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짐 되지 않을 그 날에
오랜만에 다시 나타난 반가운 그룹 지플라(G-Fla/Groove Flamingo)의 신곡을 접하고는 그 독특한 소재와 하나된 목소리에 두 번 놀랐다. 게다가 앨범 타이틀이 [음악하는 여자]라니. 제목부터 확 온다. 음악과 상관 없는 나지만 '여자'라 불리는 나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공감이 된다. 이 뭔말이냐고. 음악하는 여자란 여성 아티스트, 여성 뮤지션, 여성 연주자와는 다른 말이기 때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음악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람들 안에서나 뮤지션이고 아티스트지, 한 단계 위 뎁스로만 올라가도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친척들에게는 결혼 안하는 여자, 사회에서는 비정규직인 여자, 동창들에게는 물정 모르는 여자 등등 원치 않는 해석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벌써 저런 고민을 할 나이인가. 정인의 나이를 찾아보니 81년생. 아직 20대가 넉넉히 남아있고 저렇게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는데도 이러한 딜레마에 빠지는구나. 왠지 씁쓸한 현실이다.
'울 엄마는 나를 낳고 울었데요 너도 여자로 태어났구나' 첫 노랫말부터 장난 아닌 타이틀곡 '음악하는 여자'는 음악을 하며 꿈을 키워간다는 지플라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 귀를 잡아 끄는 노랫말에 펑키한 리듬 그리고 힙합 뮤지션들의 보컬 피처링으로 세련미를 쌓아온 정인의 여유로운 보컬이 흥겨움을 더한다. 마지막에 다 함께 부르는 합창 부분은 홍대 프리마켓 언니들이 한꺼번에 달려나오는 듯한 착시 현상을 준다. 두 번째 곡 'Fire'는 제목처럼 음악에 대한 멤버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곡으로 화려한 코러스와 feel 받은 정인의 애드립이 진정 멋진 트랙. 이 곡을 들으니 5분도 모자랐을 그녀에게 잠깐의 피처링은 고문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곡 'Love Song'은 겨울의 문턱에 꼭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사랑 노래로 떠나간 사람을 향한 바보같은 기다림을 그린 곡이다. 정인의 발라드를 기대한 팬이라면 이 곡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듯.
첫 앨범 이후 정확히 3년이 흘렀다. 소속사 문제로 정말 마음 고생 대차게 한 뒤, 자비로 내는 자체 제작 싱글. 정말 이들이 원하는 음악으로 원 없이 내 보는 마지막 싱글이라고 한다. ㅠ.ㅠ 나 이도 저도 아닌 여자, 이 한 곡으로 지금 한창 신나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그래도 꼭 접어야만 한다면, 어딜 가든 어디에 있든 오래오래 음악하는 여자로 남아 주기를. 아무나 시작 못하고, 아무나 오래 할 수 없는 일 음악을. 그리고 그 음악이, 당신들의 나이가 짐이 되지 않는 그 날에 다시 한 번 멋진 공연 해 주세요. 이렇게 기다리는 여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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