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갑자기 떠나고/구구절절

엄마와 부산 0 : 프롤로그

by 하와이안걸 2021. 6. 23.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엄마를 찾아가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
밥상 위에 김치가 없길래 물었더니 피곤해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요. 김치는 피곤한 일이지요!
강화도 살 때는 이밭 저밭에서 나눠주는 푸성귀를 거절하지 못해
매일 김치를 담그던 엄마였지만 이제는 안그래도 되지요. 암요.

 

 

 

 

 

내가 김치 주문해줄게.  

아니야. 괜찮아.

파는 김치도 한번 먹어봐야지. 이틀이면 도착할거야!

싫다니까.

딱 3키로만 주문할거니까 부담 없이...

엄마 김치 싫어해!!!

 

 

 

 

 

 

 

 

 

 

 

 

아마도 이런 충격?

 

 

 

 

 

 

 

 

어머니 ㅠ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ㅠㅠ
겨울이면 백포기 이백포기 김장하고,
그걸로 만두 빚고, 녹두전 부치고, 김치밥 하고, 메밀묵 무치고, 국수 말고, 찌개 끓이고, 
이렇게 저렇게 먹여주셔서 우리 식구 모두 김치 귀신이 되었는데 ㅠㅠ
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싫어했다니요 ㅠㅠ
 


 

 

 

 

 

 

(눈물 닦고, 정신 차리고)

 

 

 

 

 

 

 

그때부터 엄마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궁금해하고
만날 때마다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겉에서 보면 엄마와 딸의 다정한 인터뷰지만
말투는 강력계 형사라는 게 함정;;;





 

 

 

 

돼지고기를 좋아한 것 맞습니까? 아빠 때문에 할 수 없이 드신 건 아니고? 어엉?

 

 

 

 

 

 



엄마의 김치를 좋아하던 아빠가 떠난 지 만으로 3년이 되었다.
자식들 몰래 탈상을 준비하던 엄마에게 짧은 여행을 제안했다.
이제 김포'시'로 입성했으니 시내 호캉스는 시시할 것 같고
교외에 있는 절에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호텔이건 절이건 쇼핑이건 산책이건
매번 괜찮다고 웃기만 하는 엄마.
딸내미가 악을 써야 열에 한 번 갈까말까 하는 엄마다.
하지만 김치싫어 사건 이후로는 포기할 수도, 악을 쓸수도 없었다.
정말 엄마가 원하는 여행을 가보고 싶었다.
이런 마음이 닿았는지 엄만 전과 다른 대답을 했다.



 

 

 




오랜만에 기차 타 보고 싶어.

오!!! 좋지! 강릉가서 막국수 먹을까? 천안 이모네 갈까? 

거제도도 갈 수 있을까? 피난 내려와 살던 동네 가보고 싶어.

네???

 

 







평생 엄마에게 want 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랜만에 원하는 것을 연달아 말해주어 반가웠지만
거제도라니.
운전 못하는 딸내미와 77세의 엄마의 조합으로 괜찮은 걸까.

 

 

 

 

 

거제도면 어릴 때 잠깐 살았던 거 아니야?

응. 2년 정도 살았지. 

그런데 갑자기 가고 싶어졌어?

응. 요새 문득 거제도 살았던 생각이 나네.

 

 

 

 

황해도 출신인 엄마는
전쟁과 함께 거제도로 내려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초등학교 때 인천으로 올라가 정착했다.
엄마에게 제2의 고향은 당연히 인천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은, 계속 그리워했던 건 아닐까.
혼자 가긴 막막하고 자식들에게 부탁하긴 미안해서
참고 참다가 겨우 내뱉은 건 아닐까 생각하니 먹먹해져 왔다.
  

 

 

 


그나저나 거제도라...
어떻게 가야하며, 어떻게 이동해야할 지 까마득했다.
게다가 70년 전에 살았던 집이라니... ㅠㅠ
도전의식과 근심염려가 동시에 휘몰아쳤다.




 





동네는 기억나?

거제도 둔덕면 산방리...

그 다음은?

모르겠어.

 

 






그럼 어디 지도를 한 번 봅시다~

 

섬의 좌측에 위치한 둔덕면이네요

 

 

 

 

 





잘 모르겠으니까 관광지도로 다시 한 번~


(출처 : https://blog.naver.com/sangil2430/220020394152)

주위에 산과 고인돌만 있네요...







