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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소녀시대 1집 [소녀시대]

by 하와이안걸 2007. 11. 14.



어리다고 놀리다니요



이대로 올해 넘기면 노래보다 이미지만 남겠구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은 때에 정규 앨범이 나와주었다. 타이틀곡 '소녀시대'는 이승철의 히트곡 '소녀시대'를 리메이크 한 곡으로 원곡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녀들만의 발랄함을 부각시킨 켄지의 편곡이 돋보인다. 다음 곡 ‘Ooh La-La!’ 는 그야말로 소녀들을 위한 동화같은 트랙으로, 동요와 가요 사이를 오가는 통통 튀는 귀여운 리듬에 앳된 보컬이 딱 맞아떨어진다. 조금만 더 자라나면 시도도 할 수 없을만큼 귀여운 곡. 이 외에도 Tinkerbell, Merry-go-round 등 소녀 취향의 풋풋한 곡 제목들이 유독 눈에 띈다.


후속곡으로 유력시 되는 Best 3 중에서 'Baby Baby'는 황성제가 오랜만에 내 놓은 발랄한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으로 각 멤버들의 가장 예쁜 목소리를 모아놓은 듯한 트랙이다. 또한 이재명이 작곡한 'Kissing you'은 좀 더 힘찬 호흡의 댄스곡으로 화음 없이 한 음으로 합창을 해도 충분히 매력적임을 증명하는 듯한 곡. 켄지 작곡의 'Merry-go-round'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트랙. 특유의 세련된 편곡에 예쁜 멜로디, 기교없는 순수한 보컬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발라드가 많지 않은 터라 'Complete', '그대를 부르면(Tears)' 등의 발라드 라인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신선도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트랙들이다.


강타와 태연의 대화가 의미심장한 곡 '7989'도 재미있다. 소속사 안에서는 대선배이자 간부;급인 강타가 직접 만들어준 곡으로 멜로디는 비교적 평범하나 '나이차 많이 나는 커플'이라는 컨셉과 귀여운 노랫말이 곡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었다. 제목을 보고 설마했는데 정말 둘이 열살 차이라니 ㅠ.ㅠ 그나저나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보는 사이면 교회나 성당인가. (작사가 안이사는 배경을 밝혀랏.) 그러고 보니 SM 하면 남자 가수에게는 강타 계의 보컬, 여자 가수에게는 바다 계의 보컬이 어느 그룹 안에서건 한 명씩 이어져 왔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아무리 들어봐도 바다 스타일의 보컬은 없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귀에 들어오는 멤버는 귀여움과 파워를 동시에 지닌 태연과 이에 대비되는 가녀리며 힘찬 보컬의 제시카였다. 특히 제시카는 바다보다는 슈에 가까운 음색이지만 고음으로 갈수록 흔들림 없이 뻗어나가는 가창력이 매력적이다. 앞으로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도 귀에 들어오겠지.


그 외에도 싱글에 수록되어 있던 'Honey (소원)'와 '다시 만난 세계' 이 두 곡을 들으니 잠깐 놓았던 정신이 되돌아온다. 처음 이 두 곡을 들었을 때 신선하긴 했지만 뭔가 뻔히 보이는 느낌이었다. '다시 만난 세계'의 경우 지나치게 광범위한 노랫말과 수출용이 아닐까 싶은 제목, 파워풀한 댄스를 기대하게끔 하는 리듬감. 그리고 정말로 짧은 치마를 입고 등장한 예쁜 소녀들의 경쾌한 댄스와 떠나지 않는 미소. 한치의 오차없이 완벽했지만 뭔가 불안했다. 우리를 위한 미소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세계'는 이 '세계'가 아니었던 것이여.) 그래서인지 뒤이어 나오는 얌전한 곡들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그런데 이번 앨범은 다르다. 복잡한 컨셉 없이 정말로 '소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결과 모든 곡에 가식 없는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소녀 전성시대, 걸그룹 배틀 어쩌구 하는 매스컴의 경쟁 구도에 부디 휘말리지 말고 녹음할 때의 그 마음만 가지고 무대에 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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