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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홋카이도 여행기 4 (20160122) - 삿포로 맥주박물관

by 하와이안걸 2016. 1. 28.

오후 2시 반. 시식과 푸딩 때문인지 삿포로에 도착해서도 배가 고프지 않아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을 알 수가 없어서 어제 티켓팅했던 중앙버스 카운터에 물어보니 지도 한장을 꺼내서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고속버스만 취급하는 줄 알고 쫄아서 물어봤는데 알고 보니 삿포로 대부분의 시내 버스도 중앙버스!

도큐 백화점 남쪽 출구에서 88번 삿포로 맥주박물관, 맥주원 행 버스를 탔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왔다. 역시 눈이 많은 동네라 변수가 많다. 버스 시각 틀리는 건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삿포로 맥주박물관 행 버스

설산을 만드는 아저씨 발견!

안쪽에는 본격적인 펍인 맥주원(비루엔)

입장료는 무료이고, 예약도 필요없다. 
한국어 설명이 따로 없어서 입장할 때 한글 요약 프린트를 받으면 된다. 
일본 맥주의 기원, 삿포로 맥주의 기원... 
나는 모르겠다...

역대 삿포로, 에비스 맥주의 모델들

아이고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3면의 벽에 걸쳐 역대 삿포로 맥주 모델과 포스터가 좌라락 붙어있는데 가장 인상적으로 봤다. 
특히 니시다 아저씨의 맥주를 부르는 저 표정 ㅠㅠ


3종류의 맥주 샘플러 500엔

​​여기에 온 이유는 사실 이 맥주 샘플러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낮술...
개척사 맥주, 삿포로 클래식, 삿포로 블랙라벨 세 가지 맥주를 500엔에 맛볼 수 있고, 작은 안주도 서비스로 준다.
널찍한 펍에 저렴한 맥주와 안주. 편하게 낮술하기 좋은 장소다. ㅋ
삿포로 한정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이 입에 맞으면 몇 캔 사가려고 했는데, 내 입에는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블랙 라벨이 제일 맛있었;;


크리스마스 트리 (여기가 비에이려니 2)


​돌아가는 버스는 다행히 호텔과 가까운 오도리 역에서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금요일이라 그런지 꽤 막히던 시내.

오도리 공원의 테레비탑


다섯 시가 되어 공식 일정이 마무리 되고 저녁을 먹고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저녁 후보로 스프카레, 라멘, 부타동 등 삿포로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읊었지만
남편은 일본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는 요시노야 규동을 많~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 ㅋ

요시노야 네기(파) 규동 세트

요시노야 베지(vege) 규동 세트

여기에 고기 추가(규사라)해서 남편 밥 그릇에 얹어주었더니 해피해피.
더운 야채가 추가된 베지 규동은 야채의 간과 고기의 간이 달라서 별로였다. 
차라리 양배추 두 개 시켜먹는 편이 나을 듯.


이제부터 자유시간.
남편은 호텔에 돌아가 온천을 즐기고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겠노라 했다. (6시에 보상도 받고)
나는 내일 쇼핑을 위한 답사를 다니기로 했다. 


사실은 근처 서점에만 다녀올 생각이었다.
북오프(중고서점) 간판을 얼핏 본 듯해서 찾아갔는데 북오프가 아니라 츠타야(대여점)였다.
츠타야 정문 앞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눈발도 거세지고 해서 지하로 내려갔더니 신세계 짜라란~!


수많은 상점들과 시속 100km로 걷는 사람들.
인파에 묻혀 떠밀려 나도 모르게 삿포로 역 도착.
사랑하는 JR 타워를 기웃거리며 갭, 유니클로, 로프트, 비꾸카메라 등을 둘러보았다.
유니클로는 히트텍만 싸고 울트라 다운은 그닥.
갭은 어마어마하게 세일을 했으나 사이즈가 다 빠지고 난 뒤였다.

운명처럼 나타난 솜잠바 2990엔

​1만 5천엔 짜리 패딩이 어쩌다 2990엔이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냐!
아, 폴리 솜이라 그렇구나. 하지만 입어보니 몸에 착 감기는 것이 내 옷 ㅋㅋㅋ
다른 곳도 둘러봐야 하므로 일단 너는 찜.
재고도 어마무시하게 많은 걸 보니 내일 가는 길에 사도 될 듯. 여튼 너는 찜.



교세라 채칼을 사기 위해 쿠폰이 되는 로프트와 쿠폰은 안되지만 적립카드가 있는 비꾸카메라를 왔다리갔다리.
가격도 다르지만 모델명도 컬러도 미묘하게 달라서 왜 다른지 찾아보느라 머리가 깨질 듯 했다.
에라 모르겠다. 제일 예쁜 하얀색을 집어 왔는데 이건 채칼 기능은 없는 슬라이서 ㅠㅠ
돈키호테 쿠폰 이후 최대의 삽질을 하고 말았다.
괜찮아. 양배추를 실처럼 슬라이스 해 먹을거야. 레몬도 엄청 얇게 썰린다니 청 만들기도 문제 없다구. (주르륵)


도쿠리 병과 호지차를 담아 마실 작은 엽차잔을 찾았으나 맘에 쏙 드는 것이 없어서
100엔샵에서 무난한 엽차잔 2개만 사고 다음을 기약했다.
파워워킹 세 시간 경과하니 발바닥이 터질 듯이 아파와서 비틀거리며 다시 비꾸카메라 입장.
테스트 안마의자기에 앉아 15분간 전신 마사지. 사람이 없길래 발마사지 10분 더. 
호텔까지 걸어갈 힘이 생겼다. 빠와 아뿌!


채칼, 아니 슬라이서와 신문지로 싼 엽차컵이 들어있는 비닐 봉다리를 들고
지퍼를 여는 순간 쉰내가 날 것 같은 파카를 입고 
다시 시속 100km 군중에 섞여 호텔까지 도착.
남편은 세상 행복한 얼굴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온천을 하고 돌아와 마지막 이자카야 행.
2시간 무제한 술이 980엔이기에 들어갔더니 오늘은 금요일이라 1600엔이라고;;; (이런 관광지!)
하지만 이미 너무 편한 의자에 앉아버렸고, 뜨거운 물수건도 슥슥 써버려서 단품으로 주문하기로.


흑돼지 조림

햄 피자와 닭튀김;; 샐러드

저녁을 일찍 먹은데다 엄청 걸어다닌 나는 다시 식욕이 돌아 찹찹찹.
싸게 잡은 여행과 운대가 맞은 날씨까지 이번 여행의 성과를 되짚어보며 서로에게 칭찬도 하고,
올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아주 오랜만에 허심탄회하게 토크를 했다.


오랜만에 취한 나는 편의점에 들르자고 난리;;;
편의점 물건들을 하나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밤이었다.


초콜렛 푸딩을 잊게 해줄 기본 푸딩을 먹으며
어제 보다 만 라스를 보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 편은 마지막 날 ㅠㅠ 서점 산책과 공항 에피소드!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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