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8. 금요일
오늘은 세시 기상.
남편이 코를 세차게 고는 바람에 다시 시차적응 모드로 강제 전환되었다.
온 식구가 깰까봐 두려울 정도였다.
아침으로 빵과 쥬스를 먹고 오늘의 아침 산책은 우리 부부가 맡기로 결정.
엄마 아빠는 천~천히 다녀오라고 마구 우릴 (=유모차를) 떠밀었다.
나가면서 엄마 아빠에게 복면가왕을 틀어주었다.
문을 닫으면서 들여다 본 부모님의 모습은 뽀로로 앞의 아가들과 다름 없었다.
남편에게 내집인양 아파트 자랑
간만에 풀밭에 풀어주니 아기도 대만족
제법 잘 놀아주는 고모부
점심은 코스트코에서 간단하게 피자와 핫도그를 먹었다.
아빠는 가격과 양에 충격을 받으셨다. 게다가 뜨끈뜨끈!
그 이후로 보통 피자를 거부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끼니 선정에 애를 먹기도 했다.
종류별로 하나씩 하나씩
음료수를 받고 포크와 냅킨을 챙기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엄마가 거들겠다며 오셨다.
소시지만 덜렁 놓인 핫도그 위에 양파 디스펜서를 돌돌 돌리니 솔솔 뿌려지는 다진 양파.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엄마는 당연히 동공지진!!!
"이거 한국 매장에도 있는데 이 양파를 봉다리에 싸가는 아줌마들 때문에 골치 아프대."
"욕심 날만 하지... 쓸모가 얼마나 많은데... 근데 이게 한국에도 있다고???"
평생 코스트코 회원이 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곰돌이 다지기로 다지세요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다운타운에 있는 어떤 쇼핑몰에 갔다.
여기서 뭘 사질 않아서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이 몰은 실내에 회전목마가 있기로 유명하다.
chico's라는 매장에서 엄마 돋보기에 상의 세트를 샀는데도 세일을 하도 해도 100불이 안 넘었다.
100불이 넘으면 25불을 더 깎아 준다는 말에 다시 내 귀걸이와 엄마 가디건을 하나 더 고르고
그렇게 돋보기 + 가디건 2 + 티셔츠 + 귀고리까지 100-25=75불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모녀득템!
한국에서 엄마 옷 사기 정말 힘든데 여기는 정말 천국이다.
그렇게 여자 셋이 치코스에 빠져서 득템 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에
장인과 사위는 유모차를 끌고 어색하게 쇼핑몰 열바퀴를 돌았다 한다.
스포츠 용품점에서 신난 바스켓맨
아기 소품 매장에서 나비 놀이
황홀하게 바라보았으나 탑승 실패
돌아가는 길에 언니는 노드스트롬 랙에 나와 남편을 내려주었다.
세 시간 후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ㅋㅋㅋ 아이 좋아 ㅋㅋ
어른과 아기 사이에서 마음껏 구경 못한 우리는 랙에서나마 신나게 입어보고 신어보고 했다.
그리고 랙은 물건은 좋지만 싸지만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ㅋㅋㅋ
신발만 살펴본 남편은 금방 지루해했으나
이날 나는 MAX STUDIO라는 인생 브랜드를 만나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백불짜리 원피스가 죄다 29불 막...
그리고 PAIGE라는 청바지 브랜드와도 사랑에 빠졌으나 50% 세일가가 79불이라 멈;;;;;
나중에 새언니에게 물어보니 매니아층이 꽤 많은 프리미엄진이라고 한다.
오빠는 첨 듣는다면서 그 가격이면 바나나 가서 새거 사라고 하고.
이거 헌 거 아니거든요! ㅋㅋㅋ
세 시간 뒤 오빠 등장.
오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여기에서 어떻게 세 시간을 있을 수 있냐며... ㅋㅋㅋ
매장에서도 세일 충분히 많이 하니까 이런 데서 힘들게 고르지 말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매장 사람들이 인사하고 말 거는게 백배는 힘들다고...;;;;;
집에서는 닭갈비를 해 먹으며 다시 한 번 김서방 환영환영.
그러나 내일이면 둘 다 집을 비우고 첫 여행을 시작한다.
홀로 육아를 맡게될 엄마는 저녁 내내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그 표정에 왠지 모를 서운함과 미안함을 느끼고 복잡한 마음에 다시 눈물이 콸콸.
묵묵히 여행 가방을 싸는데 조카는 뭔가를 감지했는지
가방에 넣으면 다시 빼고, 챙겨 놓으면 가지고 도망치는 등 잠은 안자고 계속 장난을 쳤다.
고모 금방 돌아올테니 울리지 말라고 ㅠ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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