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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홋카이도 여행기 5 (20160123) - 귀국

by 하와이안걸 2016. 2. 17.



아, 큰맘 먹고 땡긴 닷새인데도 이렇게 짧다.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7시 반에 일어나 8시 반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삿포로 라이프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일찍 체크아웃을 했다.


남편의 한결같은 고봉밥에 박수를



9시 반에 택시를 타고 삿포로 역에 도착.
아, 오늘 기사님의 취미는 드라이브였다. ㅠㅠ
(또 봬요. 안전 운전하시길 ㅠㅠ)

쇼핑몰 개장 전에 공항철도 시간을 봐 두고, 가까운 코인락커에 짐을 맡겼다. 캐리어 2개 600엔.


10시. JR 타워의 모든 쇼핑몰 개장. 
우리는 갭에 돌진하여 각자 사이즈를 훑었다.
남편은 하나 남은 XL 스웨터와 셔츠를,
나는 어제 봐 둔 패딩을 고민 없이 추가하여 30분 만에 쇼핑 완료. (사전답사의 중요성!)
외국인 패스포트 추가 할인까지 받아서 3벌에 8만원 정도 준 것 같다.
아, 이건 일본에서 맞는 블랙프라이데이?!
일본의 1월, 7월 세일은 역시 아름답다.


오랜만에 화장실 셀카. 이 패딩이 2840엔



남편은 삿포로역 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도토루 1층 흡연실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나는 같은 건물 6층의 시세이도도 아닌 산세이도, 삼성당(三省堂) 서점으로 뛰어올라갔다. 



역에서 조금 더 가면 기노쿠니야(紀伊国屋) 서점도 있었지만 시간이 없으니 가까운 곳으로!


검색용 컴퓨터 화면 (이 책은 여기도 절판이냐!)

오늘은 만화책을 보러 왔어요.


일본도 역시 만화책 대부분이 비닐 포장. 
대신 이렇게 소책자가 비치되어 있어 (테스터처럼) 그림체와 스토리 일부를 미리 볼 수 있다.
아플 때 뭐 먹지? 도 이렇게 소책자 샘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Q. 책등에 보이는 한자를 모두 읽어보시오.

미술관, 두부(두부멘탈의 두부임;;), 애견, 연애, 여자 30세, 해외, 결혼...
왠지 모르게 '나 혼자 산다' 느낌. 역시 이곳도 우리랑 비슷하게 3,40대 여성이 구매층인 듯. 


홀딱 반해버린 스타일링 일러스트북

잡지보다 더 와 닿았던 스타일링, 코디 일러스트 책들 중 하단 중앙의 책을 한권 사왔다.
분홍색 띠지의 '40대'가 보이는가. ㅠㅠ


일러스트 코너의 셀프 일러스트 책들


컬러링 광풍에 이어 다음은 그림 그리기?
그림이 모두 자유롭고 천진하고 귀엽다 ㅠㅠ 
몇 권 사오고 싶었지만 한국에도 번역본이 있을 수 있으니 이건 다음 기회에! 
세 시간 가까이 만화책만 뒤졌는데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ㅠㅠ
그래도 엄선한 다섯 권을 안고 계산대로 직행! 여기서도 JR 타워 웰컴 쿠폰을 사용했다. 아이 좋아.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내가 골랐다.
홋카이도의 명물 음식인 스프 카레, 미소 라멘, 징기스칸 등을 모두 마다하고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초밥, 텐동, 규동, 닭튀김을 선택한 우리 ㅋㅋㅋㅋ
마지막만큼은 삿포로 명물을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숯불 돼지구이 덮밥인 부타동(豚丼)집 잇핀(いっぴん)으로 향했다.


뭐든 있는 JR 타워 식당가!  
첫날 먹었던 하나마루 스시집 옆에 있는 잇핀 앞에서 세시간 만에 남편과 재회했다.
 


혀를 내민 듯한 부타동의 자태. 842엔.

뚜껑을 열면 이런 모양!


삿포로 병맥주 하나를 시켜서 마지막 건배를 외치고 찹찹 흡입 후 여유롭게 공항으로 향했다.


역에서 공항 터미널로 향하는 길


여기까진 분명히 여유로웠는데... 그런데...
출국 게이트 주변에 비정상적으로 사람이 많았다. 몇 백명이 출국 게이트 앞에 그대로 서 있는 상태?
그래.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그럴 수 있지... 단체인가부지...



