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무를 좋아하는 나는
이런 그림도 그렸다.
https://hawaiiancouple.com/1107
무는 연두색 부분이 달고 맛있으니까
무 전체가 연두색이면 좋겠다...
이런 허황된 마음을 겨울마다 품어왔는데
(잠시 고릿적 추억 소환...)
20여년 전, 할머니와 추석 장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모래내시장 초입인 가좌역 근처에는
푸성귀 파는 할머니들이 늘 모여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이 그날따라 성이 만장같이 나셨는지
길 가는 사람들을 향해 다짜고짜 외치는 것이다.
"이 무를 사다가 무나물을 해서
밥에 척척 얹어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멍청한 것들이 그걸 모르고 지나가네!"
졸지에 멍충이가 된 나와 할머니는
멍충이를 면하기 위해 잠시 무를 쳐다보았으나
돌아오는 길에 손이 비면 사기로 하고
멍충이의 길을 다시 걸어갔다.
그날의 충격으로 인해
무나물은 나의 최애 나물이 되었다. ㅋㅋㅋ
(여자 호통에 약한 편)
다만, 그 할머니가 말한 무나물이
볶은 무나물인지, 무생채인지는 확실치 않음. ㅋㅋ
1. 무생채
젓갈 냄새 안나는 새콤한 분식집 무생채.
정갈하고 깔끔한 냉면집 무생채 스타일을 갈구하던 나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금금밤에서 가장 좋아하던 코너,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런 내친구네 레시피.
특히 이 무생채 레시피는 다들 많이 시도해본 듯 검색하면 꽤 나온다.
다만 금금밤 무생채, 성호네 무생채, 홍진경 무생채, 빡구 무생채 등등;;;
검색어 통일이 전혀 안되어 있다는 게 함정.
여의도에서 크게 식당을 하셨다던 주인공 어머님께서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해 주셨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도 내가 원했던 그 맛이 난다! 오예!
2. 무나물
이건 집집마다 여러 레시피가 있다.
육수를 넣는 집, 들깻가루를 넣는 집...
하지만 겨울무와 함께라면 소금 한 꼬집이면 충분하다.
+
이틀이 지났어요.
냉장고에서 무생채를 꺼내볼까요?
무 익어가는 냄새는 언제나 구리다.
총각김치도, 깍두기도, 이 무생채마저도 똑같다.
(구린내에 놀라 반찬통을 던져버리면 안 돼요.)
찹찹 시식해보면
내 입엔 달다, 짜다, 시다 이런 감이 온다.
나만의 무생채가 90% 완성되는 시점!
사카린이 아니어서 감사할 뿐!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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