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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04-2006, Japan

카메라, 얼마면 되니!

by 하와이안걸 2005. 3. 31.
3월 31일. 휴일.


오늘부로 한상과 함께 와가시깡 주임으로 있던, 넘버투;;; 토미하마상도 그만두는 날이다.
이성미랑 똑같이 생긴 그녀. 다른 사원과는 달리 모두에게 존대말을 쓰던 착한 그녀.
얼마전 레지사고로 인해 점장에게 깨지고 펑펑 울었다던 그녀.
십년의 경력을 접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
나름 정들었던 그녀의 마지막 인사를 직접 듣지 못해서 아쉬운 휴일 오전이다.

오늘은 크림이 똑 떨어져서 간만에 화장품 구경을 나설 참이었다. 날씨도 좋고...
스웨터 하나만 걸치고 무작정 나갔다. 꾼 돈 갚고나니 이번 달도 빠듯하다.
월급날까지는 허리띠 꽉 졸라매고 살아야 할터인디.. 아, 얼굴에 바를 크림이나 있을랑가 모르겠다. ;;;

우선 방값을 내기 위해 스가모역앞의 은행을 들러 다시 오오츠카 역으로 갔다. 미리 돈 좀 뽑아둘걸.
간만에 초스피드로 왔다갔다 하려니 숨차다. (은행이 3시까지라;;;) 역시 말일에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는 무사히 송금완료.

다시 스가모역으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본 리코 서비스센타를 찾아가기위해.
스가모 1-14-9 나카노빌딩 3층. 전화문의는 이제 질려버려서 무작정 주소만 안고 찾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여기는 주소만으로도 꽤 찾을만해서 은근 기대도 되었고.

간만에 느껴보는 봄기운. (오랜만에~ 느껴보는~ 음음~ 느껴보는~)

찾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렸으나 간만에 걸으니 좋았다. 알고보니 역이랑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접수 언니는 얘가 어디가 안 좋은지 겉만 봐도 다 아는 듯 했다;;;
카메라 건네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일이 없었다. 언니는 카메라를 스윽 보더니 뭔가를 죽죽 적어내려갔다.

- 스토랍뿌 (액정에 줄;;)
- 렌즈카바
- 밧데리

아, 밧데리를 호환용으로 끼워간게 실수였다. 정품밧데리를 껴서 갔어야하는데...

"대충 얼마나 나올까요?"
"원인에 따라서 다르지만.. 8천엔에서 3만 3천엔까지요."
"헉;;;"

핸드폰이건 디카건 액정이 고장나면 하나 사는게 더 낫다고들 한다.
그래도 하나 사는 것보다 천엔이라도 싸면 고쳐서 쓰리라!!! 하는 마음으로 온 것인데;;;
3만 3천엔이면 넘겨도 너무 넘겨주는 가격이다. ;;; 아, 얼마를 각오해야 하는걸까.
인간적으로 8천엔과 3만 3천엔의 간격은 너무나 크다 -_-+

일단 원인이 밝혀지면 전화 주기로 했다. 전화로 또 뭔소리를 할지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건 해결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애매한 시간. 무작정 걸었다. 이케부쿠로를 향한 새로운 지름길을 발견하리라 목표를 삼고.
그러나 영 꽝이었다;;; 완전 돌아돌아 평소보다 두배는 더 걸린 것 같았다.
여기 이정표는 영 안좋다. 너무 광범위하다. ;;;

이케부쿠로에서 화장품 구경을 했다. 역시나 좋은건 너무 비싸고 싼거는 왠지 걱정된다.
아, 나이가 든걸까. 아무거나 못쓰겠다. 바디샵에서 사야겠다 싶어서 선샤인시티로 들어가는데
카드를 만들라며 나를 잡는다. 보니 상품도 빠방하다. 그래. 오늘도 한건 하자.

설명을 듣고 신청서를 쓰려고 하자 친절하던 애가 갑자기 얼굴을 바꾸더니 묻는다.

"근데 일본분이세요?"
"아닌데요."
"영주권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학생이세요?"
"아니요. 회사 다녀요."
"아... 영주권 없으시면 힘들 것 같은데요. 죄송합니다."

당연한 말인데도 쪽팔렸다. 일찍 말해줄것이지. ;;; 갑자기 김이 확 새서 아무것도 안사고 그냥 돌아왔다.
그냥 오랜만에 많이 걸은걸로 족한 그런 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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