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한장의명반] 김조한 5집 [Soul Family with Johan]

어쩔 수 없는 DNA, 뼛 속까지 Soul

솔직히 고백하건데 잿밥에 관심이 더 갔다. 겉으로 보이는 피처링만 해도 G-Dragon과 태양(of BIGBANG), DJ Fractal, 김진표, 후니훈. 비닐 뜯어 부클릿을 뒤져보면 이상민과 정재일(of GIGS), 타이거 JK, 그리고 노영심까지… 게다가 호형호제 하는 김형석과 성시경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情). 아, 데뷔 15년차의 내공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새삼스레 감탄 한 번 해주고. 성시경이 작곡한 타이틀곡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만 들었을 때에는 이번에도 김형석 스타일의 발라드 앨범이구나 싶었다. 그의 제자들인 나윤권, 성시경, 김미려까지 올 가을에 죄다 나와버렸는데 어떡하시려구요. (물론 성시경 싱글에 김형석의 곡은 없었지만) 뭐 이런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면서 이어폰을 꽂았고, 1번 트랙을 듣자마자 벽에 머리를 치며 반성했다.

펑키한 느낌의 R&B 곡인 '말해줘(You Are My Everything)'. 작곡가로서는 다소 밋밋한 활약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현승의 세련된 멜로디와 만나서 자유롭게 질러주시는, 말 그대로 Feel이 충만한 곡이다. 그 동안 너무 후배님들 곡 작업에만 충실하셔서 그의 소름끼치는 보컬을 잠시 잊었는데 이 곡으로 그 간의 갈증이 싹 씻겨 내려갔다. 빅뱅이 참여한 두 곡 중에서 먼저 태양이 참여한 2번 트랙 '조금만 사랑할걸'. 솔직히 난 이 곡에 기대가 더 컸다. R&B 계의 거성과 신성의 만남이 아닌가.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하는 R&B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트랙이다. 태양은 코러스에만 살짝 참여했을 뿐, 그 외에는 김조한 작곡의 평이한 발라드 곡이니.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풍부하게 깔리는 코러스를 들으니 솔리드 1집을 듣는 느낌이 들어 느낌이 또 괜찮다.

이 아련한 향수는 전혀 다른 장르인 G-Dragon이 피처링한 'So In Love Part 2'에도 이어졌다. 아,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솔리드 초기의 어반 스타일의 힙합. 게다가 지용군의 랩은 이준의 빈자리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곡 구석구석 바지런히 움직인다. 김조한의 백보컬도 그 시절 그 스타일 그대로라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 ㅠ_ㅠ 특히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의 스태프 소개가 정말 멋졌다. 평범한 나레이션에도 세련된 랩처럼 들리는 그의 멋진 발음과 죽지 않은 flow. 아, 그는 랩퍼이기도 했지.

이어지는 '바보같은 나'는 윤상의 '이별의 그늘'을 샘플링한 곡으로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프로듀서인 DJ Fractal의 작품이다. 정말 프랙탈 본인의 앨범에서나 들을 수 있음직한 시도였는데 김조한의 앨범에서 듣게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외에도 김진표가 오랜만에 참여한 펑키 디스코 'Tell Me'와 적도의 열기가 느껴지는 빠른 템포의 댄스곡인 '니가 좋아' 역시 그의 어느 앨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흥겨운 트랙이다. 특히 ‘니가 좋아’를 작곡한 김진훈은 이 곡 외에도 김조한에게 딱 어울리는 발라드를 2곡을 선보이는데, 앞으로도 발라드 가수로서 타이틀을 잡을 것이라면 한번쯤 그의 곡으로 활동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 그리고 너무 화제가 되는 곡이 많아 뒤로 한참 밀려버렸는데, 돌아온 천재소년 정재일, 그의 이국적인 흔적이 남아있는 '그건 사랑' 역시 필청 트랙!
 

솔리드 시절의 다채로운 활약을 잊은 채 너무 교회 성가대 같은 곡만 부르시는 오라버니가 늘 안타까웠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많이 다르다. 첫 트랙부터 쫘악 질러주는 그의 통쾌한 절규와 랩퍼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가벼운 나레이션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피처링은 덤이고. (누군가에게는 떡밥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