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양동근 4집 [But I 드려]

by 하와이안걸 2007. 10. 23.



저중심 설계의 자유힙합!



힙합도 나이를 먹는 걸까? 안 가본 동네에 휙 던져놓아도, 제 아무리 코가 비뚤어지게 취하도록 마셔도 어렵지 않게 집으로 찾아올 수 있는 당신과 나처럼 (-.-) 음악에도 그러한 경지가 있는 모양이다. 드렁큰 타이거를 들었을 때의 그 알 수 없는 찡-한 느낌, 이번 양동근 4집에도 있었다. 1번 트랙 '여러분'은 제목만 보고서는 드라마 '아이엠샘'에서 그 열창 버전이 생각났건만, 그 '여러분'에 좀 더 살을 붙인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윤복희의 '여러분'을 뼈대로 T의 '삶의 향기'의 후렴구가 믹스된 곡으로 팬들에게 쑥스러운 인사를 시작으로 스물 아홉 자신의 인생에 화이팅을 외치며 끝난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그가 앨범 첫 머리에서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내가 너의 벗 되리'는 너무도 의외라 그만큼 감동적이다. 이어지는 트랙 'Touch The Sky'에서는 원래대로 다시 돌아와 할 말 다 하는 곡으로 가사에는 개인적인 앙금이 진하게 묻어있다. 시니컬한 랩과 이를 상쇄시키는 멜로딕한 보컬 피처링이 기존의 타이틀곡과 비슷한 패턴이다. 타이틀곡으로 물망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반면에 타이틀곡 '나는 나뻐'는 다소 의외의 메이저 힙합으로 한결 여유로워진 그의 랩 실력을 만끽할 수 있는 트랙이다. 특히 '나는 나뻐~' 할 때의 그 보컬 끝처리는 들을 수록 중독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컬 대신 랩 피처링을 세웠으며 부족한 멜로디 부분은 세련된 피아노 세션을 중심으로 한 어반 사운드로 깔끔하게 채워냈다. 방송 활동도 아니하진 않을 터인데 과연 이 곡으로 어떠한 무대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그 외에 추천하고 싶은 트랙은 '비트를 찾아나서'. 어떠한 멜로디와 리듬 안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그 만의 포스는 그대로. 거기에 스피드는 빨라졌고 발음은 확연히 좋아졌다. 전주만 들었을 때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멜로디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비트를 타는 그의 랩, 그 오묘한 조화가 듣는 순간부터 귀를 잡아당긴다. 이 앨범에서 '나는 나뻐'와 함께 신메뉴로 각광받을 트랙이다.


그 외에도 1.5집 '골목길'에 이어 또 다시 8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 했다. 도시아이들의 불렀던 왕년의 히트곡 '텔레파시'로서 원곡보다도 복잡미묘해진 편곡이 재미있다. 제목에서 벌써 감이 잡히는 'HO박씨 스타일'은 인기남의 작업 테크닉을 엿볼 수 있으며, 매력 보컬 Nan-A 와 다시 호흡을 맞춘 달콤 끈적한 힙합 알앤비 곡 'How U Feel'도 팬들이 좋아할 만한 트랙.


괜한 말장난처럼 느껴졌던 앨범 타이틀 [But I 드려 – 받아들여]는 정말로 그의 마음 한 마디였군 싶다. 랩 컬러도, 가사에서 보이는 고집과 야생미;도 그대로지만 앨범 곳곳에서 살짝 살짝 엿보이는 열린 마음이 스르르 전달되는 앨범이다. 정극 안에서의 보여줄 수 없는 자유를 음악으로 해소하는 그. 이번 앨범에서는 그와 함께 기다려온 팬들까지도 치유하는 힙합으로 일보 접근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최근의 보도 기사를 접하면 언뜻 불행한 듯 보이지만 너무 많은 재주를 탓해야지 어쩌겠나. 이 앨범으로 풀리지 않았다면 무릎팍 도사에서 만나는 것은 어떨지? 적어도 우리는 대환영이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