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할아버지와 삼촌들의 정겨운 서빙
바비킴이 이끄는 레게 힙합 그룹 부가킹즈가 3집 앨범 [The Menu]로 컴백했다. 앨범명을 보니 그간의 히스토리가 나름 정리가 된다. 2001년에 발표한 1집 'BUGALICIOUS'로 부가킹즈를 처음 알리기 시작했다면, 2005년의 'The Renaissance'는 슬럼프를 극복한 부활의 의미를 앨범 안팎으로 잘 보여준 앨범이었다. 그리고 2집의 성공으로 탄력받은 음악성에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덧붙인, 그들의 표현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The Menu'가 이번 3집의 타이틀인 것. 힙합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하는 바비킴의 평소 인터뷰를 떠올려보면 더욱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첫 곡 'Uncle B.U.G.A'는아저씨란 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들의 넋두리 같은 곡으로 특히 결혼 독촉에 지친 멤버들의 부담감이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이제서야 술을 쏠' 수 있게 되었다는 바비킴의 파트가 흥미롭다.
이 앨범에서 가장 달큰한 곡으로 바비킴의 아버지
그렇다고 이번 앨범에 '쎈'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목부터 뜨끔한 '지랄하지마오'는 멤버들의 크고 작은 울분이 폭발한 트랙으로 군대 상사, 안티팬, 찌질한 친구 등을 시작으로 힙합씬과 가요계 그리고 이 사회까지 거침없이 씹어댄다. 흔치 않은 바비킴의 랩은 재미있게도 이 곡에서 가장 세련되고 멋지게 들린다. 흥겨운 올드스쿨 리듬에 짤막짤막 이어지는 코러스가 맛깔스러운 'DIE-T'는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은 곡. 그래서 결국 생긴대로 살자는 소리지? 하며 슬쩍 방심하려는 순간 '그녀의 띨띨한 생각 자체가 66 사이즈'라는 가사에서 급 좌절! 위로하는 척 하면서 66 사이즈를 모자란 동네형 취급하다니. ㅠ_ㅠ 사실뜯어보면 앞 가사 So sexy와 라임을 맞추기 위한 66(Six six)임을 알게되지만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다.실패와 실수는 다르니 어서 후유증에서 벗어나자는 내용의 '실수'는 2006년 최연소 힙합 듀오로 데뷔한 올 블랙의 멤버 도끼가 참여했다. 궁금했던 90년생 도끼의 변성기는 아직도 진행중. 앳되지만 파워넘치는 래핑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올 블랙의 정규 앨범이 기다려진다.
'오늘도 술로 밤을 채우는' 이들의 음주 사연 또한 새 앨범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Get'em Ready'는 음주가무를 앞두고 기대치가 꼭대기로 올라간 상태를 흥겹게 노래한 곡. '빈 속에 첫 잔이 최고', '술고래를 타자 즐거운 여행' 등의 가사에서 이들이 얼마나 애주가인지를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뜨겁게 놀기 시작한 상태를 그린 'Adrenaline'은 약한 테크노 리듬이 반복되는 힙합곡으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이 보컬 피처링을 맡았다. 힘을 빼고 리듬을 탄 그녀의 보컬이 곡과 썩 잘 어울린다. 즐거운 날에만 술을 마시지 않듯이 '友酒 Like?'에서는 쓰디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끊임없이 'one shot'을 외치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거짓말을 하고 놀러나간 여자친구를 의심하는 내용을 그린 '싸이렌'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 실제로 간디의 여자친구가 '여자친구' 역을 맡았다. 또한 코러스의 여왕
이렇듯 다양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펄펄 살아있는 부가킹즈만의 메뉴판. 후식은 놀랍게도 두 가지였다. 공식적인 마지막 트랙 'Thank U'과 그 뒤를 바짝 이어붙인 보너스 트랙 '헛소리'. 진한 커피 같았던 바비킴의 소울에 충분히 잘 먹었다 싶었는데, 뒤를 잇는 거침없는 프리스타일 랩에 처음에는 거북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들을수록 익숙해지나 싶더니 어느새 감동을 받고 만다. 어째 감동의 화살이 바비킴의 보컬에서 주비와 간디의 랩으로 옮아가는 느낌이다. 얼마전
'음악 듣고 > m.n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m.net/한장의명반] 전진 1집 [前進 NEW DECADE] (0) | 2008.05.03 |
---|---|
[m.net/한장의명반] 원투 디지털 싱글 [못된 여자] (0) | 2008.05.03 |
[m.net/한장의명반] 피터팬 컴플렉스 4집 [Love] (4) | 2008.04.29 |
[m.net/한장의명반] 토니 안 Single [우두커니] (0) | 2008.04.29 |
[m.net/한장의명반] 에픽하이 5집 [Pieces, Part One] (0) | 2008.04.22 |
댓글