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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간사이 효도 여행 2 (20150603)

by 하와이안걸 2015. 12. 8.



(브런치용에서 일반 블로그용으로 변환되었으므로 반말 복귀. 머쓱.)


2일차 : 교토 京都 



오늘은 교토에 가는 날.
닷새의 일정을 올인해도 부족한 도시 교토.
청수사(淸水寺, 기요미즈데라), 은각사(銀閣寺, 긴카쿠지), 금각사(金閣寺, 킨카쿠지)
이 세 군데만 가기도 얼마나 힘들단 말인가.


게다가 일년 내내 관광객이 넘치는 교토.
버스만 기다려도 힘이 쭉쭉 빠지는 교토.
남편과도 힘들어서 다툰 기억이 있는데 칠순 부모님은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사실 나의 짜증이 걱정이지. 부모님이야 묵묵히 따라오실테고. 


도미인 우메다히가시의 조식 뷔페 (고기 파트)


아침이~ 밝는구나~
이 도미인 호텔은 지역에 따라 조식 스타일이 다른데,
쟁반 하나에 간단한 아침 정식을 차려주는 곳도 있고, 이렇게 뷔페식도 있다.
촌스러운 나는 당연히 뷔페식이 좋아서 몇번이고 확인한 끝에 이 곳을 택했지.
이 사진은 햄사랑 고기사랑 남편 약올리기 용이다. (효과 만점)


아침은 죽이죠.


내 사랑 돈지루(豚汁)와 흰쌀죽. 
일본에 왔으니 연어구이 한 조각과 톳 무침, 무 장아찌, 두부 한 점 먹어주고요. 
기대도 안했는데 오믈렛을 해 주어서 덥석 하나 집어왔다.
아침을 안 먹는 내게 이 정도면 정말 진수성찬.


교토역 내부. 전망대가 유명하지만 청수사에 갈 거라 패스.



우메다 -> 교토 도착
유명한 JR 교토역 내부를 간단히 구경하고, 멀리 보이는 교토 타워도 (안 갈거니까) 사진 착착착.
옆에 비꾸카메라가 보이길래 주문 받은 애플 워치며 리파 캐럿이며 가격을 확인하러 들어갔다.
애플 워치는 여기에도 없었고, 엄마는 아빠 이발용 바리깡을 하나 사셨다. 
한국에서는 6만원 달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2,3만원이면 살 수 있다며 환호!

유바 가게에서 두유 소프트아이스크림. 350엔.



청수사로 향하는 길.
두유를 끓이면 생기는 막을 유바(湯葉)라고 하는데 이 유바를 말려서 파는 가게를 지나갔다.
엄마 아빠는 처음 보는 식재료에 폭풍 호기심.
시식할 수 없냐고 물었지만 단호히 거절 당하고 ㅋㅋ
그 단호함에 이끌려 두유 소프트 아이스크림 구매. 
평소 같으면 하나 사서 맛만 보자고 하셨을 부모님이 왠일로 각 1개 주문 요청. 
비가 올락말락한 날씨에 각각 아이스콘 하나씩 들고 만면에 미소를 띠며 올라갔다. 
구수한 생콩맛이 난다고 정말 좋아하신 엄마 아빠. 그런데 생콩맛이 좋은건가. ㅋㅋㅋ 


청수사 입구에서 바라본 시내


꾸물꾸물
날씨가 이토록 흐렸지만 단체 학생들은 정말 너무도 많았다.
노란 모자의 유치원생부터 하복을 싹 갖추어 입은 고등학생까지.
아, 한국에서 온 특목고 학생들도 있었다. 앞에 대문짝만한 명찰을 목에 걸고.


아이스크림을 다 먹기도 전에 쏟아진 이 인파들 탓에
니넨자카(二年坂), 산넨자카(三年坂, 産寧坂)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찬찬히 보지 못하고
전쟁통에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한 그런 눈빛과 모션으로 겨우 도착. 입장료 300엔.


이건 크게 보아요. 청수사 본당 무대.



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 
은은한 향 냄새와 빗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하다.
올라가는 길은 지루하고 고되도, 그놈의 보수공사로 매해 뚝딱거려도 이 풍경 때문에 또 오고야 만다. 
신사도 들어가고 폭포물도 줄 서서 받아보고. 천천히 천천히 청수사를 즐겼다.



기어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청수사를 향해 올라오는 인파는 줄어들 줄 몰랐다.
우산을 쓰고 이 인파를 거슬러 내려갈 생각을 하니 아득해져서, 여행 첫 택시를 여기에서 개시!
어차피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도 초행길이어서 여러모로 잘됐다 싶었고. 우린 3명이고.


소바 전문점 혼케 오와리야(本家 尾張屋)


5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행히 택시 기사분도 너무 잘 알고 계신 식당이라 무사히 찾아 왔다.  
원래는 기온역 근처에서 청어가 통으로 들어간 니신 소바(鰊蕎麦)를 먹기로 했는데,
여기서도 팔길래 기왕이면 비를 구경하며 고즈넉하게 먹을 수 있는 장소로 왔다.

