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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피터팬 컴플렉스 4집 [Love]

by 하와이안걸 2008. 4. 29.




사랑 고백을 죽이게 하는 방법


 

서정적 모던록의 대표 밴드 피터팬 컴플렉스가 4집을 발표했다. 넬의 김종완과 함께 가슴 후벼파는 보컬리스트 1, 2인자를 다투는 전지한이기에 (개인적인 생각임다.) 한달 간격으로 발표하는 이들의 신곡이 너무도 궁금했다. 이들 역시 3집에 이어 대중적인 노선을 선택했을지. 아니면 '그건 외도였어!'라 외치며 다시 처절하게 울부짖을지 말이다. 내심 후자를 기대했으나 결론은 전자의 승. 하긴 Love + 모닝콜이면 말 다했지 뭐사랑이 넘치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 '모닝콜'. 제목만 봐도 딱 느껴지는 저 풋풋함이 곡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아주 잘 빠진 모던락이다. 이 곡에서 전지한의 보컬은 부드럽기 그지 없는데, 그의 눈빛을 떠올려보면 이렇게 풀어진 모습도 꽤 어울리는 듯 싶다

 


다음 곡은 마지막까지 타이틀곡 후보로 경합을 벌였다는 '보고싶어서'. 아마도 '모닝콜'이 너무 파격적이고 샬랄라해서 기존의 우울을 지지하는 보수파가 내민 카드같다. 타이틀곡 보다 좋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 우울을 기대한 건 맞지만 그저 이 정도의 애잔한 우울이라면, 아예 노선을 바꾼 상큼한 시도에 양보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제목처럼 '보고싶어서' 힘들어하는 마음을 줄줄 써내려간 곡이다. 우미진이 피처링 한 '사랑' 역시 기본적인 우울은 그대로인채 여성 보컬과의 하모니를 통해 좀 더 발라드에 가까워진 곡. 우미진을 검색해보니 2002 'Alive'라는 곡으로 여성 록커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우미진과 블랙펄, M3의 멤버 우미진(예명은 미카)이 함께 검색되던데, 부디 'Alive' 우미진이 맞기를 바란다.


 

정신없이 반복되는 '너에게 주문을 걸어'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 '매직'. 알 수 없는 가사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보컬, 그리고 귀여운 오락실 사운드까지 곁들여져 그야말로 아스트랄한 느낌이 지대로 살아난 곡이다. 현란한 베이스와 함께 시작하는 '로맨티스트'는 가성과 보코더를 믹스한 독특한 보컬이 '매직'에서의 충격을 잊게 해준다. 두 곡을 좀 떨어뜨려 놓았으면 좋았을걸 싶다. 물방울 소리가 경쾌한 'Grace'서은혜를 위한 테마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녀는 올 초에 발표한 전지한의 자작소설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속 여주인공으로, 이 곡을 들으니 다시 수그러들었던 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바짝 고개를 든다. 그나저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직접 피아노 교본을 만들어준다는 독특한 줄거리에 혹해 열심히 후기를 찾아보았더니, 죄다 '전지한스럽다'는 반응만 있어서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재미있냐고!)


 

예전 느낌 돌아오는 '고마워'에 이은 '안녕'. 이제서야 피터팬 컴플렉스다운 전주가 흐르는구나 싶어 안심하는 순간, 아니 이건! 지난 해 디지털 싱글로도 발표되었던 그 '안녕'이 아닌가. 내가 알던 '안녕'이 아니겠지 방심했다가 Feat. 신해철에서 무너져내렸던 지난 기억이 생생히 전해져온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피터팬 컴플렉스만의 느낌을 살렸기에 몰입하기도 쉽고, 원곡이 유치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나름 뿌듯해하는데 문제의 랩 등장 ㅠ. (Many guys are always..;;;) 그 시절 최초로 라임까지 신경쓰셨던 그 분의 랩은 나름 가요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긴 하나 그래도 사장님의 은총이라 하기에는 쵸큼 오버인 듯. 반대로 랩 나오기 직전에 어떻게 좀 틀어막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그들의 연주와 곡은 완벽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전지한 99년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던 곡 'Tell Me Mama'가 그 때와 마찬가지로 피아노 버전으로 실렸다. 곡을 다시 들으니 그 때의 상황이 딱 떠오른다. 당시 서울예전에 재학중인 남녀가 결선에 올랐는데 국악과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던 여자분이 대상을 수상했고 이 분은 금상이셨지. 밴드 음악도 물론이지만 이런 피아노 솔로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사랑을 본격적으로 노래한 이번 앨범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했는데, 과연 팬들의 사랑은 어떻게 이끌어갈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절규에 중독된 상태라 앨범 전체의 변화에는 적응하기 힘들다. 상큼한 몇몇 곡은 좋았지만 김빠진 우울이 견딜수가 없다. 그러나 버릴 수도 없게 되버린 나는 그의 책이나 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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