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인시위
그의 외로움이 만든 노래들부터 살펴보자면 먼저 '마음은 노을이 되어'. 이 곡은 명절을 앞두고 친구들의 전화 한 통에 필 받아 만든 곡으로 친구들을 오곡백과로 비유한 전대미문의 표현력이 돋보인다. 전제덕의 찌릿한 하모니카 선율이 그리운 마음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국경의 밤' 이 곡은 자신을 찾아 먼길을 달려온 오랜 친구와의 재회, 그 기쁨과 함께 현재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아프지만 묵묵히 응시하는 곡이다.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깊던 우정을 느낄 수 있는 곡이 바로 '노래할게'다. 친구를 떠나보내는 슬픔과 가는 길을 지켜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그린 곡으로 '나, 잘 왔다고 염려하지 말라고 울고 있는 우릴 달래는 네 사투리'와 같은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가슴에 진하게 전달될 것이다. 이 외에도 이적이 노래한 '가을 인사'는 모르고 들었으면 그인줄 몰랐을 정도로 폴 화(化) 된 트랙. 할머니 또는 할머니의 나이가 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솔직히 노래한 곡으로 세박자 리듬 속에서 천천히 읊조리는 이적의 보컬과 폴의 기타 소리가 자장가처럼 따뜻하다.
그 외에도 타이틀곡인 '사람이었네'는 유학 생활 중 이란 친구와 주고 받은 대화에서 탄생된 곡으로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의 어린 아이들과 노동자들의 노동 착취에 대한 고민이 스며있다. 설명만으로는 너무 무겁고 어두워 타이틀곡으로 적합할까 싶지만 그만의 똑똑한 필터를 거친 결과, 처음 듣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고 들으면 들을수록 다시 생각하게 하는 노래가 되었다. 지난 라이브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kid' 또한 혼혈 아동을 향한 따슷한 시선이 감동을 넘어 반성을 주는 곡이다.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을 서정적인 포크락으로 노래했다면, 이 곡은 대한민국, 차별, 주먹 등 수면 위로 나온 키워드로 알 수 있듯이 오랜만에 발표하는 저항의 모던락으로 미선이 시절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운 트랙이기도 하다. 지난 앨범 ‘보이나요’에서 확 꽂힌 팬이라면 ‘무지개’를 추천. 따사로운 보사노바 리듬에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듯한 그의 나직한 음성이 매력적인 곡이다. 그냥 무지개를 발견하고 혼자 시를 쓰는 듯 하다가도 맨 마지막 한 줄에는 언제나 이런 식. ‘따라가리, 멀리 그대 두 발 디딘 곳 그대 떠나기 전에’ 캬… 이런 거에 다들 죽는거구나. 무심한 듯 하다가도 결국은 사랑으로 매듭 지어지는 그의 마음에.
지난 해 그의 공연. 실 없는 유머에도 줄줄이 낚이는 여성팬들과 그 어눌한 매력을 무기삼아 객석 전체를 공략하기 시작하는 그의 칼 같은 눈치에 투항; 미선이 시절의 그를 봉인하려 하였다. 그 순간 흘러나온 곡이 ‘kid’였고 난 너무나 감동해버렸다.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울어라 울어라 툭툭 건드리는 영화가 아니면 분한 눈물 밖에 흘리지 않던 내게 그의 기타와 노래는 진정한 눈물을 주었다. 그 뿐이 아니다. 5분의 감동으로 그치지 않고 내가 그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이 곡을 듣고 용기낼 수 있을지 정말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 어느 운동가도 하지 못하는 일을 그는 해낸 것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투쟁, 그의 노래에서 희망을 본다. 부디 공부 무사히 마치고 금의환향 하시길. 저는 바빠서 공항까지는 못 나가요. (이 몹쓸 면역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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