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밥을 찍는 일이 줄었다.
주말에 한상 가득 차릴 때는 그렇게 뿌듯하더니
매일 치르는 일상이 되고나니 메뉴 가짓수도, 플레이팅도 시들해졌다.
달라진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남은 반찬이 오래 방치되면 버린 적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어떻게든 다 먹는다.
밖에서도 혼자 밥을 잘 사먹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허기만 때우고 집으로 달려온다.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걸까. 아니면 갑자기 알뜰해진걸까.
점심밥 예 : 삶은 콩 + 계란 후라이 + 들기름
외출 식량 예 : 고구마, 사과, 약, 따뜻한 물
'내가 돈을 못 벌어서 이렇게 습관이 바뀐걸까.'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식탐이 줄어든 것도 있고,
밀가루와 찬 음식을 좋아하는 내가 요즘 들어 자주 탈이 나곤 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집밥을 먹어야 속이 편하다'는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도 하고.
작년 11월부터 꾸준히 써온 식사일기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잇몸이 붓는 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가스가 차는 날,
먹자마자 머리가 아픈 날...
일기장을 보면 대부분 답이 나왔다.
운동을 멈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주 4일 꾸준히 한 운동을 하루 아침에 멈추니
다시 예전의 게으름에 빠지고, 잠이 많아지고,
식탐은 더욱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아찔한 자유를 맛본 뒤에 찾아온 대가였다.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기에 나는 선택했다.
하나. 흑염소 엑기스;;;;;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과
밀가루 폭식에서 나를 구원할 할 것이다.
뱃속이 따뜻해지는 건 덤.
둘. 최신 CD 구매
너무 옛날 노래들이 많아서 운동의 재미를 잃은건가 싶어
아이돌 음반을 중고로 틈틈이 구매하기로 했다.
그 시작은 f(x) 2집! (첫사랑니, AIRPLANE 수록)
에이프릴, 샤이니, 트와이스도 대기중.
그럼 겨울 동안 찍은 초라한 요리의 흔적을 보자.
독일에서 수아가 보내준 푸딩 파우더
완성! (하지만 나랑 안맞는 음식 ㅠㅠ)
교세라 채칼의 위엄! 에브리데이 양배추
겨울김은 보약. 곱창돌김은 맛있었다...
대파가 비싸서 열심히 길러보고
기구 없이 잉여로 만든 더치커피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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