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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눌러앉기/2016, Dallas

Day 14 :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

by 하와이안걸 2016. 4. 12.



2016.04.12. 화요일



히터를 켤 수 밖에 없는 날씨지만 막상 켜면 한 시간도 못되어 건조해 죽을 것 같고,

창문을 열면 34층이라 괜히 무섭고 ㅠㅠ

새벽에 계속 깨어 히터를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비가 오는 뉴욕의 아침.

오늘도 과일 세트와 (나름 숙소 조식인)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빵빵한 와이파이로 욱씨남정기를 챙겨보았다. 

다른 방 사람들은 하나둘 나가는데, 

우리만 12시까지 욱씨에 반해 침대 뽀개는 소리를 내며 빈둥빈둥.



New York City~ can be so pretty~



배가 너무 고파서 집을 나섰다.

오늘은 뭘 먹지?

YELP는 역 근처 바베큐 집을 알려주었다.

고기에 굶주린 남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진!

그러고보니 맨날 햄버거, 라면만 먹다가 처음으로 팁 내는 식당에 가 보는구나.



매디슨스퀘어가든 옆 지미 형아네 바베큐



북쪽 립, 남쪽 립, 베이비백립 세 종류가 친절하게 섞여있는 플래터 하나와

사이드로 코울슬로와 감자튀김, 그리고 맥주 주문



이게 24불 정도인데 둘이 먹기 딱 좋음




딱 꽂힌 키친타올과 소스병들



손 박박 씻고 우리의 펜 스테이션으로.

첼시 마켓 가려면 어디서 내리냐고 지하철 역무원에게 물어봤다가 고함 세례받고 울뻔 ㅠㅠ

걸어가도 될 거리를 괜히 물어봤다가 봉변당한 것 같아서 우울했다. 

또 다시 싸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어쨌든 첼시 마켓 도착





날씨는 금방 맑아졌고요





잘 꾸며놓은 시장이구나




해맑은 제육남




캐리의 집이 곧 나올 것 같고



첼시 마켓 안에서 랍스타 파는 가게도 구경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근처 거리를 배회하다가 월드 트레이드 타워 센터 역으로 향했다.



옛 무역 센터 자리에 지은 그라운드 제로와 911 메모리얼 뮤지엄.

화요일 오후 5시부터 무료 입장이라는 말에, 

박물관 무식자인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화요일 일정으로 잡았는데

다 보고 나니 돈을 내고 봐도 하나도 아깝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티켓값은 기부금으로 내고 왔다.



새로운 하늘




비워둔 자리




기부금을 내면 팔찌를 받을 수 있다




2001년 9월 11일 이른 아침의 무역센터




폭격을 받기 전 멀쩡했던 무역 센터의 사진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저 시간 순으로 전개될 뿐인데도 영화를 본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영어로 된 설명을 두 사람 모두 최선을 다해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뽑아낸 기둥과 당시의 벽면




missing you...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시관과 찍을 수 없는 곳이 나뉘어져 있고, 찍을 수 없는 곳에는 곳곳에 티슈 박스가 있다.

아, 이역만리에 떨어져 사는 나도 너무 눈물이 나서 힘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고통스럽다.



(자세한 사진은 따로 올리기로...)




저녁이 되었으나 배가 고프지 않았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한 군데라도 더 가고 싶었던 나는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보고 싶다고 했고, 남편은 반대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옷도 제대로 안챙겨 입은 내게 절대 무리라는 남편과

괜히 내 핑계 대지 말라며 맞서는 아내.



사실 첼시 마켓에 갔을 때 캐리의 집까지 걸어가 보고 싶었는데 

초행길인데다 시간이 애매해서 말도 꺼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나보다.

그래서 미란다와 스티브가 재회했던 브루클린 다리라도 가보고 싶었던 것.



두둥! 나의 승리




맨하탄 야경을 향하여 직진




나무바닥에 주목




결국 내 고집대로 성사(?)는 되었지만 서로 기분이 상한 채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생각보다 추워서 놀란 나와

생각보다 경치가 좋아서 놀란 남편



침묵의 사진을 찍으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나무바닥으로 바뀌자마자 다리가 엄청 흔들리는 것이다 ㅠㅠ

그 위를 힘차게 달리는 조깅족들과 자전거 군단들 ㅠㅠ 아악 그만 좀 뛰라고 ㅠㅠ



다리 난간을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부들부들 떨며 건너는 나와

상쾌한 기분으로 셀카 백장 찍고 있는 남편.

화해는 필요 없었다.




멋지긴 합니다요



숙소에 돌아오니 밤 9시.

저녁은 무슨,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감기가 두렵고 귀찮은 어른의 본능인 것이지.




새벽 2시에 눈을 떴다.

남편은 이미 깨어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길거리로 나왔으나 문을 연 곳이 없었다. 

믿었던 맥도날드는 마감 청소중이었고, 

편의점 앞에는 홈리스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뚫고 들어가기 무서웠다.




결국 불 켜진 던킨도너츠에서 부리또 하나.

길거리에 많은 할랄푸드 중 한 군데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했다.

둘 다 알아서 잔돈을 팁으로 챙겨갔다.




맛있었습니다요




방에서 사무엘님과 함께 꾸역꾸역 먹으며 선거방송을 지켜보았다.

출구조사까지는 두 시간이 남아있었다.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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