티켓팅 줄도 만만치 않아서 일단 창구 앞에 줄을 섰다. 
차례가 되어 짐을 맡기고 티켓을 받고 (비상구 좌석 당첨!) 출국장에 들어가려는데
아까 봤던 몇 백명이 줄지 않고 그대로였다. ㅠㅠ
탑승 시간까지 1시간 남짓 남은 상태였다.



좀처럼 줄지 않는 인파... ㅠㅠ
티켓팅도 아니고, 출국 심사도 아니고, 게이트에서 줄을 이렇게 서 본건 처음인 것 같다.
(얼마 전 뉴스에서 다시 봤다. 설 연휴 직전의 공항 풍경...)
시간표를 보니 4시 비행기가 (내 비행기 포함) 3대인데 그 인원 그대로 줄을 서 있는 듯 했다.
처음에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키득거렸는데 3시 반이 넘어가니 초조해졌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4시 홍콩으로 출발하는..."


안내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십 여명의 무리가 줄을 이탈하여 앞쪽으로 돌진한 것이다.
갑작스런 새치기 상황에 여기저기서 최소 3개 국어의 욕이 터져나왔다.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고백투더풔킹라인!!! 고백투더풔킹라인!!!



3시 50분이 되자 티웨이 피켓을 든 언니가 우아하게 등장하여 인원 체크를 했다.
우리를 비롯한 한국 관광객들이 손을 들었고, 혹시 앞으로 빼주나 기대했으나 알았다고만 하고 다시 우아하게 사라졌다 ㅋㅋㅋ
남편은 옆에서 '외국에서는 이래도 정시에 비행기 뜬다', '절대 안기다려 준다' 겁을 잔뜩 주었다. 
그러나 난 쫄지 않았다. 까짓거 하루 더 있다 가면 되지. 어차피 난 백수인걸. 후후후.



결국 순서대로 빠져나간 후 달리고 달려 (이놈의 공항 달리기 ㅠㅠ)
비행기 좌석에 착석한 시간 4시 5분;;;;;; 비행기는 정확히 20분 뒤에 삿포로 하늘을 날았다.
아, 면세점에서 사려고 했던 홋카이도 과자들...
르타오, 시로이코이비토, 자가포쿠루... 다음에 보자... ㅠㅠ


4:25 날다

7:12 닿다


오랜만에 앉아본 비상구 좌석.
넓어서 편하긴 했지만 앞주머니에 뭘 넣지도 못하게 하고, 겉옷을 벗어서 덮지도 못하게 하고, 
신발도 못 벗게 하고, 작은 손가방도 못 쥐게 해서 불편했다. 알았다고! 그만하라고! ㅋㅋㅋ
하지만 우리에겐 송은이 김숙이 있었다. 
여행 내내 우리와 함께해준 비밀보장.
8회 이영자의 휴게소 음원에 배꼽을 잡으며 힘든 기억을 모두 잊고 인천에 도착. 
(마장 휴게소, 여주 휴게소도 꼭 가봅시다.)



집에 도착하니 9시 조금 넘은 시간.
빨래도 짐 정리도 모두 내일로 미룬 채 미친 듯이 라면 물을 올리고 후다닥 씻었다.
그리고 10시. 경건한 마음으로 진짬뽕과 함께 '애인 있어요'를 감상.
완벽한 한 주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월요일 아침. 
탱크로부터 카톡이 왔다. "이런 승리자" 
그리고 이 사진 ㅋㅋㅋ




탱크가 보내준 기사 캡쳐


따뜻하다고 노래를 부른 홋카이도.
언제나 0도를 유지하던 포근한(?) 홋카이도가 영하 31도라니.
역시 여행의 신은 나를 너무 좋아하셔.
이제는 포근해진 서울을 즐길 차례.




- 주말, 휴일 공항은 최소 2시간 반 전에
- 기념품 과자는 공항 면세점이 더 싸다고 하지만... 불안하면 먼저 사놓기 ㅠㅠ
- 기다림 또한 여행의 일부. 지루하다면 팟캐스트와 함께하세요!
-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8회는 레전드


긴 여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글이 쏙 빠진 동물원, 오타루 사진전이 이어집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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