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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은지원 [사랑 死랑 思랑]

by 하와이안걸 2007. 11. 6.



서른의 은초딩, 무대에 올라라!



일요일 저녁 슈퍼선데이를 즐기는 나는 당연히 ‘1박 2일’도 아주 열심히 보고 있다. 그 안에서 눈여겨 보는 멤버 중 하나가 최근 완전히 적응을 마친 은지원. 곱게 자란 도련님이 툭하면 곡괭이질에, 막내도 아니면서 별명은 은초딩;;; 야생의 환경에, 시골 반찬에, 저런 독한 멤버들에게; 절대 캐릭터 못 잡을 줄 알았구만,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의 아이돌 시절,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탓에 그의 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지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렇게 잘 지켜보던 중, 독도 특집이었나. 코요태의 위문 공연 뒤에서 쟁반춤을 추는 그를 보며 적잖이 놀라버린 것. 호감도 부문에서는 다소 상승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이쿠 ㅠ_ㅠ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이제 좀 힙합 청년의 태가 나기 시작했는데 백댄서라니… 물론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자존심 세웠다가는 더 웃기는 꼴이긴 하지. 확실히 그와 노홍철의 쟁반 댄스로 분위기도 살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걸로 족하면 안되잖아! 새 앨범은 정녕 안낼 거냐고!!!

나 뿐이 아니었더라. 이 안타까운 마음들이 전해졌는지 그 다음 주 바로 싱글이 올라왔다. 제이워크에 이어 은지원이라. 한 때 젝스키스의 팬이었던 친구들에게 문자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하지만 일단 들어보고 보내자. 첫 곡 ‘Deep Blue’는 은지원과 실력파 힙합 뮤지션 킵루츠(Keeproots)가 함께 만든 곡으로, 샛별의 쫀득한 보컬과 미스터 타이푼(Mr. Tyfoon)의 노랫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훌쩍 커버린 은지원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그리고 타이틀곡 ‘ADIOS’는 생소한 라틴 리듬에 맞춰 걸쭉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은지원의 랩과 보컬이 일품이다. 이런 제3세계 음악 어설프게 갖다 쓰면 몹쓸 곡이 되곤 하는데 너무 세련되게 피팅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은 3번째 곡인 ‘피노키오’ . 드디어 타이거 JK 형님이 납셨다. 우리 나이로 서른살이 된 후배 은지원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 냉혹하면서도 절절한 노랫말에 킵루츠 & 은지원의 멜로디가 근사하게 입혀졌다. 허를 찌르는 악기 구성도 좋다. 전면에는 아코디온을 내세워 탱고인 듯 진행되지만 뒤에서는 몰래 몰래 세련된 솔로 피아노가 흘러나온다. 심오한 노랫말에 복잡한 장르, 이 만만치 않은 곡을 등에 지고도 결코 밀리지 않는 젊디 젊은 그의 랩과 헤익! 헤익! 하는 반복구가 재미있다. 이런 곡 무브먼트의 다른 선배들 앨범에 있었다면 방송이든 공연이든 팬들과 함께 방방 뜰 곡! 절대로 묵혀두지 않기를 바란다. 백지영과 함께 한 ‘It’s True’는 신인 작곡가 박현중의 곡으로 천상 여자가 된 백지영의 흔들리는 보컬과 그 곁에서 소년의 태를 벗은 남자 은지원의 랩의 하모니가 드라마틱 하다. 백지영 역시 한창 활동 기간이니 이 곡으로 함께 무대에 서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랩 & 보컬 피처링의 흔한 조합이긴 하지만 이 곡의 경우는 장르적으로도 무척 참신하기 때문에 분명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은지원을 다시 보게 되었다. 힙합 동네를 기웃거리는 아이돌 출신의 도련님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힙합퍼 은지원으로 말이다. 또한 힙합 라이벌이자 이번 앨범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 킵루츠에 대한 관심도 완전 상승! 스태프 리스트를 보면서 이거  형님들 도움 없이 되겠나 싶었는데 이런 능력자가 숨어 있었다니. 정규 앨범에서도 딱 이만큼의 합작품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은초딩, 너무 복불복 게임에만 열중하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아, 이렇게 부르면 안되는데 이 별명은 너무 입에 착착 붙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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