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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홋카이도 여행기 3 (20160122) - 오타루

by 하와이안걸 2016. 1. 28.

오늘도 남편은 새벽 온천을 하고 나는 오랜만에 일본 아침 방송을 보았다.


홋카이도 지역 채널의 날씨 코너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여기서는 날씨와 함께 오오츠크해 빙하 뉴스를 함께 전달하는 듯 했다. 
왼쪽 배는 무도에서 봤던 그 쇄빙선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특집 취재.
'강추위에도 스타킹을 신지 않는 맨다리 여고생 특집' (이미 배꼽 잡음 ㅋ)

도쿄부터 홋카이도까지 올라가면서 맨다리 여고생을 취재했는데
그 이유가 너무 당당해서 웃기기는 커녕 멋져보이기만 했다.

"스타킹은 촌스럽다. 맨다리에 양말이 가장 예쁘기 때문에 겨울에도 고집한다."
"교복을 입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교복에 어울리는 멋에 집중하고 싶다."
"맨 다리를 대신에 털 반바지, 발바닥용 핫팩을 언제나 붙이고 있어서 괜찮다."

아키타, 삿포로 등 윗 지방으로 올라가면서부터 맨다리가 점점 줄어들긴 했으나,
이들은 또 자켓 위에 코트를 입지 않았다. ㅠㅠ
자켓 그대로가 가장 예쁘기 때문이란다. 
고등학생이라는 자신의 위치와 나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에 약간 감동했다.
교복... 잘 빨지도 않고 완전 막 입었는데;;; (함부로 입은 옷이 어디 십대 뿐이랴) 


어제는 아침부터 너무 분주했으므로, 오늘의 택시는 10시!
덕분에 조식을 아주 여유롭게 먹었다.

남편의 조식


아침부터 눈이 쏟아지는 삿포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눈이 쉬지 않고 내렸다.

운전석 오른쪽인데 순간 유령택시인줄;;

미소가 아름다운 기사님 취미는 텃밭 가꾸기라 하네~

택시 뒷자리에는 기사님 성함과 취미가 적혀있었다. 텃밭 가꾸기 ㅠㅠ
이 취미를 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라는 걸까? 뭔가 뭉클하다.

눈 내리는 삿포로역의 예쁜 별자리 시계


삿포로역에 도착하여 오타루로 가는 열차를 끊고 (640엔) 텅 빈 열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오타루 수족관에도 펭귄 산책이 있다.


바다를 보려면 오른쪽에 타라고 했으나 우리가 탄 열차칸은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마주보는 구조.
그래도 오른쪽에 앉아서 가끔씩 창밖을 기웃거리며 또 다시 팟캐스트 ㅋㅋㅋ 어색할 땐 팟캐스트 ㅋㅋㅋ 송은이 김숙 만세!


미친 사람들처럼 킥킥 웃으며 30분쯤 가다보니 정말 바다가 보인다!
여행책마다 '갈 때는 오른쪽 좌석' 노래를 부르더니, 과연 그럴만한 경치였다.

웃음 참으며 팟캐스트 청취 중 ㅋ

 

내가 사진 찍은 방향이 정방향이고, 남편은 사진과 팟캐스트를 위해 역으로 앉은 것.
위와 같이 바다가 쭉 펼쳐진 채로 십분 정도 달리면 오타루가 나온다.


가는 길에 아사리(朝里)라는 예쁜 이름의 작은 역이 나오는데, 정동진의 초기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바다가 한눈에 촥 펼쳐져 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역. 다음에 또 온다면 여기에 내려서 동네 구경을 해 보고 싶다.

'러브레터'의 고장, 오타루 도착


인도와 차도가 산으로 딱 구분 ㅋㅋ


운하를 향해 내려가며 한갓진 오타루를 만끽.


만끽!


오타루 운하


드디어 운하에 도착. 아, 십년만에 보는 이 풍경!
다리 밑으로 내려가 물길을 따라 쭉 걸어다니며 왼쪽에 보이는 창고들을 찍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며, 삿포로 시내에서는 한명도 못본 한국 여행객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반대편에서도 한컷


어딜가나 친절한 온도 안내


점심이 되어 출출했지만 웬만한 식당에는 패키지 여행객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미스터 초밥왕의 고향이 오타루라고 해서 스시라도 먹을까 싶었는데 이상하게 안 땡겼다.
십년 전에 왔던 오타루는 무척 따뜻하고 활기찼던 것 같은데, 평일이라 그런지 흐린 날씨 때문인지 왠지 스산한 기운의 오타루. 
어서 관광을 마치고 삿포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숙소가 있다는 이유로 삿포로가 벌써 집처럼 느껴지는건가.


설국의 눈사람은 남달라


르타오, 롯카테이 등 유명한 스위츠 전문점에 들어가 시식이 없나 기웃거리고;;; (있으면 먹고)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우리 같은 자유여행객들에게는 어차피 짐이 될 뿐이니 마지막날 공항에서 몰아사기로.
(그러나 못샀음..... 다음 날 여행기에 자세히 ㅠㅠ)


오타루 오르골당


오르골. 평소에는 전혀 관심 없던 아이템인데, 막상 여기에 오면 감성이 폭발하며 마구 사고싶어진다.
십년 전의 나는 오르골도 아닌 오르골로 J-POP을 녹음한 CD를 석장이나 샀었다;;; (같이 갔던 룸메 김짱 경악하고 ㅋㅋ)
이번에는 큰맘 먹고 귀여운 고양이 오르골을 골라볼까 했지만 실패했다.
비쌀 수록 소리가 예쁘다는 것을 알게되니 고르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한 완벽한 마네키네코(손짓하는 고양이)도 없었기에 5% 할인 쿠폰이 있었음에도 과감히 포기하고 돌아섰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것보다 오타루 다음 역인 미나미오타루가 지도상으로 좀 더 가까워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엄청 헤맸다. ;;; 분명히 이쯤인데 이상하게 이정표가 없고, 분명히 철길이 보이는데 역 같은 건물이 좀처럼 안보였다.


눈 속에 꽁꽁 숨어있던 미나미오타루 역


이러니 알 수가 없지.  


세븐일레븐 커피와 로이스 초코푸딩


기차를 막 한대 놓친 바람에 역내 세븐일레븐에서 100엔 짜리 드립커피와 로이스 초콜렛 푸딩(150엔)을 골랐다.
커피는 너무 맛있는데 푸딩은 폭망. 난 초콜렛을 좋아하지 않나봐.

코가 빠진 울라프 같지 않나요?


돌아가는 기차는 만석.
종점 오타루에서 이미 꽉 차서 온 것이다.
오타루에 사람이 그렇게 많았나. 아닌데. 뭐지..
알고보니 삿포로를 거쳐 공항까지 가는 열차.
금요일이라 여행객들이 많았나 보다.



다음 편은 같은 날 오후 삿포로 시내 일정!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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