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 드디어 아울렛 두둥

2016.04.15. 금요일

오늘은 언니 오프.

시댁 선물을 위해 달라스 근처 쇼핑몰을 기웃기웃거리며 1차 시장 조사를 마친 나는

드디어 오늘! 실행에 옮기기 위한 쇼핑 끝판왕 아울렛에 가기로 했다.

오픈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는데 인앤아웃 햄버거가 창밖으로 보였다.

남편은 해맑게 햄버거 좀 먹고 가면 안되냐고 물었다. 일동 당황... ㅋㅋㅋ

아침 먹은 지 얼마 안된 시간이라 다들 쉐이크로 목만 축이고 남편은 인앤아웃 처음이라며 신나게 하나 뚝딱.

요즘 케찹에 빠져있는 조카는 갑자기 상 위에 펼쳐진 감자튀김에 신이 났다.

 

Allen Premium Outlet 도착.

미국은 역시 코치랑 마이클코어스.

코치에서 시어머니 가방을 하나 (375 -> 157)

옆에서 함께 골라준 엄마도 하나 (275 -> 99)

가방에 어울리는 지갑도 하나 찔러주었다 (65)

뭐만 사주겠다면 손사래치던 엄마가 여기서는 의외로 순순히 응하셨다.

갑자기 개그콘서트에서 황현희 코너에 나온 박지선이 떠올랐다.

정지민 : 엄마 이번 생일날 티셔츠 사줄까?

박지선 : 아유 티셔츠 사지 마. 엄마 옷장에 안 입는 티셔츠 많아. 절대 사지마.

정지민 : 그러면 화장품 사줄까?

박지선 : 아니야. 화장품 지금 쓰던 거 많이 남았어. 화장품 사지마.

정지민 : 그럼 가방 사줄까?

박지선 : 니 맘대로 해...

나 이거보면서 정말 배를 잡고 웃었는데

정말 현실에서 다시 확인하고야 말았다.

7년 전 신혼여행 때 돈이 없어서 엄마 선물을 CK 가방을 사 드린 게 늘 마음에 걸렸는데;;;

큰 돈 들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시는 거 고르게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 뒤에는 아빠가 있었다.

지난 번 chico's 옷에 이어 가방까지 득템한 엄마를 바라보는 아빠의 동공은 흔들리고...

Clarks에서 아빠는 열심히 가죽 샌들을 고르셨다. 

그러나 75 -> 65 겨우 10불 세일하는 걸 고르셔서 모두가 반대. 작전 실패 ㅋㅋㅋ

결국은 리복에서 여름용 트레이닝복 세트를 득템하시며 미소를 되찾으셨다.

남편은 나이키에서 운동화, 나는 갭에서 소박한 티셔츠 하나 샀을 뿐인데 

다들 배고프고 다리 아프고 기가 쪽 빨렸다. 아직 반도 못 봤는데 다들 넉다운. 집에 갑시다. ㅠㅠ

큰오빠가 마침 일이 끝났다고 전화가 와서 늦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콜롬비아 매장에 푹 빠져있던 아빠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빠 또 올거야. 걱정 마세요.

이름을 알 수 없는 중국 식당에서 우육탕면, 짜장면, 만두, 게살볶음밥을 골고루 시켰다.

볶음밥과 만두는 정말 맛있었지만 한약맛이 나는 우육탕면은 낯설었다.

이 역시 동남아 음식 좋아하는 사람들은 완전 좋아할 맛! 고기도 푸짐하고...

처음에 반찬처럼 나오는 채소 볶음은 좋았다.

저렴하고 푸짐푸짐

의외의 메뉴 팥빙수! 제법 맛있었다!

클래식한 초코 케이크

집에 도착하니 5시가 약간 넘었다.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한다고 부엌에 들어가고 오빠는 질색팔색을 하며 말렸다.

지금 밥 먹고 들어왔는데 무슨 밥을 하냐고. 누가 먹는다고 밥을 하냐고.

남편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왜 다들 밥을 안 먹어?"

"좀 아까 먹었으니까. 게다가 넌 햄버거도 먹었잖아!"

"그건 밥이 아니잖아."

"???"

"전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 왜 다들 장모님에게 밥 하지 말라고 화를 내는거야! 나는 배고프다고!"

남편의 처가살이는 나름대로 힘겨웠던 모양이다.

이젠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