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더 클래식 - 시간이 사랑을 잊은 이야기
https://youtu.be/j9T3wlsdnKQ
2022.02.19. 토.
김팀이 갑자기 고열에 시달린다.
타이레놀을 먹으면 그때만 잠시 좋아지고 다시 열이 오른다.
땀도 엄청 흘린다.
김팀은 일년에 한번씩 크게 몸살 앓는 타입이라
이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계속 타이레놀 주입.
그런데 이 자가...
담배를 피러 나가질 않고
입맛이 없으니 죽을 먹겠다 하며
토요일 밤마다 하는 농구 모임에 불참 선언.
밥과 담배와 농구를 마다한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2022.02.20. 일.
어제와 같은 상황.
이불은 계속 땀에 젖고 빨래는 산처럼 쌓여간다.
불안한데 짜증나고, 걱정되는데 열불도 나는 이 상황 ㅋㅋㅋ
확진자가 폭증하던 일요일 오후.
응급실에 들어갈 수나 있는지 전화를 돌려본다.
이대목동에서 일단 와보시라 해서 일단 가보기로 한다.
이런 ㅠㅠ
선별진료소도 아니고
그래도 엄연한 병원이니 최소한 지붕 밑에서 기다리겠지 했는데
오산이었다.
환자는 음압격리실에서 대기 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하는데
음압격리실이 마침 다 찼단다.
천막 안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리는데
눈치 보던 환자는 그냥 집에 가자고 하고,
나는 어떻게 그러냐 기다려보자 하고.
서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며 보낸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ㅋㅋㅋ
그렇게 기약 없는 시간을 버틴 결과
그의 순서가 되었고 이때부터 생이별.
그래도 건물 안에서 기다려도 되니 살 것 같았다. ㅠㅠ
병원 도착한 지 4시간.
의자에 앉아서 졸다깨다 하는데 이름이 불린다.
환자 혈액에 염증 수치가 높아서 입원을 해야한단다.
뭐라고요.
그제서야 눈으로 욕하고 구박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미안해진다.
아. 너 진짜 아팠구나. ㅠㅠ
입원 수속을 밟으며 그제서야 응급실에 누워있는 환자와 조우.
나는 코로나 검사를 안해서 수속 끝났으면 후딱 집에 가야하는 상황. (그는 음성)
필요한 물건들 챙겨오면 로비에서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단다.
호다닥 집으로 가서, 호다닥 짐을 싸고, 다시 호다닥 병원으로 와서
로비에서 노룩패스하듯 가방을 밀어넣고
서로의 평안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이날 20시간 공복을 달성했다.
2022.02.21. 월.
*입원 환자의 보호자 : 보호자 등록을 한 1인만 가능. PCR 음성 확인서 필수.
전날 입원 수속 밟을 때 나도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어차피 그 시간에 받아봤자 밤새 격리되는 건 같다고 하여
짐도 챙길겸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회사에다 말하고 병원부터.
2022.02.22. 화.
다행히 음성이었고
무사히 보호자 목걸이와 팔찌를 얻었다.
그리고 화요일이라
마녀체력 농구부를 보았다. 각자.
2022.02.23. 수.
수요일이니까
골때리는 그녀들을 보았다. 각자.
2022.02.24. 목.
항생제 치료를 통해 염증 수치는 떨어지고
퇴원 이야기가 오가던 중이었다.
이젠 밥도 잘 먹고
1층 아티제에서 커피도 사주는 등
병원이 제집 안방인 양 한껏 적응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2022.02.25. 금.
옆 자리 환자의 코로나 확진! 비상사태다.
그분은 일찌감치 격리되셨고,
남은 환자들의 코로나 검사를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었다.
저녁마다 퇴근 도장을 찍던 나 역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면회금지.
2022.02.26. 토.
코로나 결과는 음성.
그러나 쉽게 퇴원시켜 주지는 않는다.
뭔가 찜찜한 음성인가?
밥은 일회용 도시락으로 바뀌어
전보다 더 맛이 없어졌다고 한다.
예민해지는 게 느껴졌다.
2022.02.26. 일.
드디어 퇴원 허락이 떨어졌다.
퇴원할 때도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솩솩 빠져나가는 등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어쨌든 혼자서 집으로 당당히 입성.
그런데 이날 저녁부터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다.
일단 출근을 보류하고 재택으로 전환.
2022.02.28. 월.
일어나자마자 목소리가 변한 것을 확인하고
자가진단 키트를 내밀었다.
나는 출근.
2022.03.01. 화.
쿨럭쿨럭.
(키트 스윽)
음성이라니까!
2022.03.02. 수 .
쿨럭쿨럭. 훌쩍훌쩍.
병원에 가봐.
응. 갔는데 음성이래!
2022.03.03. 목 .
출근을 했는데 약간 추운 듯?
점심 시간.
차가운 도시락이 먹기 싫어 냉장고에 다시 넣어두고 밖으로 나섰다.
펄펄 끓는 음식을 먹으니 살 것 같다.
재택하는 김팀에게 자랑했으나 시큰둥.
계란찜 나만 좋아하네.
2022.03.04. 금 .
출근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목에서 신호가 왔다.
짐을 싸고 작업 파일을 서버에 옮겨넣고 조용히 근처 이비인후과로 갔다.
양성.
부장에게 메신저로 보고하고 직퇴.
남편에게 연락해서 집 근처 병원에 가보라고 지시.
30분 후 남편의 카톡.
양성.
잠복기 (潛伏期) [명사] 1. 어떤 자극, 원인이 작용하여 반응이 나타나기까지의 시간. 2. [의학] 병원체가 몸 안에 들어가서 증상을 나타내기까지의 기간. 질병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
그렇다고 합니다.
이젠 정말 끝.
'길을 걷고 >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찐자가 확진자가 되어 확찐자가 된 이야기 (2) 치팅 위크 (6) | 2022.03.17 |
---|---|
어느 덧 사사분기 (4) | 2021.10.11 |
요코하마행 소포 박싱 2021 (부제:민트초코를 찾아라!) (4) | 2021.08.23 |
웰컴 투 미스터리 도박장 (2) | 2021.02.01 |
새해의 눈탱이 (2) | 2021.01.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