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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간사이 효도 여행 1 (20150602)

by 하와이안걸 2015. 9. 19.



(칠순의 부모님과 백수가 된 마흔살 딸내미가 함께한 닷새간의 여행을 기록했습니다.)


올 봄,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부모님의 정기검진에 어쩌다 따라가게 된 것이었죠. 
그렇게 어쩌다 검진 결과도 공유하게 되었고, 얼마나 많은 약을 한꺼번에 받으시는지도 직접 확인하였어요.
다행히 나빴던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완치되면 일본에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저는 이 여행을 올해의 미션으로 세웠고, 
초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엔저의 축복 속에 고대하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공항철도 인천공항역 전동카트 서비스

"출국장 가시나요?"

인천공항역에 내리자마자 전동카트가 스윽 다가옵니다. 어르신과 짐이 많은 분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하네요. 
출국 터미널까지의 짧지 않은 직선 도로를 기분 좋게 달렸습니다. 
운전하시는 직원 분이 '공항철도 자체 서비스'라는 사실을 몇 번이고 강조하셨습니다. ^^


"제주항공이라 감귤 주스만 나올 거야."

땡! 생수만 줍니다
. 밥 먹고 타길 참 잘했어요~스스로를 칭찬하던 그 때, 
엄마 가방에서 못 보던 떡이 등장했습니다;;; 이 떡은 애물단지가 되어 여행 내내 함께했어요. ㅠㅠ

난카이 특급 라피트 안

오사카 도착! 비행 시간은 적당하니 문제 없었고, 이제 호텔 찾아가면서 지치지 않기를 바라야죠. 
미리 구매한 요코소 오사카 티켓으로 라피트 특급 열차를 탄 모습입니다. 지도든 책자든 글자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정독!

얼리 체크인을 기대했으나 실패. T.T
로비에 짐을 맡기고 난바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요코소 오사카 티켓에 들어있는 오사카 1일 승차권을 개시했지요. 

이치란 一蘭 라멘 790엔

"오묘한 맛이다!"

오사카에 왔으니 난바는 보셔야 할 듯 해서 첫날 오후 일정을 난바로 정하고, 도톤보리에 있는 이치란으로 향했습니다. 
더운데 무슨 라면이냐던 두 분은 돈코츠 라멘의 묵직한 맛에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

앗치치 あっちち 다코야키 9개 500엔

"저건 뭐길래 줄을 섰을까?"

국물까지 깨끗이 비운 부모님은 도톤보리 강가를 걸으며 육수에 대한 분석을 하셨습니다. (당장 도전하실 기세) 
입맛이 살아난 엄마는 강가에 줄을 선 가게를 보고 걸음을 멈추셨습니다. 


"파 올려드릴까요?"

보통 도톤보리의 다코야키 가게들은 (특히 외국인에게) 대충 가격만 확인하고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물어봐 주니 좋았습니다. 
당연히 맛도 더 있었구요. 부모님 역시 맛있게 드셨어요. 

텐야 てんや 텐동 500엔

"오사카에 텐야 2호점이 오픈했습니다~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도쿄가 본점인 텐야는 지방에서는 찾기 힘들어서 늘 아쉬웠는데요. 
오사카에 두 번째 지점이 신사이바시 지하상가 크리스타에 생겼습니다. 
나가호리바시 다 와서 있으니 사카이스지센을 타야하는 우리에게는 더 없이 좋았어요. 배부르니 하나만 포장...


사실 지금와서 하는 말인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호텔 체크인까지의 동선이 어마어마했지요. 

공항-덴가차야-히가시우메다-니혼바시-(도보) 난바-(도보) 신사이바시-(도보) 나가호리바시-히가시우메다

헉헉. 날씨도 무더웠고, 오사카 지하철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거의 없었어요. 
남편과 갈 때는 이런 것들 전혀 의식하지 않고 다녔는데 (생각해 보면 남편도 힘들어하긴 했..) 
부모님과 움직이니 불편함 하나하나가 너무 신경 쓰이고 죄송하고 그렇더라구요. 
나중에는 엘리베이터 출구로만 쏙쏙 찾아서 잘 다녔습니다.

신우메다쇼쿠도가이 新梅田食堂街

"오래된 선술집에 가보고 싶어."

우여곡절 끝에 체크인을 하고 각자 방에서 에어콘 바람을 쐬며 잠시 쉬었어요. 
그리고 퇴근 시간 무렵, 우메다로 향했습니다. 아빠는 일본 직장인들의 퇴근 후 모습이 궁금하다고 하셨거든요.

마츠바소혼텐 松葉総本店 쿠시카츠 100엔부터~

"그래! 바로 이런 곳!"

선술집 가득한 이 골목을 여행 중에 몇 번을 왔는지 모릅니다. 이 골목 하나만으로도 우메다는 빛나는 곳이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이 많은 이 마츠바소혼텐에서 쿠시카츠와 보리 소주를 마시며 첫날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아빠의 소주를 시킬 때마다 '로꾸'로 해 줄까? 자꾸 물어보는데, 도통 알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고 아빠한테 물어보니 바로 알아들으시며 ㅋㅋㅋ

"아~ 언더락! 노노! 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
"스토레이토~???" 


좌로부터, 나마비루, 니혼슈, 쇼츄 스토레이토.

아빠의 스토레이토 원샷에 직원들을 모두 감탄했습니다. 엄마는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소소한 팁!

-담배 연기가 힘들거나 왠지 겁이 난다면 카운터에 자리를 잡고, 주방장님과 아이컨택을 하며 주문해 보세요. 
-앞에 놓은 튀김 소스는 다른 손님을 위해 처음에 딱 한번만 찍기! 추가 소스는 양배추로 떠서 뿌려 먹어요.

도미인 호텔 요나키소바 무료

"다음에 와도 난 이 호텔에 묵을 것 같아!"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도미인 우메다히가시 Dormy inn 梅田東 였어요.
이 도미인 호텔 체인의 장점은 대욕장과 함께 바로 이 무료 라멘 서비스지요. 
간신히 11시 전에 도착하여 이 라면을 먹을 수 있었어요. 

편의점에서 사온 갖가지 맥주와 기대하지 않았던 김치 서비스에 쿠시카츠의 느끼함이 싹 가시는 밤이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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