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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김동률 5집 [Monologue]

by 하와이안걸 2008. 1. 31.



김동률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가 들어있던 3 [귀향]이었다. 어느 소설 한 귀퉁이에서 읽었을 법한 전작의 그 근사한 문체들에서 정말 '일반인'의 마음에 가까워진 듯한 제목들이 일단 마음에 들었고, 보통 남자인 척 하지만 사실 그 보다는 약간 더 배려 넘치고 세련된 말투라 더 좋았던 것 같다. 4년 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 역시 타이틀은 심플하지만 그래도 김동률스러운, 모던한 소박함을 은근 기대하게 한다. 좋은 대중 가요를 선보이고 싶었다는 그의 너무 솔직한 멘트에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평범하게 정공법으로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아는 이 15년차 뮤지션은 자신의 욕심과 음악적 역량, 그리고 팬들의 기대 그 어느 부분에도 모자람 없는 곡들로 또 다시 귀향하였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다시 시작해보자' 3집 타이틀곡이었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의 속편인 듯한 제목이다. 설마 그렇게 간단할리가. 좀 더 광범위한 무언가가 있을거야. 그러나 틀자마자 흐르는 노랫말 '헤어지자…' (어이쿠;) 고급스러운 스트링 편곡도 그대로, 미니멀한 느낌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가사에서 만큼은 무게를 뺀 것이 느껴진다. '그건 말야'에서 들려주는 '얼굴 봤으니 됐다 들어가봐' 등 너무나 우리 가까이로 넘어온 노랫말들이 반갑기까지 하다. 또 다른 타이틀 곡 '아이처럼'은 알렉스 피처링으로 화제를 뿌리는 곡으로 모처럼 들어볼 남남 듀엣의 달달한 러브송을 꿈꾸게 한다. 그러나 알렉스의 목소리는 저 언덕 너머 잔잔하게 메아리 칠 뿐이니 단독 보컬을 기대했다면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솔직함에 정점을 찍는 트랙이 바로 '오래된 노래'라는 곡.화려한 게스트와 악기들을 전부 빼고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소박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노래는 테이프에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서 선물했던 지난 날을 시작으로 당시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진지하게 전달하고 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젊은 시절의 풋풋한 연애담을 고상하게 추억하는 곡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로 흘러나오는 솔직한 마음, 가수가 되어 지난 사랑을 노래할 때마다 두 번 울었을 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고백은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진하게 울린다.


 

오랜만에 박창학의 가사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던 첫 트랙 '출발'. 딱 한옥타브 차이의 두 김동률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장엄한 저음에 가려져 잘 느끼지 못했던 그의 넓은 음역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단짝 친구와 함께 했던 20대 전람회 시절 '여행'이라는 곡이 있었다면30대 중반을 넘어가는 그에게는 자신과 떠나는 여행을 그린 '출발'이 있다. 김동률과 김동률의 듀엣이 되어버린 이 곡은 개인적으로 그 어느 여가수와의 듀엣곡 보다 훨씬 아름답고 애틋하게 들리는 듯 하다. 또한 My Aunt Mary 의 정순용과 함께 부른 'Jump' 역시 에너지가 넘치는 트랙. 평소에도 My Aunt Mary 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김동률의 시원한 창법이 가끔 떠오르곤 했는데 둘 다 서로의 팬이었다니 반가울 따름. 정순용의 거침없는 목소리에 정재일의 리드미컬한 연주까지. 이번 앨범 중 가장 젊은 기가 충만한 트랙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4년만에 팬들에게 다가가는 벅찬 감정을 노래한 'The Concert',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은 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Nobody', 박창학의 덤덤한 노랫말이 오히려 슬픔응로 다가오는 '뒷모습' 등의 곡들이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그의 스타일을 그리워했던 팬들은 물론, 요즘 발라드가 지겨운 가요팬들에게도 분명 반가울 앨범이다. 토이 6집이 90년대 음악에 목말라 있던 팬들의 모공을 열어주었다면, 이번 김동률 5집은 그 열린 모공으로 수분과 영양을 모자람 없이 공급해주고 있다. 이런 기분을 함께 느끼는 음악팬들이 아직 많다는 것에 가슴 벅차고, 이들의 구매력을 동하게 할 좋은 음반이 2008년에는 더욱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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