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음악가들의 자축연
인디레이블 파스텔 뮤직이 5주년을 맞이하여 5장의 기념 음반을 발표했다. 그 중 1장이 바로 신곡 컴필레이션 [We Will Be Together]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파스텔 뮤직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너무 많은 곡들이 들어있어 바로 설명으로 넘어가자면 우선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이 의 '보고 싶어서, 안고 싶어서, 만지고 싶어서'. (사실은 가장 눈에 띄는 제목;;;) 루시드폴과 재주소년이 떠오르는 Low End Project 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음악 감독이자 이선균이 불러서 난리가 났었던 '바다여행'의 원 주인공 티어라이너와 기타리스트 강지훈이 결성한 프로젝트 팀. 이별 후의 불안한 마음을 따뜻하게 표현한 이 곡은 야릇하게 느껴졌던 '만지고 싶음'이 조금도 거북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한 슬픔과 공감을 자아낸다. 한국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를 꿈꾸는 그들의 정규 앨범을 기대해본다.
차력쇼 같은 무대 매너에 촌철살인 타이틀로 팬들을 중독시키는 인디록 밴드 불싸조의 '지랄이 풍년이네'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트랙. 도입부의 아줌마 성우 목소리에 움찔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이 곡은 사실 정규 2집의 히든 트랙이기도 하다. 멘트에 불싸조 어쩌구 하며 들어있는 것을 보니 나중에 의도적으로 녹음했겠구나 싶었는데 그렇다 하기엔 어머니 너무 소름끼치게 연기 잘 하시고.. 그냥 우연히 찾아냈다 하기에도 살짝 으스스하며, 죽도록 찾아냈다해도 역시 좀 거시기하다. 앨범 전체에 사뿐히 내려앉은 수줍은 남성 보컬과 뾰로롱한 여성 보컬들 사이에 끼어있는 이 아스트랄함. 이런 곡이 5주년 파티에 당당히 입성하는 파스텔 뮤직이라니. (멋지잖아 ㅠ.ㅠ)
제목처럼 복실복실하니 따뜻한 노래를 기대했지만 사실은 헤어진 남자친구의 스웨터일 뿐이었던 노래한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스웨터'.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의 타루가 만나 제3의 그룹을 만난 듯한 새로움을 준다. 보컬을 맡은 타루 역시 더 멜로디 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데 특히 분노에 찬 소근거림이 인상적이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이지린은 혼성 3인조 그룹 인스턴트 로맨틱 플로어(Instant Romantic Floor)에서 'Lie'라는 곡으로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착착 감기는 보컬과 이용희의 경쾌한 랩이 어우러져 과연 엠플로가 부럽지 않은 세련된 호흡을 선보인다. 1년 만에 듣는 캐스커의 신곡 '달의 뒷편' 또한 반가워할 팬들이 많을 듯 싶다.
첫 트랙 'December'는 [커피프린스 1호점]에 삽입되었던 'May'란 곡을 불렀던 벨 에포크의 곡으로, 우연의 일치인지 5월에 이어 이번에는 제목이 12월. 흰 눈이 내리는 설레는 풍경과 함께 겨울이라 더욱 쓸쓸해지는 느낌을 동시에 잘 살려냈다. Misty Blue 의 '한쪽 뺨으로 웃는 여자'에서는 랩인지 노래인지 모를 전반부의 빠른 보컬과 곡 전체에 깔려있는 날선 긴장감과 다소 자기 비하적인 노랫말이 인상적. 전통가요 '십오야'에서 '하모니카 소리 저 소리' 딱 아홉 글자만을 똑 따와 요조 스타일로 깜찍하게 부른 '하모니카 소리' 또한 요조 팬들이 열광할 만한 트랙이다. 도나웨일의 '눈 내리는 소리'는 눈 내리는 풍경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듯 간결하고 서정적인 노랫말이 인상적인 곡으로 종교적인 거룩함마저 느껴진다. 파니 핑크의 첫 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좋은 사람'은 캐스커에 의해 좀 더 리드미컬하게 리믹스 되어 다시 실렸다. 어른아이의 보컬 황보라의 '별이 되어' 또한 특유의 순수 보컬과 노랫말로 앨범의 마지막을 애틋하게 장식한다.
이번 새 앨범에서 파스텔과 처음 호흡을 맞추었던 스위트피 역시 이 축제에 기꺼이 참여했다. 기타와 현악이 어우러진 연주곡 'Are You Ready?' 를 통해 새로이 시작되는 인연을 자축했다. 우울한 모던락인 짙은의 '곁에'는 마치 넬이 부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컬 및 곡 분위기가 닮아있다. 이 곡은 사실 지난 해 송윤아 이동욱 주연의 영화 [아랑] OST에 삽입되었던 곡. 'True Romance'의 Sentimental Scenery 는 국내에서 시부야계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감각적인 멜로디에 세련된 가사, 게다가 최근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의 목소리와 흡사하다는 제보에 각지에서 문의가 쇄도하는 중. 한 때 인디 댄스 가수를 표방했던 프랙탈과도 목소리 및 곡 분위기가 거의 똑같다. 티어라이너의 'Regretto' 또한 반짝 반짝 빛이 나는 기타 연주곡.
한 곡 한 곡 언급하기에도 숨이 차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곡 건너뛸 수 없는 개성과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한 이 앨범. 아티스트들의 재주도 재주지만 이를 기획하는 파스텔 뮤직의 영업 수완에도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한 마디로 장사 참 잘 하는 레이블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뻔한 장삿속이 아닌 팬들에게도 손해 없는 고마운 장삿속! 이를 지탱해주는 빼어난 기획력과 지속되는 피드백으로 아티스트들은 음악과 공연에 열중, 팬들은 오로지 신나게 지르고 노는데 열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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