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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6, Dallas

Day 12 : 눈물의 쉑쉑버거

by 하와이안걸 2016. 4. 10.


2016.04.10. 일요일



엄청 잘 잤다. 완전숙면!

그러고보니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잔 것이 오랜만이었다.

거실 신세 열흘은 그렇다치고

서울 집에서 쓰고 있는 침대도 매트리스가 푹푹 꺼져서 버리기 직전이었다.

아, 숙소 침대 짱짱!



8시에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좁은 공간이지만 없는 게 없었고 달라스에서 구경도 못했던 베이글이 푸짐하게 담겨있었다.

게다가 to-go 박스까지 있었다!

사람들이 그 안에 도넛도 꾹꾹 눌러 담고 과일도 신나게 담길래

우리도 당당하게 과일을 담아갔다.

오늘부터 3일 동안 머물 숙소에는 조식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열심히!



이런 호사 다시는 없습니다 ㅠㅠ




덕분에 3일 동안 잘 먹었고요



아쉽지만 체크아웃.

호텔에서 가까운 곳부터 걸어서 격파했다.

Century 21, 레드큐브 상, 트리니티 교회, 월 스트리트, 증권거래소, 황소 상, 배터리 파크...

평소 같으면 이 정도는 껌이었을텐데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이 은근 피곤했다.

게다가 아침에 챙긴 사과와 오렌지까지.



사진 찍기 너무 어려운 뉴욕 시내




아빠가 궁금해했을 뉴욕 증권거래소




하루종일 능욕 당하는 황소상




배터리파크의 귀요미




자유의 여신상이 섬에 있는 거였다니




자유의 여신상과 메모리얼 파크는 다른 날에 보기로 하고 

근처 쉑쉑버거를 찾기 위해 YELP를 켜고 돌아다녔으나 실패.



춥고, 배고프고, 가방 무겁고...

싸우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역시나 미묘한 신경 긁기가 시작되었고, 자책쇼로 이어지다가 그의 침묵과 나의 오열로 마무리 ㅠㅠ

아, 여행 때마다 싸우는 패턴은 늘 같다.

지도 어플은 제발 오류를 범하지 말라 ㅠㅠ



결국 쉑쉑버거 배터리파크 점은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짓고,

가장 유명한 메디슨스퀘어파크 점으로 향했다. 



공원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런치타임




도착은 했는데 줄이 무척 길었고...

그보다도... 

100% 야외 테이블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실내 자리도 조금은 있을 줄 알았는데 온통 야외라니...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런 기분에 먹다 체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먹어야지 벌써 3신데 ㅠㅠ




치즈버거, 치킨버거, 핫도그, 감자튀김...

체하기는 커녕 맛있게 많이도 먹었다. ;;;

번에 버터를 발라 구운 것이 특징이었고 그래서인지 좀 더 꼬수운 맛이 났다.

감자는 완전 별로. 인앤아웃 감자가 훨씬 맛있었고 핫도그는 소시지가 실해서 맛있었다.

가격은 이렇게 먹으니까 20불이 훌쩍 넘어;;; 다음부터 감자와 핫도그는 빼기로 결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향해




숙소까지 메트로 타기가 애매하여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갔다.

참회의 대화를 나누며... 




34층에 위치한 두 번째 숙소




두 번째 숙소는 한인민박 치면 나오는 사이트들 중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마침 땡처리 특가전을 하고 있어서 1박에 100불 X 3박을 예약했다. (첫날은 만실이어서)

처음에는 욕실 공용인데 100불이면 너무 비싼 듯 해서 망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역이랑도 가깝고 편하게 잘 묵었던 것 같다.



담당 매니저에게 숙소 관련 주의사항을 들은 뒤 키를 받았다.

34층 아파트. 방 3개, 화장실 2개. 

한 팀은 화장실 딸린 방을 쓰고, 우리를 포함한 두 팀은 화장실을 함께 쓴다. 부엌은 전체 공용.

그러나 3박 4일 동안 다들 새벽 같이 나가시고 밤 늦게 들어오셔서

게으른 우리와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대체로 만족했지만 침대는 꽝이었다. 

매트리스가 너무 얇았고, 스프링이 명을 다했는지 뒤척일 때마다 마룻바닥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너무 피곤했던지라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놓고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니 늦은 저녁.

배는 고픈데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일단 중무장을 하고 나갔다.

역 주위를 빙빙 돌다보니 코리아타운이 나왔다.

아니 여기에도 H 마트가 있다니!!!



한글을 보자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우리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장바구니에 라면과 햇반, 참치, 맥주 등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찬 코너에서 겉절이와 함께 새댁반찬세트(오뎅볶음, 해조무침, 진미채, 콩자반)를 샀다.

이번에도 역시 레스토랑만큼 지불 ㅋㅋ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짜디 짠 갓짬뽕을 보글보글 끓여서 짜고 매운 반찬들과 함께 흡입했다.

폭주에 가깝다고나 할까...




다시 보아도 짜다. 보기만 해도 짜다.




달라스에서 몸에 밴 모범적인 생활이 대도시에 오자마자 완전히 깨진 느낌이다.

지독한 변비가 예상되는 식단의 연속에 매일 챙겨먹던 흑염소도 안 가져왔다.



이때다 싶어서 오랜만에 병나발을 불었다.

사무엘 아담스 맥주는 왜 이렇게 맛있고, 대체 어떤 새댁이 이렇게 반찬을 맛깔나게 하는지

궁금한 밤이었다.




라면을 먹어도 창밖에는 뉴요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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