관광지가 거의 없는 동네라
교통도 불편하고 숙소도 많지 않다 ㅠㅠ
난관이 예상되는군.

 





하지만,
평생의 추억이 되겠군.

 









거제도 많이 발전되서 못 알아보려나?

놉! 여긴 아직 시골이라 괜찮을 것 같아 ㅋㅋㅋ

다행이네.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길은 생생하거든.

학교? 어느 학교!!!

둔덕국민학교를 잠깐 다녔어.








둔덕초등학교
경상남도 거제시 둔덕면 청마로 159 (거림리)에 있었던 초등학교이다.


연혁
1932년 9월 20일 둔덕공립보통학교(4년제) 개교(설립인가 8월 20일)
1938년 4월 1일 둔덕공립심상소학교(6년제)로 개칭
1941년 4월 1일 둔덕공립국민학교로 개칭
1950년 4월 1일 둔덕국민학교로 개칭
1996년 3월 1일 둔덕초등학교로 개칭
1998년 3월 1일 상동분교장 통폐합
1999년 9월 1일 숭덕초등학교로 통폐합


(위키백과 참고)

 

 







아쉽지만 20세기와 함께 바이바이. ㅠㅠ
대신 주소 검색을 해 보니...



 

https://place.map.kakao.com/25588468

 

둔덕시골농촌체험센터

경남 거제시 둔덕면 청마로 159 (둔덕면 거림리 363-2)

place.map.kakao.com

 


http://naver.me/FmgYYMKK

 

둔덕시골농촌체험센터 : 네이버

방문자리뷰 3 · ★4.67

m.place.naver.com

 

 

 

 




다행히 학교 터는 남아있었다.
숙박도 된다고 하니 일단 킵!

 

 

 

 

 

이로써,
떠나볼 수는 있게 되었다.
국민학교 1학년 엄마의 기억에 모든 것을 맡기고
찾아도 그만~ 못 찾아도 그만~
학교 운동장 몇 바퀴 돌다가 와도 그만~

 

 

 


그래도 만약 못 찾았을 때를 대비해서;;;
근처 가볼만한 곳도 체크해 두었다.
나는 걱정인 형이니까.

 

 

 

 

https://place.map.kakao.com/10443946

 

산방산비원

경남 거제시 둔덕면 산방산길 153 (둔덕면 산방리 197)

place.map.kakao.com

 

http://naver.me/5xlWzCDm

 

네이버 지도

산방산비원

map.naver.com

 

 

 

 

 

 

https://place.map.kakao.com/1233906772

 

파인에이플러스

경남 거제시 둔덕면 청마로 206 (둔덕면 거림리 206-4)

place.map.kakao.com

 

http://naver.me/Gcdx3Y3y

 

네이버 지도

파인에이플러스

map.naver.com

 

 

 

 

 

 

https://place.map.kakao.com/900406964

 

리묘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하둔길 49 (둔덕면 하둔리 405-14)

place.map.kakao.com

 

http://naver.me/51gTACds

 

네이버 지도

리묘

map.naver.com

 

 

 

 

 

웬만하면 카카오 지도로만 올리고 싶었으나 (친구 아이가!)

썸네일이 주는 기대감도 올리고 싶어서 네이버도 같이.

 

 

 

 

 


거제도는 대충 패스하고 ㅋㅋ 이제 기차편!
ktx 앱을 다운 받고
이리저리 검색에 탱크에게 물어도 보며
진주로 갈까, 부산으로 갈까, 마산으로 갈까 엄청 고민.
결국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부산행 ktx 라는 상징성이 한몫했고 (켁)
편수가 다양해서 예약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첫날부터 거제로 바로 이동하면 둘 다 너무 고생할 것 같아서
첫날만큼은 부산에서 편히 쉬기로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차에서 뛰었나요오오










 

 

사설은 여기까지.

자, 다음 편부터 엄마와 딸의 종아리 튼튼 여행이 시작됩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엄마들은 웬만하면 딸보다 잘 걷는다는 거. ;;;;;

 

 

 

 

 

 

 

 

 

1편에서 만나요!

이젠 정말 끝.

 

 

https://hawaiiancouple.com/1807?category=423973 

 

엄마와 부산 1 : 엄마의 짐은 의외로 작다 (20210419)

https://hawaiiancouple.com/1794?category=423973 엄마와 부산 0 : 프롤로그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엄마를 찾아가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 밥상 위에

hawaiiancouple.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