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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하동균 2집 [ANOTHER CORNER]

by 하와이안걸 2008. 2. 12.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톤다운



연정훈을 닮은 한 남자의 전신 사진이 거리 곳곳에 붙어있다. HADONGQN (Q만 빨간색이다.) 그래. 자칫 하동훈이랑 헷갈릴 뻔했던 그의 이름이 저 큐 한 방으로 다가오는구나. 지난 해 '그녀를 사랑해줘요'로 그 굵고 거친 목소리를 다시 들려주었던 그. 그에 비해 노래는 살짝 평범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다시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무조건 인정! 그 뒤로도 간간이 방송활동, 그리고 세븐데이즈 멤버들과 함께 싱글을 발표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팬들을 어루만졌던 그가 약 1년 반만에 솔로 2집을 들고 나타났다. 선공개로 공개된 다섯 곡만 들어보아도 1집과는 많이 달라진 듯 하다. 최소한 적당한 곡이 나타나면 적당히 불러주는 비슷비슷한 발라드 가수는 되지 않을 듯한 느낌. 그리고 그 확신이 곳곳에 나타나 반갑기만 하다.

 

공개된 음원 중 첫 번째인 3번 트랙의 '운명'은 이 앨범 전체의 작사를 도맡은 듯한 최갑원 작사에 정규 1집 타이틀곡 '그녀를 사랑해줘요'를 비롯, 브라이언의 '일년을 겨울에 살아', 별의 '미워도 좋아' 등을 작곡한 PJ 의 작품. 그가 작곡한 곡에는 유난히 '자화상'의 나원주가 편곡을 한 경우가 많은데 이 곡에서도 마찬가지로 편곡 및 피아노를 맡았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출신으로, 작곡 능력 또한 충분히 있는 나원주가 편곡에만 참여하는 것은 미스터리지만 일단 패스. (둘의 관계를 반드시 알아내고 말리라!) 으아~하고 시작하는건 같지만 부드러운 말들을 내뱉는 그의 힘 있는 보컬은 의외. 뭐랄까. 그의 전작도 있고 이번에도 처절한 곡을 상상했는데 이건 좀 따사롭네? 싶은. 나원주라는 것을 알고 들어서 그런지 예전 자화상의 곡을 들었을 때의 그 가벼운 터치가 생각나며 나원주, 정지찬과는 전혀 다른 음색의 하동균과의 조합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의 곡에, 아니 최근 모든 발라드에 스트링 세션이 지나치게 발라져 있어 바이올린 소리만 들려도 왠지 울어야 할 것 같았는데… 이런 분위기에 쓰이는 현악기 너무 신선하고 좋다.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노래에도 현악기를 써 주세요.

 

기대했던 타이틀곡 '나비야'는 일단 그의 발라드로 돌아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곡이다. 처절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울어주는 그의 보컬이 대단한 변화를 가져왔다기 보다는 그냥 심플하게 들리는 정도. 나비야~ 나비야~가 반복되는 후렴구는 훅이 좀 약하다는 느낌도 든다. 여기서의 나비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뜻한다고 하는데 난 그냥 고양이나 진짜 나비(곤충 나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친구의 다른 이름이 아닌 키우던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니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하림의 하모니카 소리가 쓸쓸함을 더하는 트랙이다.


 

발라드를 타이틀로 해야했다면 오히려 '비가 오나 눈이 오나'가 더욱 애절하게 와 닿는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사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작사가 최갑원은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단다. 알고 다시 보니 이해가 팍팍 되는 곡 제목과 너무나 남자다운 노랫말 등 이 한 곡으로도 왠지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참고로 노래 가사 하나만 살펴보자면 '죽고 싶어도 억지로 살아야만 해 울고 싶어도 그래도 참아야만 해' 뭐 이런 느낌? ^^ 곽경택 감독의 영화에서 유독 남자들이 필을 받는 것을 보면 왠지 이 곡도 남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을 듯한 느낌이다.


 

비트가 더해져도 흔들림 없이 자기 색채를 내는 그의 이국적인 음색은 오랜만에 만나보는 이현정의 그루브한 발라드 '너의 방 안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하동균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골목길 러브 스토리'는 그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트랙. 신촌블루스의 '골목길'과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섞어놓은 듯한 이 곡은 '남자답게 용기를 내 그녀의 기사가 나가신다'와 같은 가사만 봐도 알 수 있듯 골목길에 얽힌 투박한 러브송. 극적인 노랫말과 하동균의 능청스러운 보컬이 재미를 더한다. 이번 앨범, 축축 처지는 발라드로 채웠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장르가 많아 귀가 즐겁다. 또한 어떠한 곡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특히 빠르고 두툼한 코러스에도 전혀 눌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가 빛을 발한다. 그의 음악적 스승이 스티비 원더라던데, 곧 공개될 그의 오리지널 2집에서는 더욱 활발하고 진지한 '스승님 따라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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