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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6, Dallas

Day 4 : 꿈의 산책로

by 하와이안걸 2016. 4. 2.


2016.04.02. 토요일



날카로운 아기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우리를 만나자마자 방실방실 웃고

가끔 찡찡거려도 먹을 것을 주면 조용해지는 순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늘 마음 속에 어떤 폭풍이 지나간 것인지 아이의 울음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어제 하루종일 엄마와 지낸 터라

오늘 아침 엄마의 부재가 더욱 서러웠나보다.

워킹맘들이 월요일 아침이 가장 힘들다더니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모두가 마음이 안 좋았다.

셋이나 되었지만 아이에게는 생판 남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었다.

나는 아이를 안고 혼이 나간 듯 거실을 걸어다니고 

엄마와 아빠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마도 엄마는 백프로 울었을거야.

 



우느라 배가 고팠는지 빵, 과일, 치즈 삼단콤보에 아이는 진정되었다.

그러나 어른 셋은 아이처럼 마음이 아팠다.




이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수만큼 열쇠를 주기 때문에 스페어키를 함부로 만들면 안된다고 했다.

그 말은 오빠 내외에 일을 할 때에는 누군가 한명은 집을 지켜야 한다는 뜻.

세 명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갑갑한 일이었다.




차는 없고, 걸어서 갈만한 곳은 다 가봤다.

돈은 있지만 쓸 수 있는 곳이 없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갇혀있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도 내비치지 않았던 그 기분이

오늘 아침 아기의 울음과 함께 깨어났다.




아기 없이 혼자 산책을 나가보고 싶었다.

대로변을 따라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계속 가 보니





이런 호숫가가 나왔다.


말도 안되게 마음이 풀어졌다.


하늘이 너무 파래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환상적인 길이 나왔다.


브룩헤이븐 대학에서 만든 조깅트레일


사방을 둘러보아도 거슬리는 것 하나 없는 완벽한 뷰


이 까만 트랙을 끝까지 걸어가면 2.5km




매일 이 길을 걸으면 우울한 기분이 없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그랬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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