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시절처럼
그 안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랙은 '눈물로'를 작곡한 한상원의 곡 'Kiss me'. 일인 다역을 해내는 제이의 빠른 호흡이 돋보이는 곡으로 특히 빠른 대사 처리(?)가 매력적이다. 느린 발라드에서 들리지 않았던 노랫말들이 이 곡에서는 놀랍게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또한 방시혁이 만들고 은지원이 랩을 붙인 '술과 순정' 역시 필청 트랙. 그루브한 힙합 리듬을 타고 흘러나오는 제이의 랩도 파격적이지만 그 위에 오버랩 되는 그녀의, 한 명의 목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코러스 또한 멋지다. 그리고 요새 한창 물이 오른 은지원의 랩 또한 곡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개인적으로는 'Time Out'과 같은 유로 테크노 스타일도 잘 어울렸는데 2집을 겨냥했다면 댄스곡도 한 곡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 외에도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비(최진실)의 테마였던 '눈부신 날에'를 다시 녹음한 것이 새롭다. 특히 이 곡에서는 올 한해 피처링 선수로 눈부신 활약을 했던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알렉스가 참여했다. 원곡은 가스펠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곡 자체가 지나치게 심플하고 경건하여 기대만큼 매력 넘치는 트랙은 아닌 듯 싶다. 나름의 멋은 있지만. '수 천번 잠들고 깨어나도'는 작사가로도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휘성이 노랫말을 써 준 곡. 또한 정훈희 고모님과 함께 부른 '831 8' 리메이크 버전과 제이의 자작곡 ‘Ghost’도 흐뭇한 트랙. 황성제가 작곡한 '사랑, 눈물 감기'는 듣자마자 ‘어제처럼’이 확 떠오른 곡으로 타이틀곡으로도 좋았을 것 같다. 가수 하울이 감성적인 노랫말을 선물했으나 안타깝게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 흠. 아직도 영어 가사가 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시 사랑에 빠지다'라는 뜻의 이번 타이틀이 또 한 번 가슴을 찌르르 울릴 때 '어제처럼'이 수록된 2집 타이틀이 [In love]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집 만큼의 사랑을 목표로 한다는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그렇다면 2집 어게인?;;; 아, 너무 노골적이잖아. 하지만 오죽하면 이런 웃지 못할 타이틀을 뽑아냈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5집 발표 이후 가수 생활을 접으려 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니, 나 그리 의리있는 팬은 아니었지만 저 안에서 뭔가 사명감 같은게 꿈틀거린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들어보니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니라는 거~ 아직 다 보여준게 아니라는 거~! 2집을 못 잊어도 좋고 2000년에 머물러도 좋으니 어서 빨리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노래가 끝나면 언제 그리 심각했었냐는 듯 꾸밈없는 미소와 함께. 그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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