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찾아 이국에서 건너온 손님들
타이틀곡 'Robotica'는 조금 의외의 선곡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목마른 DJ Clazzi 의 욕심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그럼에도 호란과 알렉스 두 사람의 멜로디 라인은 확실히 남겨두어 낯선 느낌을 살짝 없앴다. 최근 OST 등 달달한 곡만 부르던 그들의 정체성에 각을 주는 트랙이라 할 수 있겠다. 이어지는 곡 'You'는 오히려 이 곡이 타이틀 곡이 아닐까 싶은 트랙으로 일렉트로닉 뮤직의 기본에는 충실하면서 80년대 뉴웨이브 스타일을 살짝 입힌 감각이 엿보인다. 알렉스와 호란이 주고 받는 대화 같은 창법 역시 마음이 든다. 가수 박진영이 모 프로그램에서 원더걸스에게 “노래를 잘하려면 말하듯이 하라”고 했는데 아니 이분들. 점점 나한테 말거는거 같아 두근두근 하잖아요. 특히 알렉스, 연기 하지 말고 그냥 노래만 하면 안될까? (요리까지는 봐 주겠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호란과 알렉스 이외에도 새로운 보컬이 대거 참여했다. 먼저 알렉스의 누님이자 원년 객원 보컬이었던 크리스티나가 메인 보컬로 참여한 'Freedom'은 앨범을 시작을 알리기에 딱 좋을만큼의 흥겨움과 새로움을 선보인다. 호란이랑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느낌의 매력을 들려주는 크리스티나의 보컬은 진정 freedom 을 외칠 자격이 있을 만큼 시원시원한 하다. 다음 곡인 'Iconic Love'는 플럭서스의 기둥 이승열이 참여한 트랙. 음.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보컬과 사운드가 따로 노는 느낌? 사운드는 어느 나라 클럽에 내놓아도 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존재감 너무 있는 보컬리스트 이승열 덕분에 영어 가사도 영어로 안 들린다는거. (발음이 안좋다는 건 아니에요!) 그 외에도 기대되는 여성 보컬리스트 Whale이 부른 'Why' 까지. 플럭서스의 2008년, 그리고 미래를 클래지콰이의 음악에 실어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 이제 섬나라 오빠들의 센스를 살펴보는 시간. 일단 '생의 한가운데'를 너무 매력적으로 바꾸어준 Fantastic Plastic Machine(F.P.M)의 'Our Lives'. 아악, 이런 달콤한 편곡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 알렉스의 미소가 둥실둥실 떠 다니는 듯한 도입부, 그리고는 바로 깨워서 달려주는 센스! 하지만 이렇게 뻣뻣한 리듬으로 달려주기엔 보컬의 감정이 너무 실려있다. 다행히 뒤로 갈수록 여러 사운드가 달려나와 정말 흥겹게 바뀌지만 말이다. 도입부처럼 마음껏 취기를 뿜어내며 붕붕 떠다니는 트랙을 하나 만들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젠 너무 친해 보이는 Love Festa 멤버 m-flo가 참여한 'Love Mode'. 이 곡은 클래지콰이 일본 앨범에만 들어있어서 아쉬워한 팬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그대로, Pe'z 버전까지 두 곡 다 실어주셨다. 워낙 영어 가사가 많이 섞여있던 곡이라 영어 버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타블로가 맡았던 랩을 이어 받은 Verbal, 예의 그 짱돌 같은 랩핑으로 멋지게 빈자리를 메꾸어 주었다. 아, 이제부터 서로 서로 앨범 피처링 도와주고, 왔다갔다 공연도 같이 하고 그러는거야? ㅠ.ㅠ
그 외에도 완전 클럽버전으로 변신한 Mondo Grosso의 'Prayers'. 보아와 함께 작업했던 Everything Needs Love 과 같이 멜로디컬한 곡을 살짝 기대했으나, 그 보다 더 쎈 소리들이 막 덤벼 어쩔줄은 모르겠다. 여러 악기와 충돌하여 툭툭 토막나는 호란의 부드러운 보컬이 안스러울 정도. 하지만 리듬은 정말 좋구나. 이런 곡이 좋은 스피커에서 펑펑 터져나오면 어디든 흔들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 시원한 피아노 반주와 전자음이 합쳐진 DAISHI DANCE 버전의 'Fiesta' 역시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원곡이 남미의 소박한 축제 분위기였다면 다이시댄스 버전은 남미의 휴양지를 드라이브 하는 느낌이랄까. 국내 아티스트 중에서는 윤상의 일렉트로니카 프로젝트인 motet 의 멤버인 DJ Kayip가 'Next Love'를, 그룹 W의 DJ 겸 키보디스트인 한재원은 'Lover Boy'를 새로운 스타일로 리믹스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지 버전이 가장 궁금했지만 너무 신곡에 힘을 쓰셨으니 패스.
원곡 불변의 법칙이 종종 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경우가 바로 클래지콰이 리믹스 앨범이었다. 같은 곡을 같은 사람이 너무 가까운 미래에 다시 매만지는데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또 그렇다고 어색하지도 않은 그 느낌. 그리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 TV에 나오는 호란과 알렉스가 섹시하고 쿨해 보이는 이면에는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만들어주는 DJ Clazzi 가 있었다. 쿨하다는 말, 이럴 때 안쓰면 언제 어따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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