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3. 일요일
오랜만에 걸었더니 잠을 잘 잤다. (내가)
그동안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는데
어제는 한번도 깨지 않고 쭉 잤다. (내가)
푹 자도 6시 기상이라니.
원래 공기 좋으면 다 이런 것인가. 신세계.
다행히 아기의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어제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지도 미안했나보다.
저 혼자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 방문을 열더니
폭풍 애교를 선사하며 조부모를 깨우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자는 척하며 지켜본 1인)
이것은 그녀의 신의 한 수...
사실 어제 느꼈던 나의 감정 곱하기 100을 아빠 또한 느끼고 있었다.
아기는 셋 중 나를 가장 따르고 있었고
엄마는 요리와 살림을 도맡아 했다.
아빠만 역할이 없었고, 아기 또한 그런 아빠를 가장 낯설어했다.
아빠는 매일 방안에서 창밖 구경을 하고 책을 읽었다.
오빠 내외가 집에 오면 지리부도에나 나올 법한 질문들만 해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달라스의 면적, 주요 산업, 기후, 강수량 등등...)
이렇듯 금방이라도 가출할 것 같았던 아빠에게
아기가 제발로 찾아가 웃으며 안긴 것이다.
오! 놀라워라.
그리고 아빠는 그 화살에 제대로 꽂혀서 웃음을 되찾았다.
이 여세를 몰아 다 같이 산책을 가기로 했다.
어제 발견한 산책로를 알려드리고 싶었다.
(둘 중 한명이 열쇠를 놓고 출근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해피했다.
부모님은 잘 닦여진 산책로의 풍경에 감탄하며
매일 여기서 운동하겠노라 다짐하셨다.
아이도 너른 잔디밭을 좋아했다.
사실 그게 문제였다. ㅋ
진작 잠들었어야 할 아이가 다른 코스로 산책을 오니 잠을 안자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겠다고 발버둥치는 아이를 말리지 못한 세 어른은
결국 유모차를 풀어주고 말았고
잔디 위를 폭주하는 아이를 잡느라 진이 다 빠졌다.
여기는 이제 어른들만 오는 걸로.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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