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말해버린 비밀
2003년 '네버엔딩스토리'로 제 2의 음악 인생을 열어제치며 건재함을 과시한 그는 부활을 기억하는 팬들에겐 추억과 희망을 주었고, 어린 팬들에게는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그 후 솔로 7집 '긴 하루'를 시작으로 타이틀곡마다 허를 찌르는 편안함으로 승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노련한 보컬과 참신한 멜로디의 어색하지 않은 조합에 오랜 팬들도 개인 취향이건 뭐건 다 버리고 열띤 박수를 보냈던 것. 그리고 일년 만에 새로 발표한 이번 앨범 [The Secret Of Color 2]. 좋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만 했던 전작의 기억, 그리고 이에 대한 마음 고생을 한 방에 날려버린 행복한 결혼 생활. 게다가 발표된 앨범 타이틀은, 1994년도에 발표한 명반 '색깔 속의 비밀'의 파트 투라니, 여러모로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음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타이틀곡 '사랑한다'는 살짝 실망스럽다. 그 동안의 타이틀곡은 약했지만 중독성이 있었고, 보컬에는 칼 같은 내공이 숨어있었다. 아무나 들을 수는 있어도 아무나 부를 수는 없는 곡. 그게 매력적이었던 것이지 마냥 편해서 좋아한 건 아니었건만 이번 곡은 지나치게 편안하다. 팬들의 투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의 타이밍이라면 좀 더 도전적인 타이틀곡으로 승부를 걸어도 좋지 않았을까. LA를 오가며 들였던 돈과 시간과 노력이 이 평범한 타이틀곡으로 대표되는 것이 안타깝다. (게다가 '소리쳐'와 비슷하다는 평도 슬슬 나오고 있으니.) 그래도 가을이니까 발라드! 였다면 '아무 말도', '더 사랑하니까'와 같이 편안함 뒤에 필살 가창력이 숨어있는 정통 발라드를 타이틀로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필청 트랙은 All 4 One의 멤버 제이미 존스가 작곡한 '그 날... 그 기억'이다. 처음 들어보는 독특한 멜로디 전개에도 길을 잃지 않는 그만의 노련한 보컬이 돋보인다. 유명 피아니스트와 재즈 기타리스트가 합세하여 세련미를 더한 이 곡은 처음 듣는 사람들도 분명 제목을 다시 확인하게 될거라 확신! 후속곡으로라도 좋으니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 외에도 70년대 디스코 사운드에 터틀맨(of 거북이)의 랩과 추임새(아예~)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Part Time Lover', 고유진의 '눈물 자욱'을 새롭게 리메이크 한 아카펠라 버전의 '눈물 자욱'도 이 계절에 꼭 어울릴 만한 트랙. 또한 딸을 위해 가사를 썼다는 달콤한 멜로디의 미디엄 템포의 곡 'Propose'와 그의 고음 창법을 고대했던 팬들이 반가워할 '하고 싶은 말'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승철의 롱런에 무한 응원을 보내는 옛날 사람인 나. 워낙에 든든한 보컬이기에 가능했겠지만, 그 존재 자체가 주는 의미도 컸을 것이다. 타이틀곡 팬투표 선정 등 대중과 가까이 하기 위한 그의 선택은 고마운 일이나, 팬들이 이번 앨범을 통해 정말로 원했던 건 1994년에 보여주었던 욕심 많은 싱어송라이터 이승철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번이 마지막 앨범일지 모른다며 말하고 있지만, 나는 기다리고 기다릴 것이다. 벌써 십년 넘게 나오고 있지 않은 그의 자작곡을. 그의 원숙해진 노랫말에 꼭 맞는 감미로운 멜로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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