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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듣고/m.net

[m.net/한장의명반] 부가킹즈 3집 [THE MENU]

by 하와이안걸 2008. 4. 29.



랩 할아버지와 삼촌들의 정겨운 서빙


 

바비킴이 이끄는 레게 힙합 그룹 부가킹즈가 3집 앨범 [The Menu]로 컴백했다. 앨범명을 보니 그간의 히스토리가 나름 정리가 된다. 2001년에 발표한 1'BUGALICIOUS'로 부가킹즈를 처음 알리기 시작했다면, 2005년의 'The Renaissance'는 슬럼프를 극복한 부활의 의미를 앨범 안팎으로 잘 보여준 앨범이었다. 그리고 2집의 성공으로 탄력받은 음악성에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덧붙인, 그들의 표현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The Menu'가 이번 3집의 타이틀인 것힙합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하는 바비킴의 평소 인터뷰를 떠올려보면 더욱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첫 곡 'Uncle B.U.G.A'는아저씨란 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들의 넋두리 같은 곡으로 특히 결혼 독촉에 지친 멤버들의 부담감이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이제서야 술을 쏠' 수 있게 되었다는 바비킴의 파트가 흥미롭다.

 

이 앨범에서 가장 달큰한 곡으로 바비킴의 아버지 김영근 씨가 또 다시 트럼펫을 잡은 '비너스'를 들 수 있겠다. 남미의 뜨거운 태양과 느긋한 일상이 절로 그려지는 이 곡은 오랜만에 듣는 바비킴의 반가운 랩과그러한 아들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느껴지는 아버님의 트럼펫 연주가 찡하게 다가온다. 가사 또한 드디어 제 짝을 만나 담배와 바람;까지 끊을만큼 행복하다는 내용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강조하는 That's You 의 반복이 듣기만 해도 흐뭇하다. 고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애잔한 멜로디로 시작하는 '카사노바'는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 다채로운 매력의 곡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선물한 이 곡은 바비킴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보컬과 주비트레인과 간디의 스피드를 잃지 않는 랩이 편안하게 조화를 이룬다. 힙합과 보사노바가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는 곡. 앨범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Thank U' 또한 이들의 따뜻한 일면을 엿볼 수 있는 트랙으로 바비킴의 진심어린 보컬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고 이번 앨범에 ''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목부터 뜨끔한 '지랄하지마오'는 멤버들의 크고 작은 울분이 폭발한 트랙으로 군대 상사, 안티팬, 찌질한 친구 등을 시작으로 힙합씬과 가요계 그리고 이 사회까지 거침없이 씹어댄다흔치 않은 바비킴의 랩은 재미있게도 이 곡에서 가장 세련되고 멋지게 들린다. 흥겨운 올드스쿨 리듬에 짤막짤막 이어지는 코러스가 맛깔스러운 'DIE-T'는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은 곡. 그래서 결국 생긴대로 살자는 소리지? 하며 슬쩍 방심하려는 순간 '그녀의 띨띨한 생각 자체가 66 사이즈'라는 가사에서 급 좌절! 위로하는 척 하면서 66 사이즈를 모자란 동네형 취급하다니. ㅠ_ㅠ 사실뜯어보면 앞 가사 So sexy와 라임을 맞추기 위한 66(Six six)임을 알게되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다.실패와 실수는 다르니 어서 후유증에서 벗어나자는 내용의 '실수' 2006년 최연소 힙합 듀오로 데뷔한 올 블랙의 멤버 도끼가 참여했다. 궁금했던 90년생 도끼의 변성기는 아직도 진행중. 앳되지만 파워넘치는 래핑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올 블랙의 정규 앨범이 기다려진다.


 

'오늘도 술로 밤을 채우는' 이들의 음주 사연 또한 새 앨범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Get'em Ready'는 음주가무를 앞두고 기대치가 꼭대기로 올라간 상태를 흥겹게 노래한 곡. '빈 속에 첫 잔이 최고', '술고래를 타자 즐거운 여행' 등의 가사에서 이들이 얼마나 애주가인지를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뜨겁게 놀기 시작한 상태를 그린 'Adrenaline'은 약한 테크노 리듬이 반복되는 힙합곡으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이 보컬 피처링을 맡았다. 힘을 빼고 리듬을 탄 그녀의 보컬이 곡과 썩 잘 어울린다. 즐거운 날에만 술을 마시지 않듯이 '友酒 Like?'에서는 쓰디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끊임없이 'one shot'을 외치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거짓말을 하고 놀러나간 여자친구를 의심하는 내용을 그린 '싸이렌'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 실제로 간디의 여자친구가 '여자친구' 역을 맡았다. 또한 코러스의 여왕 김현아가 은혜를 내린 '밝은 세계로'는 무기력한 아침의 쓰라림을 리얼하게 그렸다
 


이렇듯 다양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펄펄 살아있는 부가킹즈만의 메뉴판. 후식은 놀랍게도 두 가지였다. 공식적인 마지막 트랙 'Thank U'과
 그 뒤를 바짝 이어붙인 보너스 트랙 '헛소리'. 진한 커피 같았던 바비킴의 소울에 충분히 잘 먹었다 싶었는데, 뒤를 잇는 거침없는 프리스타일 랩에 처음에는 거북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들을수록 익숙해지나 싶더니 어느새 감동을 받고 만다. 어째 감동의 화살이 바비킴의 보컬에서 주비와 간디의 랩으로 옮아가는 느낌이다. 얼마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바비킴의 '한잔 더'를 원래 그들의 노래인양 흥겹게 나눠부르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감동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부가킹즈 콘서트는 물론 힙합 크루 무브먼트의 콘서트까지 그리워진 금요일 밤이었다. 그나저나 보스, 무브먼트 콘서트는 이제 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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