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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란,

by 하와이안걸 2005. 3. 30.

3월 30일.

이제 다들 자켓을 벗고, 블라우스+조끼만 입고 일을 한다. 나도 그래볼까? 하고 조끼를 입어보고는
답답함에 슬며시 놓았다. 아, 처음부터 너무 작은 옷으로 신청했더니 이 고생이다.
치마의 압박은 이제 해방되었는데 (살이 빠진건지 치마가 늘어난건지;;;) 이젠 또 조끼가 압박이다.
날도 풀리고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데...

내일부로 한상이 그만둔다. 난 내일 휴일이라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과자세트를 사서 주었다.
생각보다 많이 섭섭했다.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고 5년 만에 돌아가는 한국.
취업 활동부터 새로 시작할거라는데 얼마나 적응안되고 힘들까 생각하니 안스러웠다.

한상과 친했던 여러 사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다. 4층에 있는 공항 내의 일반 레스토랑이었는데
런치가 천엔이었다. 함박스테이크, 스파게티, 카레, 오므라이스...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란도의 구보라는 아이의 말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툴툴거리면서 되게 웃긴.

오후 시간에는 사원으로부터 아이란도 상품 설명을 받았다. 드디어 아이란도 입성.
함께 점심 먹었던 몇몇이 아는 체를 하며 인사를 해 주었다. "오! 이짱 아이란도 데뷰?"

말그대로 섬처럼 동그란 판매대를 돌며 설명을 듣고 메모를 했다.
한바퀴 돌 때마다 메이커 사원들은 잘 부탁한다 인사를 하며 저마다 시식용 과자를 한아름 담아서 안겨주었다.
구보가 담아준 것은 우리나라 땅콩강정 비슷한 센베였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딱한마디. "먹을만 해."

사무실에 들어가니 하타노가 마구 혼나고 있었다. 한국 무비자가 되면서 이번 주부터 한국인 사원들에게
"한국말합니다" 라는;;; 뱃지를 달아주기로 했는데, 내 뱃지를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주었나보다.
때마침 내가 들어왔으니 그들은 쪽팔려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나에게 미안하다며 새로 주문을 했으니
다음 주 중에 꼭 달고 일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시 하타노를 잡았다.

"아니, 그 뱃지를 왜 무라야마상에게 준거야?"
"아니.. 그게.. 그 분이 한국말을 잘하는거 같길래..."
"그게 말이 돼? 그럼 이상은 한국말을 못해서 안줬어? 어쩌구저쩌구.."

듣다가 내가 다 민망해서 바로 나왔다. 알고보니 무라야마상은 일본인과 결혼했다 이혼한 한국 아줌마였다. 
가끔 보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곤 했는데 그걸 또 호기심 많은 하타노가 알아냈나보다.

집에 와보니 한상이 문자를 보냈다. 구구절절 다 옳은 말이고 고마운 말들이었다.
출국 전까지 시간은 많지만 따로 볼 일은 없을 거라는걸 서로 잘 안다.
함께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받아볼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떠나보내는 건 참 쓸쓸한 일이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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