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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6, Dallas

Day 11 : 멀고 먼 뉴욕 (1)

by 하와이안걸 2016. 4. 9.


2016.04.09. 토요일




뉴욕에 가는 날.

오전 7시 반 비행기라 새벽 안개를 뚫고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기 전에 차 안에 쌓여 있던 졸리랜처 한통을 들고 나왔다.

미국 마이쮸, 미국 새콤달콤 같은 아이인데 

처음에는 권해도 안 먹다가, 하나 먹는 순간 손에서 놓을 수 없게된 무서운 아이였다. ㅠㅠ




비행기 안에서 입이 심심하면 먹으려고 하나 챙겨온 것인데

이 아이 없었으면 공항에서 벌써 쓰러졌을거다 ㅠㅠ




연두색 사과맛이 아주 그냥 취향저격!





다시 찾은 댈러스/포트워스공항 그리고 처음 이용해 보는 스피릿 항공.

우리는 짐을 맡기지 않는 가장 저렴이로 끊었기 때문에 티켓팅이 간단했다.

창구 앞에 있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땡!



미국 여행 내내 배낭을 메고 다니느라 고생은 했지만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티켓팅을 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국내선에도 어김 없는 빡센 검색대를 통과하고

게이트 앞에서 충전을 하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평화롭던 스피릿 게이트는 안내 방송 하나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sdfsks eljlfp gfd;l;gfhk canceled sadk lfd kfgl hkfjg dljfk lfd kfgl hkfjg dl,cvms3elf sdlfk; sk;dlk;lskcd;lkskdfklsk;dlkfskdfs;dkf;skdfskdlk thank you!"



누워있던 사람들도 벌떡 일어나서 게이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뭐야 뭐야... 캔슬이 된거 같기는 한데... 줄을 서면 해결해 주는 건가?



하나도 못 알아들은 나와 달리 남편은 "기장이 아파서 캔슬되었다"는 말은 들었다고 했다.

기장이 아프다니... 기장이 아프다니... 기장이 아파서 비행기가 못뜨다니... 

(이런 좋은 나라 ㅠㅠ)



우리 차례가 되었다. 두근두근...

직원은 달랑 명함 한 장을 건네 주며 당당하게 next를 외쳤다.

-_-;;;;;;;;;;




쓸데없이 귀여운 명함이 화를 더 돋구었다




직원에게 어쩌라고 어쩌라고를 외쳤으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런!!!



이제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두 분께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티켓 구매는 새언니 아이디로 진행한 것이라 터치 불가에, 전화로 다시 예약하는 건 실력 불가 ㅠㅠ

어쩔 수 없이 언니 오빠에게 SOS!



한 시간 내내 통화중이라는 말에 우리는 시큐리티 밖으로 나왔다.



이 문을 열고 나갈 일이 있다니!



한 시간이 흘러서인지 티켓팅 창구는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키오스크 앞에서 얼쩡거리면서 두리번거리니 스피릿 직원이 먼저 다가왔다.



"무슨 일이니?"

"(티켓 내밀며) 이거 캔슬..."

"안내 못 받았니?"

"(도리도리하며) 우리 전화 못 해..."



영유아 잉글리쉬로 옹알거리며 슬픈 눈에 도리도리를 시전한 결과 

직원은 우리 티켓을 들고 창구로 가 주었다.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어디 떠나지도 못하고 미국 마이쮸를 먹으며 기다렸다.

니가 없었다면 두려움의 긴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거야.



다시 한 번 Jolly 땡큐




잠시 후 스피릿 직원은 A4 용지를 들고 나타났다.

그것은 우리의 새로운 티켓! 델타 항공에서 출발하는 오후 1시 비행기였다.

이 정도면 양호하다는 생각에 1년치 땡큐를 그에게 퍼부었다.

티켓을 찬찬히 읽던 남편은 기내식이 있다는 텍스트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 정도 해프닝이면 좋은 추억이라 할 수 있지. 그렇고 말고!

나는 카톡으로 오빠네와 한국의 탱크걸에게 이 상황을 전달하며 폭풍 찬사를 받았다.

델타 항공의 담당자 언니는 아직 스피릿에서 돈이 입금되지 않았으니 12시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아,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네...

우리는 가장 편한 공항 의자를 찾아 휴대폰을 충전하였고, 남편은 흡연 구역으로 달려나갔다.

배가 고팠지만 기내식이 있다고 하니 주스 정도로 가볍게 당을 충전했다.



12시가 되어 델타 언니 앞으로 갔으나 언니는 눈도 안 마주친 채 전화만 돌리고 있었다.

1시 비행기인데 아직인가? 무슨 문제가 생겼나? confirmed 라고 씌여있으니 어떻게든 태워주겠지?

우리는 델타 언니 앞에서 한국어서 조잘거리며 마냥 기다렸다.

잠시 후 우리 앞에 줄을 선 4인 가족에게 1시 티켓을 주었고 (그들은 환호성과 함께 퇴장)



그 티켓이 마지막이었다...

우리를 포함, 기다리던 남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리가 없고

다음 비행기는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밤 9시 비행기가 될 것 같다고 안내해 주었다. ㅠㅠ

함께 기다리던 한 미국 여성이 항의하자 델타 언니는 눈을 부릅뜨며

처음부터 스피릿 잘못이며, 스피릿이 돈을 늦게 주어 좌석 배정도 늦어졌고, 델타 책임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환불하고 싶으면 스피릿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과 함께.



아까보다 더 허탈한 느낌;;;



억울해도 델타 언니 앞을 떠날 수도 없는 일 ㅠㅠ 

계속 불쌍하고 배고픈 표정으로 델타 언니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무서워서 앵기지는 못함)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는데 델타 언니가 우리 이름을 불렀고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쪽지를 주었다.

거기엔 컨펌 코드가 적혀있었다.



"저기서 이 코드 한번 찍어봐."



우리는 두 손으로 쪽지를 받아들고 키오스크 앞으로 달려가 코드를 입력했다.

그러자 오후 5시에 출발하는 AA 티켓이 출력!



"이거 티켓팅 된거 맞지?"

"와우~ 축하해~ 운이 좋네~ 여행 잘하고 와~"




그 앞에서 미소를 띠며 그놈의 땡큐를 또 외치고 말았지만

찝찝한 기분은 버릴 수 없었다.




"묘하게 기분 나쁘네."

"밤 9시 비행기 뻥 아니야?"

"나도 그 생각했어!"

"이 모든 게 쇼였다니!" (망상일 뿐입니다. 여러분)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오빠는 퇴근 후 공항으로 가겠다고 했다.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ㅋㅋㅋ






- 미국 공항에는 콘센트 꽂는 곳이 많아서 너무 편리했다. 역시 아이폰의 고향!


- 국내선에는 강아지와 함께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국제선과는 달리 절차가 크게 복잡하지는 않은지, 꽤 많은 케이지들을 구경했다. 아, 따뜻한 기분!


- 뉴욕에서 유심을 사기로 한지라 전화도 없던 우리 둘에게 공항에서 제공한 무료 와이파이는 정말 꿀이었다. ㅠㅠ

여러 공항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DFW!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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