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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엄마와 부산 2 : 거제에는 파인애플이 자란다 (20210420)

by 하와이안걸 2021. 9. 14.

https://hawaiiancouple.com/1807?category=423973 

 

엄마와 부산 1 : 엄마의 짐은 의외로 작다 (20210419)

https://hawaiiancouple.com/1794?category=423973 엄마와 부산 0 : 프롤로그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엄마를 찾아가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 밥상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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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 조식 사진은 없다.





너님이 아침을 먹지 않잖아요.
놉!





나야 밥 대신 잠을 택하는 쪽이지만
새벽에 눈 뜨는 엄마, 딸과 함께 만보를 걸어야하는 엄마에게
이번 여행의 아침은 저녁보다도 중요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사진으로 남길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좌) 줄지 않는 가지 포도, 식당에서 받은 감자와 계란







그렇다.
우리의 아침은 늘 전날 먹고 남은 음식들. ㅜㅜ
세상 모르고 자는 동안 사부작사부작 차려진 이 플레이트에
처음엔 당연히 저항했다.








여행까지와숴어어이러는거싫다고오옥!






하지만
'이것도 내겐 여행의 즐거움'이러는 엄마의 단호함에 입을 꼭 다물었다.




머리통이 크면서, 특히 결혼하고나서 부터는
엄마를 가르치고 이겨먹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는데
간만에 확신에 찬 엄마를 보니 묘하게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납작 받들어 모시겠사옵니다.







부산 지하철 좋네







말이 나온 김에 간단한 규칙을 정했다.
- 아침은 무조건 숙소에서 먹기
- 택시는 해가 진 뒤에만 타기






부산이어서 가능했던 룰이다.
지하철이 무료인 엄마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길을 찾는데 좀 더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친다고나 할까.
특히 부산 지하철의 어르신 승차권은 보증금도 필요없이
민증만 스캔하면 종이 티켓이 틱! 나오니 더 신나하셨다.









다른 표들도 이렇게 쉽게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맞습니다. 어머니!
불친절한 키오스크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둘째 날의 일정은 반만 짜여진 상태였다.
일단 거제를 돌아다니며 엄마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 메인!
이후 일정은 예측불가.
거제에서 머물지, 통영으로 갈지, 부산으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
우리는 다시 배낭을 멘 채 터미널로 향했다.











해운대 - 부산사상터미널 - 거제고현터미널









부산에서 거제로 가는 길에는
낙동강이며, 가덕도며, 거가대교며
탁 트인 볼거리가 많아 눈이 즐거웠다.
엄마와 신공항 이야기를 조잘조잘 했는데
다른 승객들이 어쩐지 귀를 쫑긋하는 것 같아서 호다닥 멈추었다.









고현버스터미널 도착

















해안도로를 따라 둔덕면으로 갈 예정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목적지 왼쪽으로 통영이 착 붙어있다.
거제의 그 어느 곳보다 택시비가 적게 나올 정도였다. ㅋㅋㅋ
거제 미션을 무사히 클리어한다면
저녁에는 통영으로 넘어가야지,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숙소 예약은 하지 않았다.
평일이고 비수기니까 잘 곳이야 있겠지 싶어서.






한시간 가까이 시골 버스를 타고가야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왠걸.
바닷가를 끼고 도는 코스라 돈 주고도 못할 멋진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상석에 앉아서!







다 와가요. 엄마.
그래? 그럼 여기쯤에서 조개를 잡았나보다.







농막 정류장에서 무사히 하차

















거제시 둔덕면 산방리 도착











엄마 말대로 예쁜 동네였다.
뒤에는 산방산, 앞에는 둔덕천이 흐르는 완벽한 배산임수.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카페가 하나 있을 뿐 (화요일 휴무라니 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찐시골이었다.
게다가 3, 40분 걸으면 바닷가가 나오니
엄마의 기억 속 가장 완벽한 고향일 수밖에.









(가려고 했던 휴무 카페는 바로 여깁니다. 일단 기록.)



https://place.map.kakao.com/900406964

 

리묘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하둔길 49 (둔덕면 하둔리 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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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51gTACds

 

네이버 지도

리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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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학교를 등지고 저기쯤이야












http://kko.to/J-_iIgf4T

 

둔덕시골농촌체험센터

경남 거제시 둔덕면 청마로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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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GJ3PRNp4

 

둔덕시골농촌체험센터 : 네이버

방문자리뷰 8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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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지 말아요. 가까운 학교부터 가 보아요.