니신 소바 1,100엔


아, 반신욕도 아니고 ㅋㅋㅋ 
괴기스러운 비주얼이지만 맛은 좋다. 하나도 안비리고. 

오야코동 세트 1,150엔


따뜻한 밥도 먹어야하니
 
오야코동+ 소바 세트와 함께 차가운 자루소바도 하나 시켰다. 
2천엔이 넘는 5단 소바가 유명하다고 하나 그게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이 정도로 마무리.
그래도 세 명 모두 소바 한 그릇씩 먹었으니까.


2층 창가에서 비 구경을 하며 따뜻한 녹차와 함께 천천히 먹는 늦은 점심의 여유.
교토의 한 장면으로 내내 남을 것 같다.


자, 다시 지도를 펼쳐보니 금각사며 은각사는 너무 멀고 비도 오고,
아라시야마는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니조성(二条城)을 마침 아빠가 원했다.
소설 <대망(大望)>에 나왔다며;;; 암살자의 침입을 막기 위한 삐그덕거리는 마룻바닥을 밟고 싶으시다고. 
마침 계산하면서 물어보니 걸어가면 금방 간다고 해서, 배도 꺼트릴 겸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5시 폐장에 4시까지 입장 가능. 간발의 차로 들어가지 못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교토 일정에는 무조건 시간을 바리바리 아껴야하는데 잊고 있었다.
아, 오전에 들렀던 백화점과 비꾸카메라가 내내 아쉬웠다. 너무 도시 여행하듯 여유를 부렸어 ㅠㅠ
아빠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움찔) 오사카성이 남아있으니 괜찮다고 하셨다
왜 이렇게 성을 좋아해. ㅋㅋㅋ

유적지 하나, 맛집 하나로 아쉽게 끝난 하루였지만
패스도 있겠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기온(祗園) 거리에 내려보기로 했다.
아빠는 피곤하셨는지 퇴근 시간이 되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자고 하셨다.


카모가와(鴨川)에 즐비한 식당 주점


그러나
이 풍경을 보고는 다시 기분이 업업업!!! 
여기 뭐냐며, 저 건물들 뭐냐고 ㅋㅋㅋ 폭풍 셀카에 독사진 요청 쇄도.


요정 스타일의 식당 골목


마침 하나 둘 불이 켜지는 골목 
강가에 보이는 술집들은 이 골목을 통해 들어간다. 
엄마는 자꾸 들어가보라고 하고 ㅋㅋㅋ 나는 질색팔색 ㅋㅋㅋ
결국 아빠만 홀로 들어가서 강변쪽 테이블까지 싹 감상하고 나오셨다.
오픈 준비하던 종업원들은 아빠의 당당한 발걸음에 아무 말도 못 걸었다고.

오래된 중화요리집 도카사이칸(東華茶館)


이것은 청요릿집
우메다로 돌아가기 위해 가와라마치(河原町) 역으로 가는 길에는
그야말로 청요릿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저런 중국집도 보였다.
강가에 깔린 테이블 수를 보라. (그러나 비 오는 오늘, 장사 다했고 ㅋㅋㅋ)


기차에서 먹을 양갱이라도 하나 사려고 했는데 마땅한 가게가 없어서 그냥 기차에 탑승.
허기진 배를 안고 우메다로 돌아온 우리에겐 명확한 목적지가 있었다.
전날 방문했던 신우메다 식당가에서 두 번째로 사람이 많았던 가게. 거침없이 직진했다.


노란 간판을 기억하세요. 오사카야(大阪屋)

바로 여기! 우리 식이면 서울집, 부산집인 오사카집, 오사카야! 

골라먹는 안주. 한 접시에 300~500엔.

반찬인 듯 안주인 듯 

이렇게 쌓여 있는 안주 접시를 보고, 주문하면 된다. 
우리는 이번에도 바 자리에 앉아서 안주가 착착 쌓이고 빠지는 모습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많이 찾는지도 살펴보면서.


너무 밑반찬스러운 안주도 많았지만 퇴근 길에 가볍게 한잔하기에는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아, 여기도 스탠딩이라 오래 먹긴 힘들다. 아빠는 오늘도 스토레이토 행진 ㅋㅋㅋ


오늘의 베스트 안주
사람들이 와카메, 와카메 하길래 우리도 시켜보았는데
저렇게 진한 오뎅 국물에 부드럽게 불린 미역을 푹 담가서 주었다.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시켰던 우니쿠라게라고 하는 해파리+성게알 젓갈을 시켰는데 새로운 맛에 감동!
이 맛을 잊지 못한 아빠는 슈퍼에서 이걸 찾아보자고 하셨고, 정말로 몇 병 사갖고 돌아갔다.
그런데 이 맛은 아니었다. (검색해 보니 가게 별로 퀄리티 차이가 크게 나는 음식인 듯 하다.) 


"겨우 이틀째야. 너무 좋지?"
"그러게. 정말 재미있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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