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옷발에 무엇을 걸치든
심현보 작사 박정현 작곡의 첫 트랙 'Funny Star'는 자켓처럼 수수한 모습으로 돌아와 인사하는 듯한 친근한 곡으로, 힘을 뺀 그녀의 보컬과 그에 쏙 어울리는 멜로디가 이번 앨범 전체의 그림을 기대하게 한다. 발매 전 음악프로그램에 나와 부른 '달아요'가 타이틀 곡이 아닐까 했는데, 역시나 발라드 곡인 '눈물빛 글씨'로 수정을 한 듯. 강은경 작사에 황성제&박정현 작곡의 타이틀곡 '눈물빛 글씨'는 박정현에 거는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만한 감성적인 발라드곡이다. 그 외에도 '마음이 먼저', '믿어요' 와 같은 곡은 박정현 발라드를 오매불망 기다려온 팬들에게 단비 같은 트랙들. 특히 그 중에서도 '우두커니'라는 곡은 김현철 9집을 듣고 시도하게 되었다는 마이너 발라드로, 슬픈 노랫말을 잘 따라가는 그녀의 감정선이 돋보인다. 나는 너무 슬퍼서 패스.
발라드가 절반을 넘어버리면 좀 지겨웠겠지만 다행히도 여러 장르가 골고루 녹아있다. 특히 Philip Collins의 밴드로 알려진 'The Vine Street Horns'의 화려한 연주가 어우러진 'The Other Side'. Maria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성의 대비되는 삶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묻는 곡으로 박정현의 단독 한국어 노랫말이라 더 뿌듯한 트랙. 또한 제목처럼 달달한 보사노바 풍의 '달아요'는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여자의 귀여운 하루를 그린 곡으로 간지럽게 소근대는 보컬이 사랑스럽다. 또한 Corrs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Hey Yeah'와 '헤어짐은 못됐어요'는 그녀가 R&B나 팝발라드 뿐 아니라 Pop Rock에도 잘 어울리는 보컬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트랙. 더 나아가 북유럽 스타일의 멜로딕한 Rock 은 또 어떨까 기대하게 하는 곡들이다. 또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과 'Smile'은 지금까지 그녀의 편안한 보컬에 적응했던 팬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주는 트랙들. 웅장한 사운드와 파워 넘치는 박정현의 목소리, 그리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그녀의 다음 앨범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이제는 내가 먼저 기다리지 않아도, 누군가는 먼저 듣고 이야기 해 주겠지.. 하는 마음이 솔직히 있었다. 그런데 저 자켓이 너무 마음에 들어 미룰 수가 없는거라. 1집 자켓은 집 안 부엌이 배경이었다. 2집은 카페에 앉아있더니 3집부터는 어느 나라인지도 모를 장소에서 화보 같은 자켓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하늘 높이, 우주 끝까지 멀어져 버릴 것만 같던 그녀가 편안한 옷을 입고 어디여도 좋을 동네를 걷고 있다.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말이다. 그런 음악들이 가득한 앨범이어서 더욱 기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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