구. 둔덕국민학교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고 (모름모름)










폐교가 되었음에도 깔끔.
지금은 체험센터로 운영 중이어서 다행히도 쉽게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계단은 싫지만 교실은 봐야겠어











숙소로 꾸며진 교실








그렇다.
엄마의 모교 둔덕국민학교는 시골 체험센터로 바뀌어
각종 체험 교육과 숙박시설이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운영 중이었다.
숙박비도 저렴한 편이고 엄마에게 의미있는 곳이라
숙박 후보 중 하나였으나






사진으로 보다시피
방이 너무 대성리 스타일이고 (뭔지알지)
밤에 여기서 잔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좀 무서워서;;;
쫄보모녀는 숙박 포기.







그래도 낮엔 운동장 예쁘고










나무도 꽃도 잘 가꾸어져 흐뭇












이로서 학교에서 볼일은 끝. (바이바이)
본격적인 구해줘 홈즈를 찍기 전에
점심을 먹어야했다.
감자 한알로는 배가 마이 고파 ㅠㅠ








오늘의 첫 외식은 여기











http://kko.to/m6ySIg4fo

 

파인에이플러스

경남 거제시 둔덕면 청마로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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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에이플러스 : 네이버

방문자리뷰 1469 · ★4.55 · 생방송투데이 26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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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둥절)











놀랍게도 현재의 거제는
국내 최대 파인애플 생산지라고 한다.
국산 파인애플이라니 부내나잖아.








그래도 포토존은 넣어둬











창고를 개조한 레스토랑 입성













거제 파인애플 쥬스로 목을 축이고












식샤를 합시다











거제사랑 상품권 사용이 가능해서
호다닥 5만원권 구매 후 남은 금액 환불까지 일사천리.
지역상품권 처음 써봅니다. 감격 ㅠㅠ
아침부터 팽팽했던 긴장을 풀고 이 시원한 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겨울 때까지 쉬었다.










이제 집을 찾아볼까용?










암온더넥스트.... 레벨....











아무리 그 시절 그대로라 해도
60여년 전에 살던 집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청마기념관 앞에서 한참을 기웃거리니
안에서 직원분이 나오셨다.












http://kko.to/RqWhUgf4T

 

청마기념관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2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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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기념관 : 네이버

방문자리뷰 2 · ★4.25 · 청마들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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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오셨어요? 기념관 보시게요?

아니요. 집을 찾는데요.

네에? ;;;

근처에 우물 있는 집이 혹시 있나요?

아하~







청마 선생님 생가에 우물이 있지요!












음. 아닌 것 같은데...






유치환(柳致環, 1908년 8월 10일 (음력 7월 14일)[1] ~ 1967년 2월 13일)은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자 대한민국의 시인 겸 교육자이며 예비역 대한민국 육군 소령이다. (후략)

(몇년생인지 급검색;;;)












찾으시는 우물이 아닌가봐요?

네. 이렇게 번듯한 우물이 아니라서요.

위로 조금만 올라가시면 공주샘이라고 있는데 거기도 한번 가보세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기왕 왔으니 가봐야지












여기도 보통 우물은 아닐세














짜잔











비슷하긴 한데... 주변을 나중에 손본건지... 주변 집들이 다 없어지니 잘 모르겠네...









학교에서 오는 거리는 이 정도가 맞는데...












골목골목을 다 헤맸지만 인적도 드물고
이집이다 싶은 집은 발견하지 못한 채
역시 다 헐리고 없나보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저 멀리서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걸어오셨다.












홍군과 청군












외지인 느낌 뿜뿜인 우리를 향해 천천히 눈을 맞추며 다가오는 할머니.
엄마는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1


어르신. 이 동네에 우물이 저기 샘 말고 또 있나요?

저거 하나지.

그럼 저기서 동네 사람들 다 물 길어먹고 빨래하고 했지요?

암! 그랬지.

저 샘 옆에 큰 집이 하나 있지 않았어요? 다들 우물집이라고 불렀는데...

우리집이 우물집인데, 누구시오? 누굴 찾소?

어머나!!! (박수 짝) 제가 어릴 때 여기서 3년 정도 살았거든요. 언제부터 사신 거에요? 시집을 여기로 오신 거에요?

여기서 쭉 자랐는데... 혹시 사랑채에 살던 피난민들인가.

네, 어르신!!! (손 덥석) 제가 그집 둘째딸이에요.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나는 왜 유튜버가 아닌 것인가.)







#2


얼굴은 기억 안나지만 북에서 내려온 가족들과 잠깐 살았던 건 기억하오.

(울먹) 주인 아저씨가 참 잘해주셨어요. 늘 지게를 지고 다니시고 참 부지런하셨는데...

(웃으며) 맞소. 우리 아버지가 키도 크고 힘도 세서 일을 참 마이했지.

아주머님은 뵌 기억이 없어요. 방에서 잘 안나오셔서...

