 유보한 나머지 40%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0대 이상의 경우 절반 이상이 '문제가 된다'고 답했다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세대 차이에서 오는 불협화음이 너무도 많다. 가족 간의 소통도 점점 쉽지 않고, 학교에서나 일을 할 때에도 선후배 간의 관계가 큰 어려움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문제점이 정치에까지 이어진 지금,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법안을 내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자유다. 이에리사 의원의 청소년에 대한 판단도, 스포츠 후배 선수를 우려하는 마음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술은 기쁠 때에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20대가 왜 소맥을 마시는지, 그들의 부모님은 왜 소주를 찾는지 그 깊은 속내를 구조적으로 접근하려는 진심이 필요하다. 소주 한 잔의 위로도 되지 못하는 지금의 탁상행정에 당분간 술이 고픈 밤은 계속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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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 긴 글로 주장할 수 있도록 정보와 자료 조사가 이루어졌다. 네 번째 단락에서의 경제적, 정신적으로 구분하여 논지를 펼친 부분이 좋다. 다만 '변태적'이라는 다의적인 표현에 오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하며 불필요한 피동 표현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주장, 논리, 토론 이런 것들에 정말 약하다보니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였던 과제다.
어느 날 책상 위의 참이슬 아이유 달력 (희귀템이라면서요)을 보고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멍청한 법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밑도 끝도 없이 길어졌다. 주장의 근거도 두 가지로 명확하게 펼치고, 무게 중심도 잘 잡았어야 했는데
24세를 까는 것에 너무 몰입해서 ㅠㅠ 나 역시 나이에 집착하는 결과가 나왔다 ㅠㅠ
하지만 이렇게 긴 글을 오랜만에 썼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마라톤을 뛴 기분이다. (모르면서)
오늘 재방송으로 봤던 비정상회담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진쌤이 나와서 더 그런 것인지도.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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