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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에이! 플랜비! 플랜씨! 플랜디! (둠칫둠칫)
여행 계획을 뻐렁차게 짜놓고 혼자 뿌듯해서 잠을 설쳤다.
친정 식구들 줌으로 불러모아 브리핑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 ㅋㅋㅋ
나란 새럼, 정리와 보고에 목숨 거는 새럼.
그래도 초행길이고 엄마의 체력도 알 수 없는 상태.
마음과는 달리 엉덩이가 무거운 나란 자식은
전화로만 엄마를 들들 볶았다.
약 챙기세요~
운동화는 그때 그거~
반찬 싸오면 화낼거야~
그렇게 디데이가 다가왔다.
30프로 실버 할인도 있었는데
주말이 되니 무섭게 자리가 매진되길래
김팀이 출장으로 모아놓은 마일리지를 털어버렸다.
+코레일 완전 초짜 인증 ㅋㅋㅋ
당연히 엄마 계정으로 가입해야 선택가능한 줄 알고 ㅜㅜ
(예매할 때 성인 밑에 '경로'가 있는데 못봤;;;)
여튼 내 계정으로도 경로 티켓 예매할 수 있습니다 ㅠㅠ
월요일인데도 사람이 이렇게 많아?
응. 다 출근하는 사람들.
호오. 그렇구나.
그렇다.
열차 안에는 김팀의 클론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트북 하는 김팀, 잠 자는 김팀, 전화가 울리니 후다닥 나가서 받는 김팀...
쥐죽은 듯 조용한 열차 안에서
엄마와 나는 매우 소근소근 이야기했다.
열차 안에서 먹으면 쫓겨날 분위기였지만
엄마가 곱게 싸온 과일 도시락을 내칠 수가 없었다.
특히 저 길쭉한 포도는 잊을만 하면 한송이씩 등장해서
꿈에 나올 것만 같았.. ㅠㅠ
서울역에서 산 모시송편과 함께 간단히
하지만 아주 조용히 아침을 먹었다.
이런 세상입니다요. 오마니!
두 시간 반만에 부산이라니요. 오마니!
저도 믿기지 않는데 오마니는 오죽하갔어요!
그러니까 밀면을 먹자요! (네?)
그렇다. 이번 여행의 첫 끼는 밀면이었다.
우리집이 또.. 워낙에 명망 있는 면식가 집안이고 (네??)
밀면 자체가 실향민의 음식이니
이번 여행의 주제(네???)와도 잘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http://kko.to/2CHv_hYfo
부산역 주변에 여기보다 유명한 밀면집도 많았으나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바로
1대 사장님이 그리신 고향 지도에는
눈에 선한 고향의 모습과 부산까지의 동선이 구구절절 담겨있었다.
황해도 연백이면 지금 당장 강화도만 가도 진짜 잘보이는 곳인데 ㅠㅠ
어떤 마음으로 부산에서 일생을 사셨을까 싶다.
시원하게 후루룩찹찹 한그릇씩 비운 뒤
다시 부산역 광장으로 걸어와 좌석버스를 기다렸다.
http://kko.to/oN7KmhD4M
이번 여행에서 엄마는 거제의 고향집과 함께
아빠를 위한 기도의 장소를 찾으셨다.
부산에서 가본 절이라고는 여기뿐.
덕분에 첫날부터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설레어 잠 못 잔 모녀,
버스 안에서라도 눈을 좀 붙입시다~ 했는데
아니 이 버스가!
남천동, 광안리, 센텀, 해운대, 송정 등등
부산의 명소들을 다 훑고 가는지라
창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네?
부산에 산이 참 많네...
->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한 말 ㅋㅋㅋ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곳은
여느 절과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절이, 불교가, 너무 쉽고 솔직하다고 해야하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느니,
소원을 반드시 이루어준다느니
이런 글귀들이 수령님 만세처럼 여기저기 적혀있어서
처음 갔을 때는 마냥 부끄러웠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다시 가니 이런 격없는 환대가 그저 고맙고 좋다.
심지어 입장료도 무료. (매우 중요)
숙소까지는 택시를 탔다.
이미 만보를 넘었기 때문이다.......
http://kko.to/5QMR_hY4T
가기 전날까지도 부산에서 1박을 할 지 몰랐어서
급하게 잡은 숙소다.
평일 6만원대 이 정도 트윈이면 괜찮다고 혼자 위로하며...
짐을 풀고 땀을 식히니 배가 고프다.
자, 이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요.
http://kko.to/90PV_OD4B
출장으로 부산에 처음 왔을 때
여기서 저녁을 얻어 먹고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난다.
뭔가 엄청 대접받은 기분.
그리고 역시 비싼 건 맛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장 왔을 때처럼 이런저런 소고기를 구워먹다가
디저트(?)로 불고기를 먹는 호사를 누리고 싶었으나
역시나 엄마의 강려크 저항으로
언양불고기를 맛보는 것에서 마무리 ㅜㅜ
테이블을 담당해 주는 이모님들도
술도 없이 밑반찬에 열중하는 우릴 보고는
크게 기대 않는 분위기. (원래는 팁도 주고 그런다 함)
하지만 바다를 보며 마냥 웃는 엄마 덕분인지
담당 이모님 매우 친절하셨다. 그럼 됐지 뭐.
계산이 끝나도 엄마가 안나와서 보니
상 위에 남은 감자 슈킹 중. ;;;;;
그 모습을 본 이모님이 봉지를 들고 달려와서는
새 감자를 추가로 챙겨주셨다.
(별안간 감자 부자가 되었어...)
내일 아침은 이걸로 됐네~~ (신남신남)
신났으면 됐지 뭐.
내일은 거제로 갔다가 통영으로 넘어가자.
응. 나는 다 좋아.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해운대도 산책하려고 택시를 탔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지막 부산의 밤일 줄 알았기에...
(택시 안)
기사 : 말투 보니 부산 사람 아닌가배?
나 : 네. 서울에서 왔어요.
기사 : 내일은 어데 가실라꼬.
나 : 거제 갔다가요.
기사 : 차 없이 힘들낀데.
나 : 일 보고 통영으로 넘어갈 것 같아요.
기사 : 통영 뭐 볼게 있다고!!!
엄마 : 그럼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기사님 : 경주!
(아뭐래 -_-;;;)
나 : (이꽉물) 저희 모처럼 부산까지 왔는데요.
기사 : 그럼 택시 투어를 해야제!!! 12만원만 주면 오전 안에 부산 싹 돌아준다! 어무이 고생시켜 되겠나!
(이영감탱이가진짜 -_-;;;;;;;;;)
기사 : 어무이! 통도사 가보셨습니꺼!
엄마 : 아니요.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기사 : 한국 3대 사찰 아입니꺼! 가보셔야지예!
엄마 : 절 좋지요!
기사 : 버스로만 다니실거면 통도사나 한번 다녀오이소. 거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엄마 : 어머 그래요?
기사 : 입구에 소나무길이 쭈아악~~~
엄마 : 어머나~~~
기사 : 통영은 젊은 아들이나 가는 곳이니 즐때 가지 마시고예.
나 : (부글부글)
재미있는 기사님이다. 그치?
응. 그래도 궁금하긴 하더라...
엄마, 우리 절은 한번 갔잖아. 관광을 해야지. 케이블카도 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도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아무데나 선정되는 것도 아니고...
수정안 보내드리겠습니다. ㅠㅠ
이젠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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