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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August Rush OST

by 하와이안걸 2008. 1. 3.




가슴 벅찬 감동의 크로스오버!



몸뚱아리 만한 기타를 멘 어린 아이를 포스터로 처음 보았을 때 조금도 끌리지 않았다. 라비앙 로즈, 카핑 베토벤, 원스 등등.. 요 몇 개월 동안 음악 영화가 좀 많았나. 각각 다른 장르의 천재들이 나오는 영화들 중에서 이번에는 기타 소년인가 했던게지. 그러나 그렇게 이 영화를 지나쳤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 것인가. 그렇다. 난 포스터 뒤에 흐릿하게 나왔던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튜더스(The Tudors)의 그 섹시 카리스마 헨리 8세, 슈팅 라이크 베컴(Bend it like Beckham)에서의 오빠 같은 젊은 코치, 매치포인트(Match Point)의 나라도 속아버리겠다 싶던 테니스 강사, 그리고 무엇보다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벨벳 골드마인(Velvet Goldmine)의 그 곱디 고운 브라이언!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것 만으로 이미 초반에 별 다섯 개. 소문으로 들었던 스토리의 황망함이 별 몇 개를 더 까먹게 될지라도, 그가 마이크를 쥐는 순간 별은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안고 마음 편하게 이 영화를 듣고 느끼기 시작했다.


먼저 라일라(케리 러셀)의 첼로 협주곡과 루이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의 클럽 공연이 절묘하게 포개어진 'Bach & Break'. '널 사랑해', '날 잡아줘', '난 널 찾아낼거야' 등등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안타까운 운명을 예감한 듯한 노랫말과 감정이 팍팍 실린 조나단의 멋진 보컬이 관객들을 설레게 했던 곡이다. 역시 첼로와 락의 하모니가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영화에 박진감을 불어넣는 'Elgar & Something Inside'. 이 또한 비슷한 스타일의 편곡이긴 하나 '네가 날 찾지 못해도 내가 찾을거야', '내가 너에게 갈게' 등의 노랫말에서 좀 더 적극성이 느껴진다. 젊은 시절의 혼란스러운 정서가 아닌 뭔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랄까. 그래서인지 '그 동안 그댄 추위에 떨고 있었으니까'와 같은 부분에서는 라일라 보다는 에반(프레디 하이모어)이 더 떠오른다. 볼 때는 몰랐지만 말이다. 그리고 라일라와 기약없이 헤어진 후에 부르던 락발라드 'This Time'은 그의 싱글 타이틀로 내밀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여준 공연 영상 또한 많은 검색이 예상된다.



자, 이제는 에반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소년 캔디 에반이 풀밭에 누워서 바람의 소리를 듣던 장면에서 흐르던 'Main Title', 뉴욕을 방황하던 중 우연히 만난 어서(레옹 토마스 3세)와 위저드(로빈 윌리암스) 앞에서 선보이던 연주곡 'Bari Improv'와 'Ritual Dance'. 특히 이 두 곡은 여성 어쿠스틱 기타 연주자 Kaki King 이 연주한 것으로, 실제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실제로 타악기처럼 기타를 연주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교회에서 흘러나오던 합창곡 'Raise It Up' 은 소름 끼치는 바이브레이션을 보여주었던 9살 소녀 자미아 시모네 내쉬의 놀라운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 또한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루이스와 에반이 함께 연주하던 'Dueling Guitars' 역시 영화 속 설레임을 그대로 가져다준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했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공연은 'August's Rhapsod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바람 소리, 자연의 소리를 재현한 듯한 사운드와 여러 가지 장난감 소리, 그리고 성가대 소녀의 목소리를 소재로 한 곡으로 소년 다운 발상이 가득한 트랙이다. 그러나 타이틀 곡은 예상 외로 John Legend 의 신곡 'Someday'로 피아노와 현악기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발라드 곡이다. '헤어짐이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언젠가 언젠가 함께 할 것'이라는 노랫말은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엔딩 타이틀로는 거리의 뮤지션 에반의 라이벌이자 친구, 실제로는 어거스트 러쉬 못지 않은 신동으로 유명한 레옹 토마스 3세의 'La Bamba'가 흘러나온다. 거리에서 불렀던 'Father's Song'이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천재 소년이 부르는 라 밤바도 매우 훌륭하니 너무 빨리 일어나지 마시고 조금 더 천천히 영화의 여운을 달래길 바란다.



현재 이 영화의 평점은 무려 9점이 넘는다.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팬들도 있는 반면, 지나친 우연에 혹평을 서슴지 않는 안티들도 많다. 어떤 의견이 옳다 그르다 말 할 수는 없지만 영화 속에서 음악이 주는 전율 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리고 난 오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 영화의 장르가 판타지라는 것! 좀 더 편한 마음으로 OST 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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