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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박진영 7집 [Back to Stage]

by 하와이안걸 2007. 11. 20.



당신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거친 숨소리와 노골적인 가사. 첫 곡 ‘Kiss’를 들으니 아, 그가 진정 오긴 왔구나 싶다. 그간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많은 활약을 했지만 비나 별, 원더걸스와 같은 후배 가수들에게 이런 곡을 줄 수는 없었을 것. (아냐 권했을지도;) 악기보다는 박진영의 feel 만으로 곡 전체를 채우는 이 곡은, 여러 컴백 무대에서 파워풀한 댄스와 함께 인트로로 많이 사용될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타이틀 곡 '니가 사는 그 집'.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려 사는 옛 연인의 모습이 안타까운 한 남자의 이야기로, 자신의 컴백을 위해 금고에 4년간 보관했던 곡이라고 한다. 그 말이 비유인지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이유를 찾자면 멜로디나 리듬보다는 가사의 아이디어나 중독성 있는 후렴구 때문일 듯 하다. 곡 스타일은 비에게도 어울렸을 법 하지만 순정을 넘어 스토커 초급자로 향해가는 노랫말이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해 박진영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면역력 빵빵, 키스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으시고.

이 면역력 때문에 방송사 심의는 통과 되었을 지 몰라도 1, 2번 트랙의 반복 진행이라면 앨범 지루해지지 싶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깬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힙합 공동체 무브먼트 멤버들과의 합작품들이다. 특히 바비킴과의 만남! 느낌은 살아있으면서 노래는 진심을 다하여, 그리고 살짝 풍기는 약간의 버터 냄새 마저도 너무 닮은 두 남자. 정말이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 아닌가. 이들이 함께 부른 곡 'Single'의 전주가 흐르고.. 30대 명품 듀엣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온 몸으로 환호하는 나를 정통으로 강타하는 가사는... '싱글 하룻밤만 싱글 오늘만 날 가질 그리곤 잊을 사람을 찾아요' 아, 그런거였어? (휘청;) 하지만 듣고 나면 바비킴이 지니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도 충분히 그쪽 방향;으로 소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멋대로) 든다. 두 번째는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부른 '이런 여자가 좋아' 오래 전부터 서로의 팬이었음을 바로 알아챌 수 있는 트랙으로 방방 뛰며 신나하는 세 남자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곡이다. '깨어있지만 싸지 않은 여자들 늘어나야 돼'와 같이 센 내용의 가사를 신나는 랩으로 후루룩 거부감 없이 표현했다. 그 외에도 나열되는 신여성의 덕목(?)들은 여자가 봐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박지윤의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가 사랑을 꿈꾸는 20대 여성의 이야기라면 이 곡은 좀 노는 30대 남자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발라드 넘버로는 Tiger JK 가 작사에, 윤미래가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한 '엇갈렸어'라는 곡이 가장 눈에 띈다. 이별 후에 후회하는 남녀의 애절한 마음을 그려낸 곡으로 해설보다는 제목이, 제목보다는 노랫말이 더욱 구체적이다. 사실적인 노랫말이 자신의 경험담으로 와서 꽂히는 날에는 며칠 후유증을 앓을 만도. 애절한 발라드에 홍수처럼 퍼붓는 그의 랩인지 나레이션인지는 여전히 인상적이며 임정희 타이틀곡 때의 그 느낌이라 살짝 외면하고도 싶지만 그래도 이건 멜로디가 좋아서 패스. '사실은'이란 곡은 그의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를 좋아했던 팬이라면 가장 반기게 될 곡으로 세련된 멜로디에 기교없이 담백하게 부르는 그의 보컬이 일품. 그 외에도 원더걸스 선예와 함께 한 '대낮에 한 이별'은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제지간의 듀엣송으로 앞으로 다른 멤버와의 만남도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유빈과의 랩 배틀이. 후훗~)


내게 있어 박진영의 명반이란 자켓부터 타이틀까지 어느 하나 야한 느낌 없던 3집 [썸머징글벨]. 또한 그의 명곡이라 함은 수 많은 스타 가수들의 댄스 타이틀이 아닌 진주와 박지윤, 또는 박진영 본인의 앨범 속에 숨어있던 아기자기한 미디엄 템포의 곡들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춤과 의상, 노랫말로 대변되는 그의 음악성이 안타까웠고, 그래서 그의 음악=섹슈얼리티가 아니라고 투사 마냥 항변하고 다녔지만. 그는 언론 앞에 당당히 ‘야한 노래가 좋다’하며, 컴백 앨범의 절반 이상은 야릇야릇. (끄응;) 하지만 말이지. 제대로 Feel 받은 그의 거침없는 입담에 이번에는 그냥 웃게 되더라. 출근하면 책상부터 닦는 사람이 있듯, 밥 먹기 전에 물을 마시는 사람이 있듯, 손톱깎기를 휴대하는 사람이 있듯, 그는 그냥 이래야 하는 사람. 놀 줄도, 놀릴 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유혹하고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전해야 하는 딴따라의 운명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 그를 놓아주기로 한다. 텔미 한 곡으로 올 한해 즐거웠는걸. 그럼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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