우리 어머니는 많이 아팠다오.

아이고 그러셨구나.

그럼 여길 떠나 어디로 가셨소.

저희는 인천으로 올라가서 살았어요. 지금도 멀지 않은 곳에서 살아요.

잘 가셨네. 나는 시집도 한 동네로 와서 여길 못 떠나고 이렇게 사오.

여기가 훨씬 살기 좋....

(인터셉트) 하지만 나는 아들을 넷을 낳았고, 큰 아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직원이 무려 칠십명이고, 며느리도 대학원을 나와서 박사...

(인터셉트) 나이가 드니까 여기가 얼마나 생각나던지요... 이번에 우리딸이 이렇게 휴가를 내서 같이 와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죽을 때까지...







(엄마 그만해 ㅠㅠ)







#3

(배틀종료) 어릴 때 떠났는데도 잘 기억해서 찾아오셨소.

(배틀종료) 네. 어릴 때와 똑같이 동네가 너무 예쁘고 산도 지금보니 영산이네요.

아무렴! 아직도 산신제례를 지내고 있는데!

삼월삼짇날에 마을 어른들이 올라갔던 게 혹시?

그렇지! 이제 마을축제가 되서 전국에서 소원빌러 온다오.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안했지만.

아이고. 제가 올라가야겠네요.

허허. 여튼 이런 촌을 기억해주고 다시 찾아줘서 고맙소.

아니에요. 저야말로 감사하죠.

어떻게... 우리집에 가서 더 이야기하겠소?

다음에 저희 언니랑 같이 꼭 올게요. 언니도 오고 싶어해요.

그러시오. 기다리겠소. 내 이름은 ㄱㅈㄱ이오!

네! 다시 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고맙소. 건강하시오.












할머니 다시 만나요











이후의 엄마는 약간 혼이 빠진 듯
내 말을 제대로 못 듣고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지만
표정만큼은 행복해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복닥복닥한 시골 버스 안에서 큰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거제도 집을 찾았다고 엄마답지 않게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그러다가 통영으로 넘어가는 거제대교 앞에서 못 내리고;;;
다시 고현 터미널까지 오고 말았다.







엄마, 솔직히 말해. 어딜 가고 싶은거야.
오늘 저녁은 통영에서 잔다며...
통영 가려면 아까 그 다리에서 내려야한다고 내가 몇번을 말했어...
아이고. 내가 정신이 딴데 가있었네.
솔직히 통영 가기 싫었지?
나는 다 좋아... 너가 가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가자.
아그렇게 말하지 말고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슨 싸우는 연인 같으다. ;;;)



여튼 엄마는 끝끝내 속내를 말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통도사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오. 영감탱이 기사님 예언대로 흘러가는 의식이여 ㅠㅠ






부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다 떨어져가는 배터리로 당일 호텔 및 저녁 맛집 검색에 집중하고 있었고
엄마는 이런 저런 생각에, 내 눈치도 보면서 다시 부산의 야경을 받아들였다.








검색 쉴패!!!












둘째 날 숙소는 여기.
가성비와 접근성에 초점을 맞춘 쏘쏘한 선택.


https://place.map.kakao.com/8149129

 

해운대센텀호텔

부산 해운대구 센텀3로 20 (우동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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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GEAuEK5V

 

해운대센텀호텔 : 네이버 호텔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 속의 안락한 휴양지, 해운대센텀호텔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과 품격 있고 실속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며, 관광객에서부터 비

voyage.naver.com











숙소 근처에 갈 만한 식당도 없는데다 늦은 시간.
게다가 둘 다 많이 걷고, 긴장도 풀려서
호텔에서 배달앱을 이용하기로 했다.





https://place.map.kakao.com/21876812

 

할매손충무김밥 마린시티점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2로 47 (우동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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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56ICNqza

 

할매손충무김밥 : 네이버

방문자리뷰 202 · ★4.5 · 매일 08:00 - 22:00

m.place.naver.com




통영에 한맺혀서 이런건 아니고요 ㅠㅠ
충무김밥 그냥 좋아한다구요 ㅠㅠ






맛있었어 ㅠㅠ






시락국도 ㅠㅠ







김치랑 오징어도 ㅠㅠ


















남기지 않을 거예요. (훌쩍)
이젠 정말 끝.

 

 

https://hawaiiancouple.com/1796?category=423973 

 

엄마와 부산 3 :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20210421)

잠결에 참기름 냄새가 나더라니;;; 오늘의 아침은, 어제 남은 양념에 뜯지 않은 공깃밥을 비벼서 만든 주먹밥. * 어젯밤 이야기 어젯밤 배민으로 충무김밥 하나, 시락국밥 하나를 주문했더니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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