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한장의명반] V.A. [쾌도 홍길동 OST]

이제 드라마만 재밌으면 돼!

한창 물오른 강지환과 장근석의 대결 구도, '예쁘니까 괜찮아' 성유리의 복귀작, 또한 [환상의 커플] 홍자매의 후속작으로 방영 전부터 충분히 화제였던 KBS 수목 드라마 [쾌도 홍길동]. 이제는 드라마로 승부해도 좋으련만 또 다시 사운드 트랙의 라인업이 화제에 올랐다. 처음에는 소녀시대나 노브레인이 불러서 난리가 난 것이겠지 했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그것만은 아니다. 일단 작곡진이 가수에 따라 마구 변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즉 가수들 면면만 보면 참으로 버라이어티 하지만 사실 그 뒤에는 애니메이션 OST 계의 보물 이창희, 김준범이 중심 잡고 들어앉아 있다는 사실.

 

들썩들썩한 첫 트랙 노브레인의 '나는 재수가 좋아'는 반주만 들어서는 '넌 내게 반했어'와 무어가 다르냐 싶지만 사실은 이들과 처음 작업하는 작곡가 이창희, 김준범의 공동 작품. 두 사람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누구의 곡이든 완전히 자신들의 곡으로 만들어버리는 노브레인의 파워 또한 새삼 놀라웁다. 그들의 곡들이 전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쩐지 기분 좋은 초긍정 마인드의 노랫말과 왠지 들썩거리고 있는 이 흥겨움만은 인정. 김형중이 부르는 '푸른 별' 또한 짜릿함을 주는 또 하나의 트랙. 시작부터 끝까지 고음에 신디사이저의 신나는 향연. 이오스 시절의 김형중과 함께 드라마 속 발랄한 두 주인공의 역동적인 모습이 떠올라 절로 흐뭇한 트랙이기도 하다.

 

화제가 되고 있는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이 부른 '만약에'는 송재원 작사, 이창희 김준범 작곡. 다른 멤버들에 비해 파워풀한 보이스를 자랑하는 그녀라 좀 무겁게 들리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오옷!!! 이거 완전 새로운 발견이다. 특히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원숙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들려주는 그녀의 완급 조절이 대박! 진성에서는 옥주현 같은데 가성에서는 애즈원의 곡인가 싶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제시카가 후딱 마이크를 빼앗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 그야말로 팔색조다. 역시 연습생 시절은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구나 싶다. (아, 그곳은 아이돌계의 태릉선수촌인가요 ㅠ.ㅠ) 이번 만남을 계기로 애니메이션 타이틀 하나 잡아도 좋을 것 같다. 보송보송한 화면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기대 된다. 다른 멤버들도 물론 환영. ^^

 

소녀시대가 부른 '작은 배'는 그렇게 좋았던 정규 앨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안실린게 아쉬울 정도로 그녀들에게 딱 어울리는 곡이다. 모자이크 출신의 김준범이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한 곡으로 모자이크 시절에 불렀던 따뜻하고 훈훈한 멜로디를 소녀들이 순수하게 재연한 듯한 느낌이다. 귀엽고 힘 있게,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튀지 않는 그녀들의 가지런한 합창 또한 최고. 태연의 '만약에'와 함께 다음 정규 앨범에 꼭 들어갔으면 싶은, 이 두 곡만으로 질러도 후회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곡이다. 그 뒤를 잇는 김연우의 '처음인데'는 러브 테마에 자주 쓰이는 곡으로 김연우 특유의 부담스럽지 않은 깔끔한 고음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만만치 않게 자주 나오는 러브 테마곡인 박완규의 '연(緣)' 또한 동양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애절한 발라드 곡으로 누구의 곡이든 그의 기운을 불어넣는 듯한 박완규의 내공이 돋보인다.

 

그 외에도 퓨전 사극의 사명을 다하듯 뜬금 없는 트랙들이 몇몇 보이는데 특히 십년전 김현정 스타일의 테크노 댄스곡 김은희의 '신 춘향가'와 낯선&B-Box 와 EJ 가 함께 부른 'U Can't Stop (Keep On Moving)'라는 힙합곡이 눈에 띈다. 뒤로 몰린 연주곡 부문에서는 바이올린과 아코디언의 경쾌한 대화가 돋보이는 'Merry-Go-Round'와 아름다운 하프 선율이 듣기 좋은 '비밀의 방'과 '사랑의 시작'을 추천한다. [따끈따끈 베이커리], [카우보이 비밥], [신비의 세계 엘하자드] 등의 한국판 타이틀곡을 만든 '투니버스의 마상원' 이창희와 그의 사수쯤 되는 모자이크 출신의 실력파 작곡가 (어디 계셨나 했더니 ㅠ.ㅠ) 김준범. 그들이 공중파 드라마에 진출, 남녀노소 온갖 장르의 가수들과 작업한 이번 OST. 어차피 취향의 문제니 드라마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이번 사운드 트랙은 놓치면 살짝 후회할 듯. 아, 안그래도 최근들어 몰입이 안되던 이 드라마, 노래까지 제대로 들어버리니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